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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독일해군 1인자 "푸틴 존중하자" 발언 뒤 뭇매맞고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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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난센스…크림반도 반환은 없다"

국방부 사의 즉각 수용…나토 내 독일 '마이웨이 기류' 주목

연합뉴스

독일 국방장관과 해군총감 카이아힘 쇤바흐(오른쪽). 2019년 사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독일 해군의 최고 지휘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고, 우크라이나를 깔보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퇴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해군총감인 카이아힘 쇤바흐 부제독은 전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푸틴 대통령은 사실 존중받고 싶어 한다. 세상에, 누구를 좀 존중해주는 건 별로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아예 비용이 안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쇤바흐 부제독은 또한 이 자리에서 "푸틴이 그렇게 요구하는데 나라면 존중을 좀 해줄 것 같다. 그는 분명 존중받을 만하다"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서방 국가의 관측에 대해서는 "난센스"라고 일축했고,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반환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까. 아니다"라고 했다. 러시아는 자국 안보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있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런 발언에 강한 비판이 일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10만 명이 넘는 군 병력을 집결했다. 군사 훈련을 구실로 우크라이나의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에도 군 병력을 보내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포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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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 우려' 속 전술 훈련하는 우크라이나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실제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뿐 아니라 미국도 외교적 해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별다른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근 미국과 러시아 외교 관계자들이 연쇄 회담을 벌였다. 오는 26일에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각국 지도자의 참모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긴장 상태 완화를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나토 주요 동맹국의 해군 1인자가 혼자 공동전선을 이탈하는 소신을 밝힌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특히 자국 주재 독일 대사까지 초치해 발언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쇤바흐 부제독은 국방부에 전역을 신청했으며, 군은 즉각 이를 받아들였다.

쇤바흐 부제독은 해군을 통해 낸 성명에서 "인도에서의 경솔한 발언으로 직무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졌다"고 문제의 발언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국방부는 "쇤바흐 부제독의 발언은 독일 국방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살상무기 수출을 자제하는 것이 독일의 입장"이라며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나토 회원국인 에스토니아가 독일산 무기인 122mm D-30 곡사포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거부하면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 국가와 러시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독일과 러시아의 미묘한 관계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독일 안팎에서는 독일이 러시아에 대응하는 나토 전선의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의 2대 교역 상대인 독일은 천연가스와 같은 에너지와 원자재를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 때문에 독일이 러시아를 겨냥한 강경론에 인색하고 다른 동맹국들의 경제제재 강화 주장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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