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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확진자 36명 나오자 ‘전면봉쇄’… 화들짝 놀라는 코로나 청정지대 섬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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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그간 감염자 3명 불과
"대규모 발병 대처 인프라 부족 탓"
한국일보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의 항공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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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외딴 섬나라 키리바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전면 봉쇄에 들어갔다. 3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열악한 공중보건 시설에 대한 우려가 과감한 방역조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키리바시 정부는 24일부터 인구(12만 명)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남부 타라를 비롯, 인근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시한은 일단 24시간이다. 외신들은 확산 상황에 따라 봉쇄 기간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고, 일간 인디펜던트는 나흘가량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주민들은 긴급 구호가 필요한 경우나 생필품을 사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집에 머물러야 한다. 대중교통도 전면 중단되고, 사적 모임도 금지된다. 술집과 나이트클럽은 물론, 공공기관도 문을 닫는다. 지난 18일 피지에서 온 54명의 항공기 승객 중 36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으면서 나온 조치다.

사실 한 국가가 감염병을 이유로 봉쇄 조치에 나선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칠 때마다 각국은 시민들의 발을 묶어왔다. 그러나 확진자 수가 40명도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강도 높은 봉쇄 카드를 꺼내 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키리바시가 그간 ‘코로나19 청정 지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근까지 이곳에서는 확진자가 단 세 명(지난해 5월)밖에 나오지 않았다. 순식간에 10배가 넘는 확진자가 나오자 깜짝 놀란 정부가 방역 고삐를 바짝 조인 것이다.

섬나라라는 특수성도 엄격한 방역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섬 나라는) 대규모 발병에 대처할 보건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워낙 의료체계가 취약한 만큼 일단 확산이 시작된다면 소수의 감염 사례로도 전체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초장에 과감한 봉쇄로 확산을 틀어막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 태평양 섬나라 중 소수의 확진자가 나왔을 때 전면 봉쇄 정책을 펼친 것은 키리바시가 처음은 아니다. 이날 미국령 사모아는 확진자 15명이 발생하자 48시간 동안 전역에 봉쇄조치를 발령했다. 통가 역시 지난해 11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일주일간 전면 봉쇄를 선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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