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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디즈니 창업자 손녀, 디즈니 저임금 고발 다큐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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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게일 등 남매 3명 참여한 영화 곧 공개

약값과 음식값 사이 고민하는 실태 등 고발


한겨레

영화·오락 기업 디즈니 창업자의 손녀가 제작한 디즈니랜드 저임금 실태 고발 다큐멘터리가 곧 공개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즈니랜드 모습. 애너하임/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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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화·오락 기업 월트디즈니 공동 창업주의 손녀가 만든 디즈니랜드의 저임금 고발 다큐멘터리 영화가 곧 공개된다. <뉴욕 타임스>는 23일(현지시각) 월트디즈니 창업주의 손녀인 에비게일 디즈니가 제작한 다큐 <아메리칸 드림과 다른 동화들>이 25일 미국의 독립영화제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서 공개된다고 보도했다.

에비게일은 1923년 디즈니를 공동 창업한 로이 디즈니의 손녀이며, 세계 갑부들에게 부유세를 물리자는 운동도 적극 벌이고 있다. 그는 3년여 전부터 디즈니의 직원들과 경영진의 심각한 임금 격차를 지적하고 있다. 에비게일은 문제를 제기하자 로버트 아이거 당시 최고경영자가 퉁명스러운 답장을 보내왔다며 이 때문에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 제작에는 에비게일의 남매인 수전 디즈니 로드와 팀 디즈니도 참여했다.

영화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디즈니랜드 직원 4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간당 15달러의 임금을 받는 직원들은 캘리포니아의 집값 폭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직원은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는 “약을 살 것인지, 음식을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영화의 정식 공개에 앞서 영화를 봤다며 내용을 소개했다. 영화는 디즈니 직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중간 중간 아이거 최고경영자의 사진을 등장시킨다. 아이거는 2018년 한 해에만 6560만달러(약 78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어 디즈니 자매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회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에비게일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이들이 음식 살 돈도 부족한 상황인데, 자신은 집에 6600만달러를 가져오는 일 같은 건 생각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에 수전은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라고 답한다.

이 영화 제작 이후 디즈니의 상황에도 변화가 있었다. 아이거 최고경영자는 2020년 물러났고, 디즈니는 지난해말 디즈니랜드 직원들의 최저 임금을 16% 인상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에 대해 에비게일은 임금 인상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캘리포니아에서 생활 임금을 보장받으려면 적어도 시간당 24달러는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즈니 쪽은 “우리 직원들의 복지와 포부는 언제나 우리 회사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내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에비게일은 이 영화가 디즈니만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인종 불평등 개선 등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존엄성과 인간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아직 영화 보급 회사를 찾지 못했으며, 넷플릭스 등 디즈니의 경쟁자들이 영화제를 계기로 관심을 갖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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