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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제공항서 미사일 쏜 北…활주로 옆 '드라이브 쓰루' 비밀 [하늘에서 본 북한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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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평양 순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남서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과거에 없던 시설과 철로가 들어서 있다. 미사일 조립시설로 추정되는 건물 3동과 열차정류장이다. 이들 시설은 폭 9m의 도로를 통해 인근 야산의 지하시설과 연결돼 있다. [사진=구글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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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7일 오전 평양에서 동해로 북한판 에이테큼스로 불리는 KN-24 전술유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평양의 순안국제공항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유일한 정기 해외 항공편을 운항하는 순안공항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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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순안공항 일대 인공위성 사진. 의문의 시설이 들어선 곳은 사진 아래쪽 붉은색 원 안 [사진=구글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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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순안공항에서 중국 베이징과 선양ㆍ상하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운항하는 정기 국제 노선을 운영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 1월부터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긴 했지만, 국제공항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현재 북한이 미사일 발사 지점을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발사 장소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보 당국은 미사일의 궤적 등 다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순안 공항의 영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활주로에서 가까운 곳에서 미사일을 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8월 29일과 9월 15일 각각 화성-12형 장거리미사일을 공항의 활주로에서 쏜 적이 있다. 발사한 미사일이 추락할 경우 활주로 파손 등 대형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민간 공항에서 미사일을 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항공기는 과거 순안공항의 북쪽 활주로를 이용해 왔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공항을 대대적으로 보수했고, 현재는 청사 바로 앞에 있는 활주로를 사용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공항 청사를 신축하는 동시에 공항 주변에 김 위원장의 전용기(참매) 격납고를 비롯해 다양한 설비를 건설했다”며 “이 가운데 미사일 관련 시설등 군사시설도 구축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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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남서쪽으로 1.5Km 떨어진 지점에 미사일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을 신축했다.(원안) 이들 건물과 인근 야산의 지하시설(추정) 입구가 도로로 연결돼 있다. 2019년 11월 22일. [사진=구글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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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23일 촬영한 평양 순안공항 일대의 인공위성 사진. 2019년 11월 22일의 사진에 나타난 의문의 건물(빨간 색 원 안) 자리가 공터였다. 순안역과 연결하는 철로 공사는 당시 진행중이다. [사진=구글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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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어스가 제공하는 인공위성 사진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 과거 사진에 없던 시설이 활주로 주변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북한이 이용하는 청사앞 활주로 끝에서 남서쪽으로 직선거리 1.5㎞가량 떨어진 곳에 의문의 건물이 눈에 띈다. 2017년 4월 23일 촬영한 사진에는 공터였던 곳이다.

2019년 11월 22일 사진에 따르면 당초 공터였던 이곳에 길이 85m, 폭 50m인 옅은 하늘색 지붕의 건물 2동과 길이120m, 폭 40m 안팎의 건물 1동이 새로 등장했다. 건물들을 잇는 도로 위에는 지붕을 씌워져 있어 상공에서 이동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또 3동의 건물은 모두 양 방향에서 출입이 가능하도록 ‘드라이브 쓰루’ 형식의 폭 9m 도로를 건설해 놨다.

이와 함께 건물에서 80m 떨어진 곳에는 지붕을 씌운 길이 180m, 폭 35m의 구조물도 발견됐다. 기차길이 건물에서 끊겼다는 점에서 열차 정차장으로 추정된다. 북한 교통전문가인 안병민 한반도경제협력원장은 “새로 등장한 건물 주변에는 기존에 없던 철로가 보인다”며 “열차로 실어와 신축 건물 안으로 옮기기 쉽게 기차역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새로 들어선 의문의 건물과 관련해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대(TEL)의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한 전형적인 북한의 미사일 관련 시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평양 출신의 고위 탈북자는 “건물이 있는 곳은 순안구역(한국의 구에 해당)의 신리라고 하는 지역으로 이곳의 야산 지하에 미사일 시설이 기존에도 있었다”며 “건물 양쪽에 신설 도로가 만들어져 있다는 점으로 보면 전형적인 북한의 미사일 관련 시설로 북한이 화성-12나 화성-14ㆍ15 등 이동식발사대를 이용하는 대형미사일(장거리미사일)을 만들면서 공항인근에 미사일 시설을 확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위성사진에는 신축 건물과 신리 지역 야산의 지하시설로 추정되는 입구와 연결된 도로도 포착됐다. 안 원장은 “북한의 도로는 폭이 좁거나 비포장이 많고, 교량이나 터널이 노후했다”며 “북한이 새로 제작한 TEL의 크기나 무게를 고려하면 TEL의 이동 반경은 수십㎞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열차로 미사일이나 TEL을 순안공항으로 실어와 지하시설이나 건물 안에서 작업을 한 뒤 활주로에서 발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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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7일 촬영한 평양 순안공항 일대 인공위성 사진. 사진 왼쪽이 공터지만 2016년 2월 촬영한 사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참매) 격납시설이 들어섰다. 아래사진 참조. [사진=구글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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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3일 촬영한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 활주로 인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참매)를 보관하는 격납고와 관련 시설(빨간색 원 안)이 들어서 있다. [사진=구글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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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공위성 사진에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를 보관하는 격납고 3개와 김 위원장이 잠시 휴식하는 시설로 추정되는 ‘단지’도 발견됐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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