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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광주 붕괴사고' 문대통령 지시하자…"나라가 왜 나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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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the300][청와대24시]文대통령은 왜 '광주 붕괴사고' 수습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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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3일째인 23일 오후 타워 크레인 운전석 부근의 거푸집에 해체되고 있다.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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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업이 잘못한 문제에 왜 나라가 나서는건가요?"

지난 22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 복귀 즉시 광주 붕괴사고 상황과 관련해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라"고 참모진과 관계부처에 지시하자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왜 정부가 나서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적으로 기업이 잘못한 일인데, 여기에 국민 세금을 투입해 수습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최근 이용섭 광주시장의 읍소를 비롯해 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호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광주재난대책본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시장은 지난 19일 현장에 중앙정부 차원의 수습본부 설치 필요성을 요청했다. 광주시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현대산업개발만으론 수습이 도저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당시 "사고 특성상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능력이나 재정능력만으로는 조기 재난수습에 한계가 있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해 현재도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 사무소가 없어 긴밀한 협력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39층짜리 건물 23∼38층 일부가 붕괴하면서 일어났다. 1명이 다치고 창호·미장·소방설비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지난 14일 지하 1층에서 실종자 중 1명이 사망한 상태로 수습됐으며 남은 5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진행 중이다. 사고 발생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수습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다.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 등 기술적 문제가 있는 상황에다 추가붕괴 위험과 잔해물 제거 등 수습 조건이 좋지 않아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고 피해자 가족들은 계속 분통을 터뜨렸다.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을 구조 활동에서 배제시키고, 사고 수습 전반에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를 넘어 각 부처의 역량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협의회는 특히 "(수색·구조) 상황에 진척이 없어 억울하고 참담하다. 소방대원·기술자의 안전 확보와 함께 모든 관련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구조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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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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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귀국 즉시 첫 지시사항으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전반적인 상황을 따져봤을 때 지자체와 업체의 힘만으로는 실종자 수색, 현장 수습, 피해지원 등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며 "(사고발생 2주 가까이 진척이 없는데)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고 지자체와 협의를 하면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간절할 때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실종자를 찾아내고 사고수습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먀 "지금은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실종자를 구조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대통령의 당부대로 정부 주도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조속히 사고수습이 이뤄지길 바라며 우리시는 지금과 같이 실종자 탐색·구조, 그리고 피해복구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콘크리트 부실 양생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수분 증발이 안 되는 만큼 보온 상태를 유지하고 양생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공기를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가 굳기 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감리 등 감독기능의 부실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사의 품질이나 안전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감리 활동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경찰은 이와 관련, 지난 19일 광주 아파트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서울 용산구 소재 본사 건설본부 사무실과 설계사무소, 자재공급업체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광주경찰청은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6명과 감리자 3명,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1명 등 10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총 14명을 대상으로 출국금지 조처도 내렸다.

한편 정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꾸리고 실종자 수색 지원에 나선다. 중수본은 24일 광주에서 첫 회의를 열고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신속한 실종자 수색 활동을 지원한다고 23일 밝혔다. 중수본은 노동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소방청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되며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총괄한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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