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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경찰의 막연한 사명감, 현장 공포 극복할 신념 되게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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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장서 승진한 이지은 총경,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으로

"현장은 경찰작용이 완성되는 곳…여경 역할 꼭 필요해"

연합뉴스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홍익지구대도, 연신내지구대도, 화양지구대도 오후 5시만 되면 슬슬 시끄러워졌는데 여긴 정말 조용해요. 밖에는 논밭이고 염소와 청둥오리도 보이네요. (웃음)"

2017년부터 사건·사고 많기로 유명한 곳에서만 내리 지구대장으로 일하다 지난 연말 '무궁화 4개'로 승진해 화제를 모은 이지은(44·경찰대 17기) 총경. 그는 화양지구대장에서 승진한 직후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또 한 번 주변을 놀라게 했다.

새해에 학교가 있는 충주로 내려간 이 과장을 최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생각도 해보지 못한 곳인데 제안을 받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며 "총경 중에 가장 최근까지 현장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 신임 순경들을 교육할 적임자로 판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과장의 이번 전보에는 지난해 인천 흉기난동 사건부터 서울 중부 스토킹 살인까지 연이은 현장 부실 대응 사태 후 '현장 대응력 강화'를 선언한 경찰의 메시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현장 출신답게 금방 업무 파악을 끝낸 이 과장은 교내 교육 기간이 4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 것부터 체포술 등 현장 대응 훈련을 배로 강화한 것, 테이저건 실사 훈련에 현장성을 한층 더한 것, 경찰 정신 교육이 늘어난 것까지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커리큘럼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테이저건 훈련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사대에 놓인 총을 들고 목석에 격발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버핏 테스트 후 총집에서 총을 꺼내 뛰어가면서 움직이는 물체를 쏘는 식으로 하게 될 겁니다. 오발이 되면 다음에 카트리지를 다시 끼워 쏘는 방법, 2대 1로 대응하는 훈련 등도 병행하고요."

이 과장은 물리력 훈련 못지않게 중요한 게 정신 교육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범죄나 재난이 있으면 도망을 가는 게 보통이지만 그 위험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사람이 바로 경찰이다. 물론 경찰도 사람이니 무섭겠지만 그 두려움을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후배들이 결코 사명감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십 년 일한 사람보다 높고 순수한 사명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 신임 때는 휴가 중에 '도둑 있으면 잡아야지' 하면서 벽만 보고 다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막연한 사명감이라 녹록지 않은 현실에 맞닥뜨리고, 공포와 마주하면 무력화된다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할 일이 그 막연한 사명감을 구체화한 신념과 자기 확신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국민을 살리려 했던 선배들의 사례 교육 등을 통해 현장에서 흔들릴 때 잡아줄 수 있는 '경찰 정신'을 심어주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 흉기난동 사건 이후 또 한 번 고조된 '여경 무용론' 등 혐오 프레임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과장은 "여경 혐오는 존재한다"며 "남경이 잘못하면 개인의 잘못, 조직의 문제가 되는데 여경이 잘못하면 '여경 무용론'으로 간다. 여전히 주요 보직은 여자라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고 답했다.

이어 "분명한 건 현장에는 여경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여경이 아니면 진술하지 않겠다는 피해자도 많아 지구대에는 대기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하는 여경도 상당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차별하는 시선에 개의치 말고 열심히 해주면 좋겠다. 형사, 정보, 경비 같은 곳도 계속 두드려서 유리 벽을 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과장은 학교로 내려오면서 5년간 매일 신어 바닥이 다 닳은 순찰화와 조끼, 그리고 그동안 함께한 직원 73명의 생김새 등 특징부터 사연까지 꼼꼼히 적어놓은 수첩을 정리했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을 빨리 익히려고 함께 순찰하며 나눴던 이야기들을 적어뒀던 수첩들이 너덜너덜하더라. 물론 이제는 머릿속에 다 있다"며 "지구대에 순경으로 입직한 동료가 많았는데, 그들이 모두 여기(중앙경찰학교)를 거쳐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과 이제는 진짜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도 의미가 깊다"고 했다.

경찰은 최근 "현장, 또 현장"을 외치고 있다. 이 과장에게 경찰에게 '현장'이란 무엇일까 묻자 "경찰의 전부"라고 힘줘 말했다.

"마치 경기장과도 같죠. 선수들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훈련을 잘 받아도 경기를 엉망으로 하면 비난받듯이 경찰도 아무리 내부 보고와 지시가 완벽해도 현장에서 구멍이 나면 끝이거든요. 현장은 경찰 작용이 완성되는 곳이자 목표입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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