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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미술의 세계

10년간 청년화가 30명 지원…한국 현대미술 미래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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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⑤ ◆

매일경제

서울 종근당 본사 사옥 12층에 걸린 전현선 작가의 작품 `두개의 뿔` 앞에서 김태영 종근당홀딩스 대표와 전 작가, 장재민 작가,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왼쪽부터)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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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3년은 미래를 바꿀 만큼 중요하다. 전현선 작가(33)는 2017년 종근당 예술지상에 선정된 뒤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외길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3년간 지원을 받은 덕분에 여유를 갖고 3m 넘는 대작에도 도전하며 작품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리움미술관이 6년 만에 재개하는 신진작가들의 단체전 '아트 스펙트럼'에 회화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여할 정도로 주목받게 됐다. 이뿐 아니다. 2015년 종근당 예술지상 선정 선배인 장재민 작가(38)와 부부의 연도 맺게 됐다. 장 작가는 "어이없게도 작가들이 렌트비(월세)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당시 선정 소식을 듣고 '작업실 월세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3년간 정말 원 없이 그렸다"며 "대상과 나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에 대해 다양하게 실험해 보면서 자유자재로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 작가는 종근당 예술지상 선정을 계기로 예술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를 만났다. 장 작가는 학고재, 전 작가는 갤러리2 전속작가가 됐다.

둘은 함께 살지만 작업실은 따로 두고 직장인처럼 매일 규칙적으로 작업한다. 장 작가는 "회화 작가는 매일 쉼 없이 그려야 감을 유지할 수 있다. 3~4일만 쉬어도 회복하는 데 일주일이 걸려 리듬에 맞춰 작업한다"고 밝혔다. 그는 낯선 환경을 소재 삼아 다소 어두운 색채로 추상적 풍경화를 그리는 반면, 전 작가는 추상성을 품은 기하학적 색면 도형으로 다채롭게 평면성을 탐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작가의 젊은 시절 3년간 성장하는 발판을 제공해준 것은 기업이었다. 종근당은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2012년 한국메세나협회 '기업과 예술의 만남' 사업의 일환으로 대안예술공간 '아트스페이스 휴'와 손잡고 신진 미술작가를 지원하는 종근당 예술지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년 3명의 평면회화 작가(만 45세 미만)를 선정해 1인당 1000만원씩 3년간 총 30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후원하고 마지막 해에는 창작 활동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어준다. 당시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을 맡던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솔선수범하려고 가장 취약한 기초예술 지원에 나선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이 독립적인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선정방식에 대한 공정성도 강화했다. 일반적인 공모 방식이 아니라 최근 2년간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 이력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발하는 방식도 파격이다.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는 "매년 300명가량의 작가 작업물을 모아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에만 3개월씩 걸리고 1, 2차 다른 심사위원들이 참여해 최종 3명을 뽑는다"고 설명했다. 선정 소식을 전해 들은 작가들이 한결같이 "지원한 적도 없는데 선정됐다니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영 종근당홀딩스 대표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제약 본연의 사명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 한국 현대미술계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작가로 성장하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종근당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선정 작가들이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부산비엔날레 등을 관람하는 워크숍을 지원하기도 하고, 2019년 역대 선정작가전처럼 5년에 한 번씩 단체전을 추가로 여는 등 지원방식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올해부터는 지원한 작가들을 온라인에서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활동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충관 한국메세나협회 사무처장은 "메세나 사업은 좋은 뜻으로 시작하더라도 기업이 경제적으로 취약해지면 예술 지원부터 끊기 쉬운데 이례적으로 10년 이상 꾸준해 모범적인 메세나 사례로 손꼽힌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이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형평성 문제 때문에 1년에 그치는 현실에서 민간기업이 온전히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3년을 만들어 줬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실제 종근당 지원을 받은 작가들의 활약상도 놀랍다. 2012년 1회 선정작가인 윤상윤은 중국의 대표적인 젊은 작가들의 아트 플랫폼 '청년예술100'에 선정돼 기획전에 초대됐고, 같은 해 선정된 이혜인은 2013년 대구미술관 Y아티스트 프로젝트에 뽑혀 초대전도 열었다. 6회 선정작가 최선은 전혁림미술상도 거머쥐었다. 이들의 작품은 정부 미술은행 소장품 목록에도 줄줄이 올랐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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