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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칼럼]'기불릭'은 이제 그만, 대선후보들의 가짜 신앙인 행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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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불교, 가톨릭을 합친 정치인의 종교

무속과 주술을 불식시키기 위해 종교를 이용

예배당 앞에서 굳이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야 하나

시골교회와 이름없는 선사를 조용히 찾는 것은 어떤가

돼지머리 고사를 거부한 어느 후보자의 믿음

표를 의식한 가짜 신앙인 행세 퍼포먼스는 낡은 방식

노컷뉴스

지난해 각자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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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각자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박종민 기자
어느 중진 정치인에게 종교가 뭐냐고 묻자 '기불릭'이라는 답을 들은 적이 있다. 기독교와 불교, 가톨릭을 합친 말이다. 정치인들에게 종교는 신앙이기에 앞서 표다. 자신의 신앙과 관계없이 모든 종교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종교는 '기불릭'인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해 11월 28일 광주 양림교회를 시작으로 12월 14일 순복음교회, 올해 초 새에덴교회와 16일 속초 조양감리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해 10월 10일 순복음교회 예배 참석 이후 11월 21일 사랑의교회, 올해 초 명성교회 신년 감사예배에 참석했다. 두 후보가 교회만 찾은 것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1월 불교 조계종 청사를 찾았고 윤석열 후보는 지난 1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 포럼에 참석했다.

이재명 후보는 크리스천임을 밝혔지만 윤석열 후보는 공식적으로 크리스천이 아니다. 불교도도 아니다. 크리스천도 아닌 윤석열 후보가 왜 주일에 성경책을 들고 예배당을 찾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국민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일종의 퍼포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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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그려진 왕(王)자와 건진법사 관련 논란 등으로 '무속 논란'에 휘말린 윤석열 대선후보. 오른소리 유튜브 영상 캡처·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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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그려진 왕(王)자와 건진법사 관련 논란 등으로 '무속 논란'에 휘말린 윤석열 대선후보. 오른소리 유튜브 영상 캡처·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손바닥 왕(王)자 논란이 있었던 직후 순복음교회를 찾았다. 주술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의 주술과 무속 논란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윤 후보와 김씨 주변에는 도사와 법사, 무당의 이름이 난무하고 있다. 교회를 열심히 찾는 윤석열 후보에게 개신교계가 가장 싫어하는 주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재명 후보가 교회를 찾아 무엇을 기도하는지도 궁금하다. 예배를 마친 이후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메시지는 온통 정치적 발언들이다. 광주 양림교회에서는 5.18 책임자에 대해 용서없는 처벌을 강조했다. 속초 조양감리교회를 방문한 뒤에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했다. 예배에 참석한 뒤 굳이 정치적 발언을 쏟아낼 이유가 있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대선 후보가 다양한 종교를 찾아 표심에 호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신앙적 일관성이 없다고 조롱하거나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신앙을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면피로 활용하거나 거꾸로 정치적 공격의 무기로 활용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기독교와 불교, 가톨릭 모두 용서와 화해를 강조한다. 그 신앙 앞에서 사랑과 용서가 아닌 적대와 정죄를 내세우기보다 조용히 기도하고 예를 갖추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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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불교 조계종 청사를 찾은 이재명 대선후보와 이번달 1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 포럼에 참석한 윤석열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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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불교 조계종 청사를 찾은 이재명 대선후보와 이번달 1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 포럼에 참석한 윤석열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연합뉴스
대선 후보들은 곧 가톨릭 행사에 참석하거나 가톨릭 지도자들을 예방할 것이다. 또, 성도와 신도들이 많은 대형교회 큰절도 계속 찾을 것이다. 굳이 대형교회와 큰절만 찾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조용히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시골교회와 작은 성당, 이름없는 선사를 찾는 것은 어떨까.

중요한 것은 신앙의 순수성이다. 필자가 부산에서 책임자로 일할 당시 어느 교회 장로가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섰을 때 일이다.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후보들이 절을 하는 신년 행사가 있었다. 이 후보자는 참석을 거부했다. 자신의 신앙과 배치된다는 이유였다. 아무도 이 후보를 비난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낙선했지만 고사에 참석하지 않아서 낙선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정치인의 종교가 '기불릭'이라지만 스스로의 진정성이 담긴 신앙이 우선이다. 자신의 믿음에 진심이고 일관된 자세를 보인다고 해서 표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종교를 존중하는 모습만 있으면 충분하다. 표를 의식한 가짜 신앙인 행세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는 낡은 선거운동 방식이다. 마구잡이 '기불릭' 신앙 보다 진정으로 신 앞에 기도하는 신앙인 후보자의 모습이 더욱 감동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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