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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애간장 다 녹는다"… 뒤늦은 '중수본' 설치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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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다가 문 대통령 한마디에 부랴부랴
"광주시, 서구, 현대산업개발 적극성 떨어져"
한국일보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서 수습당국이 붕괴 위험이 있는 외벽 일부를 제거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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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사고 발생 12일 만인 이날 이곳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차려졌다는 소식을 접한 실종자 가족 A씨는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A씨는 "그간 사고 수습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지만 모두 외면했다"며 "이제 국가가 지휘하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겠다"고 직격했다.

정부가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수습을 위해 직접 나섰지만 이를 지켜보는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선 "정부의 등판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종자 수색과 구조 등 사고 수습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역량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가 "정부 지원을 강화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에 뒤늦게 중수본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사고 수습이 장기화하면서 광주시와 서구가 유독 힘에 부쳐 하고, 시공사 현대산업개발까지 구조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실종자 가족들은 억장이 또 한 번 무너졌다. 한 실종자 가족은 "이번 붕괴 사고의 희생자는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들만이 아니다"라며 "더딘 구조작업에 가족들은 애간장이 다 녹는다"고 울먹였다. 참다못한 가족들은 "광주시와 서구, 현대산업개발 모두 (사고 수습 과정에서) 빠져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붕괴사고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안모(45)씨는 "수색 작업을 위해 어젯밤 소방대원들이 오후 10시쯤까지 기다렸지만 함께 진입할 작업자가 없어 어떠한 수색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현대산업개발은 최소한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수습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외친 이유였다.
한국일보

23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인근에서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타워크레인 해체·수색 지연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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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뒤늦게 실종자 수색,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총괄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종자 가족들 반응은 마뜩잖았다. 정부가 대형 사고 때마다 공언했듯 재난통합지휘체제를 사고 직후부터 가동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고에서도 소방당국과 자치단체 등이 신속히 사고 수습에 참여했지만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구조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분초를 다투는 화급한 상황에서 인력과 장비의 통합 운영이 없다보니 벌어진 일이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구조당국은 이번 사고를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재난 유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구난 책임은 자치단체 재해대책반 몫으로만 남겼다.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가 광주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대책본부) 자문단에 참여할 전문가를 추천한 게 전부일 정도로 적극성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사고 수습 과정에 혼란이 이어졌다. 추가 붕괴 우려가 제기된 201동 잔존 외벽과 타워크레인 전도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과 현장 작업자 간 이견이 노출돼 한때 작업 거부 상황이 벌어지고,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도 계속 미뤄진 게 대표적이다.

대책본부가 이날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통해 전도 위험성을 낮추고 24일부터 24시간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층층이 쌓여 있는 콘크리트더미, 쇠갈퀴로 잔해를 긁어내는 원시적 구조 방법과 장비 부족 때문이다. 한 실종자 가족은 "소방대원들이 20층에 마련된 전진지휘소까지 걸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리프트나 사다리차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중장비들이 지원될 리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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