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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이파크 실종자 수색 왜 늦어지나? 타워크레인 해체부터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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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이후로 시간 흐르고 실종자가족 분노 커가지만…

고공 옹벽·잔해 등 붕괴위험에 수색·구조 지지부진


한겨레

23일 오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안전한 구조작업을 위해 건물 상층부의 거푸집인 아르시에스(RCS) 폼이 제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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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45분께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붕괴 사고 현장에선 39층 외벽에 매달린 거푸집 하나가 ‘해체용’ 타워 크레인에 실려 아래로 내려왔다. 유압 인양시스템(RCS) 일부였다. 위태롭게 매달린 기존 타워 크레인 해체보다 이를 우선 철거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현장 전문가 의견에 따른 것이다. 타워 크레인 해체는 이렇게 또 하루 미뤄졌다.

11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발생 뒤로, 구조당국의 수색·구조 작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14일 한명 발견 이후로 실종자 5명 소식은 열흘 넘게 들려오지 않았다. 그들이 실종돼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조차 알지 못한다. 2차붕괴 위험요인으로 지목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구조 수색 작업 왜 더딘가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대책본부)는 수색 장애물로 201동 동쪽의 1.2도 바깥쪽으로 기운 타워 크레인과 대형 콘크리트 잔해물, 남쪽의 직립 수직 외벽 및 적재된 잔해물 등을 꼽는다. 우선 22층 이상 상층부부터는 무너진 천장이 차곡차곡 쌓여 시루떡 형태를 보여 인력만으로는 구조가 힘들고 중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2차 붕괴 위험이다. 소방청의 화정 아이파크 붕괴 ‘구조작전 위험도’ 분석 자료를 보면, 동쪽 건물은 타워 크레인(145m)을 지탱하는 앵커 2곳이 떨어져 있어 ‘중장비로 내부 잔해물을 제거할 경우’ 매우 위험이 크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소방청은 “동남쪽 23~29층 수직 외벽은 타워 크레인 해체 때 즉시 붕괴 위험이 있다”며 주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타워 크레인이 있는 동쪽 상황만 어려운 게 아니다. 건물 남쪽도 23층부터 38층까지 무너지면서 뻥 뚫린 채로 외벽이 위태롭게 서 있는 상태여서 중장비를 동원하기 힘들다.

한겨레

지난 16일 구조당국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야간 수색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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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애타는 마음


지난 22일 대책본부는 타워 크레인 조정실과 기둥 상단부 해체작업을 중단하고 거푸집 제거작업을 우선적으로 시행했다. 현대산업개발 쪽은 이날 브리핑 때 “거푸집 해체 등 예측 못한 상황이 발생해 타워 크레인 해체 작업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결국 대책본부는 23일 타워 크레인 해체와 관련해 크레인 조정실과 상단 기둥부를 추가로 해체할지, 아니면 현 상태로 두고 수색 작업 등을 진행할지 등을 자문단과 함께 논의했다. 현대산업개발 쪽은 “타워 크레인은 추가적인 해체가 없어도 안정성은 확보됐다는 전문가들의 사전 의견을 받았다. 옹벽 안정화 여부를 보고 크레인 해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더딘 구조·수색 작업으로 201동 상층부를 정밀 수색해주길 바라는 실종자 가족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대책본부는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 화정 아이파크에서 실종된 6명은 28~29층(3명)과 31~34층(3명)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사고 당시 28~29층엔 설비 노동자 유아무개(57), 김아무개(57)씨와 조적 담당 김아무개(65)씨가 작업 중이었고, 31~34층에선 창호 사출 김아무개(67·사망), 설아무개(59), 오아무개(57)씨 등 3명이 있었다. 하지만 31~34층에서 일하던 노동자 1명은 지난 14일 1층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대피 중 추락해 매몰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수색 과정에서 인명 구조견들이 이상 반응을 보인 지점은 22·26·27·28층 등 상층부 붕괴 면에 매달린 잔해물 주변이다. 대책본부는 이날 하루 동안 중단됐던 수색작업을 시작했다. 22층에서 중장비 없이 가능한 잔해물 제거작업이 시작됐고, 구조대원들은 구조견과 함께 22층 이상 상층부에서 실종자와 유실물 수색을 진행했다.

한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01동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에 사용된 시공법이 애초 설계와 달리 지난해 10월에 변경된 점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201동 현장에 사용된 시공법인 ‘덱 플레이트’는 동바리(임시 지지대)를 거푸집 밑에 받치지 않아도 되는 공법이다. 경찰은 원래 일반 공법을 사용하기로 했던 현대산업개발은 아래 피트층(설비·배관 층)에 동바리를 설치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공법을 바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관련 납품 업체에서 확보한 압수물이 규격에 맞게 만들어졌는지 등을 분석 중이다.

정대하 김용희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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