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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李·尹 도 넘은 공약 베끼기, 누가 더 낯 두꺼운지 경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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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23일 오전 경기 의왕시 포일 어울림센터에서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같은 날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 참가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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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페이스북에 “가상자산 손실 5년간 이월공제, 투자수익 5000만 원까지 비과세”라는 내용의 ‘가상자산 과세 합리화 공약’을 올렸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가상자산 비과세 공제 한도를 현행 250만 원에서 주식과 동일하게 5000만 원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윤 후보가 코인 관련 공약을 내놓자 이 후보도 ‘손실 이월공제’까지 얹어 맞불을 놓은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상대 후보 공약 베끼기 행태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상대방 공약에 ‘플러스알파(+α)’를 보태기도 한다. 밑줄 그으며 따져봐야 원래 누구 것이었는지 연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붕어빵도 많다. 이는 가상자산 비과세 기준 상향처럼 2030 젊은 세대 등 특정 세대나 특정 이해집단을 겨냥한 공약 등에서 두드러진다. 주로 현금을 직접 주거나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들이다.

병사 월급을 200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올 초 윤 후보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2027년까지 병사 월급을 200만 원까지 인상하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을 윤 후보가 SNS 한 줄 공약으로 따라간 사례다. 윤 후보가 인적공제 등 혜택을 대폭 확대해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환급분을 늘려주겠다고 하자 이 후보도 곧바로 청년 특별소득공제 등 공제 확대와 간소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후보가 장년수당(연 120만 원),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연 100만 원) 등 현금 공약을 내놓자 윤 후보도 산후우울증 치료를 위해 임신 시 60만 원 바우처 지급 등을 약속했다.

부동산 같은 굵직한 이슈에서도 두 후보의 공약 차별화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초 두 후보는 ‘250만 채 공급’을 똑같이 내놨었다. 다만 이 후보는 어제 전국에 311만 채를 짓겠다고 했다. 250만 채든 311만 채든 실현 가능한 목표냐는 논란도 많다. 서울 재건축 용적률 완화나 경인선 경부선 등 도심 철도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을 통해 수도권 택지를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비슷하다. 정부의 추경안(14조 원 규모)을 35조 원 규모로 확대하자는 것에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유력 후보들의 공약 베끼기, 물 타기, 숫자 지르기 등은 낯 뜨거울 정도다. 마치 누구 낯이 더 두꺼운지 경쟁이라도 하는것 같다. 지지율 올리기에만 급급할 뿐 정밀한 재원 대책이나 현실 타당성 등은 따질 때가 아니라는 듯한 태도다. 이번처럼 대선 후보들이 기본적인 매니페스토(구체적인 예산과 실행 일정) 검증조차 무시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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