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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리가 감히 회의중 목소리를 높여!"…요즘 이런말 했다간 큰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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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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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새해 들어 직급을 통합하고 호칭을 없애거나 바꾸는 식의 조직문화 개선에 나서고 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창의성을 높여 발빠르게 혁신을 이뤄내겠단 각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기 부여가 오히려 줄어들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 "부장님"은 옛말…대기업 직급·호칭 파괴 바람

21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올해부터 사장·총괄부사장·부사장·부사장대우·상무·상무대우 등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통합했다. 대기업 중 사장급 이하 임원을 하나의 직급으로 운영하는 것은 CJ가 유일하다. 회장과 부회장 외엔 임원 직급이 하나인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도 정기 인사부터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통합했다. 이에 따라 사장 아래 임원 직급은 부사장과 상무 두 개 뿐이다.

삼성전자는 또한, 사내 인트라넷에 직원 직급과 사번을 없애고,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없애 일을 잘하는 직원은 30대에도 임원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차원에서 상호 존댓말 쓰기를 시작해 회사 안에서는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존댓말을 써야 한다.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사업부도 올해 초부터 직급제를 폐지했다. 새롭게 도입한 커리어 레벨제는 8단계의 레벨을 두되 자신의 레벨이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직원들끼리는 'OO님'으로 통일해 부른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부터 전 직원을 '님'으로 부르는 호칭 단일화에 나섰고, 포스코ICT와 LIG넥스원은 '프로'로 일괄해 부르기로 했다. DB손해보험은 임원 이하 일반 직원의 직급을 기존 사원·주임·대리·과장·선임과장·차장·부장에서 책임·수석으로 단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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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LG트원타워.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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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급·호칭 일원화 했다 돌아가기도

직급을 통합하고 호칭을 단순화하는 것은 대기업 내 의사 결정 과정을 줄이고 혁신 속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호칭을 통일하면 연차나 직급이 추정이 안 돼 업무를 할 때 서로 조심성이 높아지고 프로젝트별로 적확한 인재를 직급과 상관없이 투입하는 게 수월해진다.

호칭을 'ㅇㅇ님' 으로 사용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A씨는 "과거 회의 중에 '대리가 목소리를 낸다'며 선임으로부터 지적받은 적이 있는데, 이제는 회사 내 상호존중하는 호칭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일하는 게 훨씬 편해졌다"며 "나이, 학벌 등 개인정보를 묻는 경우도 함께 줄어 이 같은 분위기를 반기는 동료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대부분 승진은 연봉 인상과 연결되는 만큼 직급 체계가 간소화 될수록 연봉 상승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승진 적체 현상을 겪는 곳도 있다. 일부 기업에선 호칭은 통일하되 직책에 레벨을 두는 식으로 이 같은 오류를 방지하고 있다.

조직력을 높이거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원 외 직급을 없앤 기업에 다니는 직원 B씨는 "같은 매니저이더라도 상사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마다 컨펌을 받았는데 일이 문제가 되면서 혼자만 징계를 받았다"면서 "같은 부서 내에서는 호칭을 통일하더라도 누가 선임이고 후배인지 알다보니 오히려 업무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잡음에 직급승진제도를 부활시킨 기업도 있다. KT는 지난 2009년 폐지했던 직급승진제도를 2014년 재도입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 직급과 호칭을 부활시켰다. 페이밴드(Pay band)도 기존 4단계에서 직급 체계에 맞춘 5단계로 전환해 급여상승 기회를 늘렸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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