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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4시간 올림픽 방송에도… “분위기 안나, 외국서 열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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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차이나 종단횡단] 베이징 동계올림픽 D-11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분위기 침체

펑타이區선 200만명 PCR 검사

일반 인민에겐 개막식 티켓 안 팔아

러시아 등 몇개국만 “대표단 파견”

한국선 박병석 국회의장 참석할 듯

조선일보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들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를 알리는 조형물 앞 벤치에 앉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일대가 이전보다 한산하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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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사는 직장인 류모씨는 2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류씨는 “올림픽이 먼 외국에서 열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 CCTV 방송이 올림픽 전용 채널에서 24시간 올림픽 소식을 방송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선 올림픽을 체감할 수 없다고 한다. 류씨는 “집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올림픽 경기장이 있지만 직접 가서 볼 수 없으니 아쉽다”고 했다.

다음 달 4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는 중국 정부, 국영기업 관계자, 각국 대표단, 베이징 주재 외교관, 외국계 기업 대표 등이 초청됐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올림픽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으면서 일반 시민의 경우 선택된 소수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초청장을 받은 한 기업인은 “코로나 백신을 부스터샷까지 맞아야 입장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개막식도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열린 개막식 리허설에 참가한 사람이 4000여 명이라고 보도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의 경우 개막식에 1만5000명 이상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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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 앞에서 온몸에 보호 장비를 착용한 방역 요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지난 2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의 동계올림픽 기념 설치물 앞에서 관광객들이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광장이 이전보다 한산하다. /로이터 뉴스1,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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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베이징 거리에 올림픽 분위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본지 베이징 지국이 있는 차오양구 거리에선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표어를 볼 수 있다. 쇼핑몰이 밀집한 베이징 산리툰에서도 아디다스, 몽클레르 등 외국 브랜드가 만든 올림픽 관련 조형물이 쇼핑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TV를 켜면 스키⋅아이스하키를 배우는 초등학생, 미국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스키 프리스타일 대표 구아이링(谷愛凌·18) 선수 소식이 연일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매력을 세계로 발산했던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과 비교하면 “올림픽 분위기가 너무 안 난다”는 게 베이징 시민들의 평가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 방역을 최우선시하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15일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온 이후 23일 오후 4시(현지 시각)까지 4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베이징 남서부 펑타이구는 코로나 확진자가 20여 명 나오자 23일부터 주민 200여 만명 전체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선수단과 취재진 등 5000여 명도 베이징 도착 때부터 떠날 때까지 선수촌⋅경기장⋅연습장 밖으로 나올 수 없다. ‘폐쇄 루프’라고 불리는 이 공간 밖의 사람과는 접촉이 금지된다. 선수단을 태운 차량이 달리는 ‘올림픽 전용 차로’엔 일반 차량의 진입도 금지된다. 폐쇄 루프에 들어간 관계자는 “식당에서 로봇이 주문을 받고 투명 칸막이가 있는 1인용 좌석에 앉으면 천장의 레일을 통해 음식이 자리에 전달된다”며 “공상과학영화 분위기”라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도 올림픽 분위기를 반감시켰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막식에는 한국을 비롯해 80여 국의 정부 수뇌가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수반급이 참석한다고 밝힌 국가는 현재까지 러시아⋅카자흐스탄⋅파키스탄⋅폴란드 등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일본⋅영국⋅호주⋅캐나다⋅스웨덴⋅네덜란드⋅덴마크 등은 중국 인권 문제나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평소라면 올림픽을 국제 마케팅 기회로 삼았을 외국계 기업들도 후원 사실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의 올림픽 불참과 잇단 미사일 도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종전선언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개막식에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한국에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도시(베이징)에서 개최되지만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분위기가 14년 전 하계올림픽과 다른 것은 중국의 위상과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2일 “2008년 하계올림픽이 중국이 자국의 성취를 전 세계에 알리는 쇼케이스였다면 오늘날 중국은 더 이상 자신의 위상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며 “시진핑 국가주석 아래 부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비전이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 CCTV 방송은 23일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핵심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인류 운명 공동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해온 국제관계 개념이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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