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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북한이 원하는 '대화 최소 조건'은?... "광물질 수출+정제유·생필품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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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평양=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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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문을 닫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까지 위협하는 북한은 진짜 무엇을 원하는 걸까. 정부는 이것만 해주면 협상의 판은 깔 수 있다고 본다. “광물질 수출과 정제유 및 생필품 수입” 허용이다. 물론 대북 제재를 일부 풀어야 가능한 사안이라 결국 키를 쥔 미국이 움직여야 한다. 대결 의지를 다잡는 북한과 끌려가지 않겠다는 미국 사이에 낀 정부만 난감한 처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북한은 지난 4년간 핵실험ㆍ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지킨 것에 대해 미국이 ‘그동안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반발심이 크다”며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민생분야 제재 해제 조건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조치로 원했던 석탄 등 광물질 수출과 정제유ㆍ생필품 수입이라는 ‘대화의 조건’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더 강경해진 입장은 민생 요구를 보장해줘야 대화 테이블에 나오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북한은 모라토리엄 재검토가 단순한 겁박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북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전날 “조선(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쓴다고 본다면 그것은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협박용으로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들먹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북한이 바라는 제재 완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무력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매체는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정치ㆍ외교적 잇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해 조선의 힘을 점차 소모ㆍ약화시키는 것이 미국의 본심”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세가 급변해도 미국의 태도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언급을 꺼렸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CVID)” 표현을 되살렸다. CVID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단어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단체 제재)’을 한층 강화해 북한의 ‘뒷배’ 중국을 압박할 여지도 있다.

수위만 높여갈 뿐, 북미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정부 안에서도 회의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대화 가능성은) 정말 모르겠다.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양보 카드를 내밀지 않는 한, 우리 정부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토로다.

일각에선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을 통해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국가정보원은 21일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 브리핑에서 “유엔 측이 지난달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6,000만 회분 공급 의사를 타진했고, 북측이 상부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화이자, 모더나 등 미국산 백신을 선호해 지금껏 다른 종류의 백신 제공은 전부 뿌리쳤다. 북한이 유엔을 지렛대 삼아 미국산 백신을 전격 수용할 경우 제재와 무관한 인도적 협력을 매개로 북미관계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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