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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 10만부 눈앞 ‘굿바이 이재명’… 저자는 왜 ‘李 저격수’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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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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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그의 친형 고(故) 이재선씨의 갈등을 다룬 책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장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이 후보가 조직폭력배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주장한 박철민씨의 변호인이면서, 배우 김부선씨의 변호인이기도 하다. 지난 18일에는 국회에서 이 후보가 이재선씨 가족에게 한 욕설과 막말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조폭연루설 제기와 욕설 녹음 공개를 각각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으로 문제 삼으면서 장 변호사를 고발한 상태다.

장 변호사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재명 저격수 신인왕’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30년 이상 경기도 성남 지역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이 후보를 지켜본 국민의힘 최고(最古)의 ‘이재명 전문가’이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때 첫 공식 경쟁했던 때부터 꼽아도 15년 이상 된 정치적 경쟁자였다. 2010년대 초에는 같은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도 있었다.

조선비즈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진행한 장 변호사 인터뷰에서 이 후보에 대한 평가, 이 후보 및 이재선씨 가족과의 인연, 책을 쓴 이유와 책에 소개된 내용의 근거 등을 물었다.

장 변호사는 ‘굿바이 이재명’을 쓴 이유에 대해 “이 후보는 문제가 부각되면 물량 공세로 이를 덮는 사람이고 언론도 단편적인 것만 보도해서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서 “제가 파악한 사실, 모은 자료를 유권자들이 알 수 있게 정리해서 책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李의 형수 “이 책은 우리 가족에게 ‘선물’”

그는 이재선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을 풀어나간 이유를 설명하면서 “가장 자료가 많고, 자세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재선씨가 억울한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억울함이 풀리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주장했다.

책의 흥행만 놓고 보면 장 변호사의 뜻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장 변호사와 출판사 등에 따르면 ‘굿바이 이재명’은 21일 현재 8쇄를 찍었고, 판매량 10만부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민주당 가처분 신청 후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 등 국민의힘 주요 간부들이 이 책을 당원 및 지지자들에게 추천하면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지난달 ‘굿바이 이재명’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며 출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지난 20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 책의 흥행 돌풍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장 변호사는 ‘굿바이 이재명’에 담긴 이재명-이재선 형제간 갈등과 관련한 자료나 증언을 성남지역 언론 기자와 이재선씨의 부인인 박인복씨 등을 통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이재선씨와 가깝거나 밀접한 사이는 아니었다. 지역 내에서 회계사로 입지가 탄탄한 이씨와 회계·법률 업무와 관련해 만났다”면서 “2016년쯤 이씨에게 연락이 와 만나 식사를 함께 했는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말을 잘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상당히 흥분해 있었고 이 후보에 대해 비판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박인복씨는 이재선씨가 돌아가신 뒤인 2018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자주 만났다”면서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이 후보를 이재선씨에 대한 직권남용죄 등으로 고발했는데, 그때 많이 만나서 설명을 듣고 자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굿바이 이재명’의 맨 앞에 실린 인사말에 “이 책은 우리 가족에게 선물”이라면서 “이 책의 출간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남편과 우리 가족 모두의 명예가 회복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더는 권력을 가진 거짓말쟁이가 영웅이 되는 비극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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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시내 한 서점에서 장영하 변호사의 저서 '굿바이 이재명'을 판매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민주당이 '굿바이 이재명'의 출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도서출판 발송·판매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굿바이 이재명'은 이재명 대선후보와 이 후보의 친형 고(故) 이재선 씨의 갈등을 다룬 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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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지역위원장 할 때, 李 측이 대의원대회 방해도”

장 변호사는 “이재명 후보를 만 33년 동안 보아왔다. 그는 자기 권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무리가 생기지 않거나 자기 힘으로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인들을 흔히 내로남불 성향이 강하다고 하는데, 이 후보는 그 성향이 압도적 1등인 사람”이라면서 “그래서 ‘이(李)로남불’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러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장 변호사는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 당선 직후 내놓았다 지키지 않은 성남시청 신청사 매각 약속을 예로 들었다. 장 변호사는 “신청사 부지가 수용된 땅이라 (청사를 매각하면) 원지주들에게 환매권이 생긴다. 그린벨트는 풀리고 논밭이 업무용지로 변경됐으니 초대박이 예상됐다. 지주들은 당연히 환매권을 행사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청사 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면서 “당시 전국 지자체들의 호화 청사가 문제가 되니 인기에 영합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이 후보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경쟁했던 2006년 성남시장 선거 경험도 소개했다. 장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꼬마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이재명 열린우리당 후보와 처음 경쟁했던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3위를 기록했다. 장 변호사의 득표율은 11.6%. 이 후보는 23.75%로 2위였고, 이대엽 한나라당 후보가 54.01%를 득표해 시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민주당,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4파전이었다. 당시 캠프인지 후보 본인인지는 몰라도, 이재명 후보 측에서 ‘장영하가 조만간 포기하고 단일화를 하려 한다’는 말을 퍼트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나는 단일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유언비어를 퍼트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재명 후보 측에 경고했다”고 했다.

장 변호사와 이 후보는 한솥밥을 먹던 민주통합당 시절에도 관계가 좋지 않았다. 장 변호사는 ‘굿바이 이재명’에서 2013년 전후해 민주통합당 분당을 지역위원장 임명 직후 추인을 위해 열린 대의원대회 당시를 포함해 이 후보와 갈등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시청(당시 시장이던 이 후보 측)에서 대의원대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전화가 온다’고 들었고, (대의원대회장에서도) 시장 수행비서가 대의원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따지듯 ‘대의원 대회에 나오지 말라 했는데 왜 왔느냐’고 말했다고 대의원들에게 들었다”면서 “결국 이 후보는 나의 대의원대회를 방해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와 불화하던 장 변호사는 결국 민주통합당을 떠났고, 2016년 총선에는 성남 수정구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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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조선비즈 대회의실에서 '굿바이, 이재명' 저자 장영하 변호사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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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장에 국민의힘 후보로 도전할 것”

장 변호사의 이 후보 관련 주장들은 정치인이자 공직자로서의 이 후보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다. 다만 장 변호사가 ‘굿바이 이재명’과 인터뷰에서 소개한 이야기들은 정치적 경쟁자 입장에서 내놓은 주장이라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는 현재 당적과 내년 지방선거 출마 계획을 묻자 “2019년 가을에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면서 “성남시장에 국민의힘 후보로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장영하 변호사는 누구?

장 변호사는 1958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 숭문고등학교와 단국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 제13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1983년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을 거쳐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7년여의 판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1996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 성남 지역에서 법무법인 디지탈의 대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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