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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띤타바,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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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양곤 시민들이 지난해 4월27일 양곤의 산차웅에서 세 손가락을 펼친 채 행진하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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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말고] 박주희 | ‘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

1년째다. 미얀마 시민들이 군정에 맞서 목숨 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비무장 시민 1400명 이상이 죽고 1만15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고 알려졌다. 군정의 폭압에 삶터를 잃고 숲으로 숨어든 시민들의 수는 파악조차 어렵다. 탈출하려는 이들이 밀려들자 국경도 닫혔다.

시민들의 저항과 희생은 계속되지만 관련 뉴스는 뜸해졌다. 국제사회는 그저 멀찍이 서서 지켜보는 중이다. 대구에 있는 미얀마 청년들이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다루는 방송을 시작한 이유다. 민주화운동 지지 활동에 적극적인 노동자와 유학생들이 ‘아띤타바 미얀마(힘내라 미얀마)’라는 방송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현지 소식을 모아 현재 상황을 정리하고,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힘을 싣는 국내 집회 현장도 직접 찾아간다. 고국 상황을 걱정하며 응원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담아낸다. 방송은 미얀마어로 진행하고 한국어 자막을 단다. 서툰 솜씨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느라 시행착오를 반복 중이다.

청년들은 매주 목요일 민주화운동 지지 집회에 참석하며 힘을 보탰지만,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누군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어서다.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는 가족, 친구들을 생각하면 혼자만 안전한 곳에서 편하게 지낼 수가 없어요. 군정에 맞서는 것도 두렵지만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두지 않고 미얀마 사람들만 고립되어 싸우게 되는 것이 더 두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에서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미얀마에 전하기로 했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미얀마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다. 상황을 공유하며 꾸준한 관심을 끌어내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배우면서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과 학업, 아르바이트로 바쁜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방송팀에 참여한다.

방송일을 하면서 이웃들과도 자연스럽게 연대하고 있다. 대구 마을 방송국인 성서공동체에프엠은 가장 가까이서 방송팀을 지원한다. 방송 분야 지식과 경험이 없는 미얀마 청년들을 교육하는 일부터 도맡았다. 방송 기획과 취재, 촬영, 편집 등 제작에 필요한 전반적인 교육을 하고, 지금도 방송 전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대구 미얀마 불교 사원의 한국인 승려 디라 스님은 방송팀과 지역 공동체를 잇고 버팀목이 되어준다. 청년들이 이곳에서 쌓은 방송 경험을 바탕으로 미얀마에서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해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유학생은 영상 편집을 맡아 하며 꿈을 다진다.

첫 방송이 전파를 타고 페이스북으로 공유된 뒤 현재까지 3000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양곤, 만달레이 등 미얀마 현지에서 접속한 기록이다. 방송팀의 바람대로 대구의 동네 방송국에서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가 미얀마 시민들에게 가닿는 것이다. 미얀마의 인터넷 언론들도 한국에서 미얀마를 지지하는 활동을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방송팀은 이달 말 6개국을 연결해 실시간 방송으로 진행하는 미얀마 민주화운동 모금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이렇게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오가는 소식을 막으려고 미얀마 군정은 인터넷 데이터 사용 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시켰다. 겉으로 보면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비싼 요금 탓에 사실상 사용이 제한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도 현지에 온전히 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방송팀의 신상이 노출되어 혹여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굴하지 않고 미얀마 청년들은 다음 방송을 준비 중이다. ‘아띤타바,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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