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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주중독(中讀)] "올해도 어렵다"... 중국 외식업체 줄도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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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하락 시달려... 문 닫은 식당 수십만 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 급속한 매장 확대 '부작용'

현금 흐름 악화 속 식품 안전기준도 높아져 업체들 '사면초가'

아주경제

지난해 6월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 탓에 한산한 중국 광저우시의 먹자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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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20년째 운영됐던 장수 요식업체 신원소(新元素·element fresh)는 지난달 매장의 모든 운영을 중단하고 파산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상하이 대표 맛집으로 알려진 엠(M)레스토랑그룹도 23년간 운영했던 산하 업체 엠온더번드(M on the Bund)와 엠글램(M Glam)의 문을 오는 2월 15일 닫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강력한 방역 정책 탓에 중국 요식업계 어려움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디라오(海底撈), 샤부샤부(呷哺呷哺,), 차옌웨써(茶顔悅色)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줄줄이 매장 축소 등으로 위기를 겪은 데 이어, 올해도 크고 작은 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문 닫은 음식점만 81만개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치차차(企査査)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에서는 80만9000개의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지난 2020년 초부터 약 2년간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지난해에도 광저우, 청두, 하얼빈, 난징, 시안, 허난, 톈진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중국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용납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고 있다. 확산세가 나타난 일부 지역은 부분 봉쇄되거나, 강력한 이동제한령이 내려진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식당의 매출이 급감했다.

예컨대 지난해 6월 광저우에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하자 시 정부는 8개 구(區)에 외출금지령을내렸다. 평일에도 사람들로 붐비던 상권과 ‘먹자골목’이 순식간에 텅 비었고 이에 따라 광저우에서 수십 년째 영업해온 노포들조차 문을 줄줄이 닫았다.

지난해 11월 청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중국 요식산업 관련 매체 홍찬망(紅餐網)에 따르면 당시 청두 내 90%의 음식점이 매출 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뒤이어 12월에는 하얼빈, 항저우, 둥관, 시안 등 도시에서 본토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부 식당 주인들은 텅 빈 식당을 바라보며 통곡하기도 했다.

◆샤부샤부·하이디라오 수백 개 매장 폐쇄

지난해에는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잇달아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火鍋) 전문 프랜차이즈인 샤부샤부는 8월 적자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축소했다. 허광치(賀光啓) 샤부샤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몇 년간 샤부샤부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2019년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매출이 적은 200개 매장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최대 훠궈 체인인 하이디라오도 고객 수가 적고 경영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약 300개 매장의 문을 닫을 것이라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이외에도 중국 밀크티 업체 러러차는 지난해 10월 시안에 있는 마지막 매장의 문을 닫고 산시성에서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사업축소가 코로나19 사태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국 대형 요식업체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급격한 매장 확대가 결국 부작용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1994년 쓰촨성에서 첫 매장을 낸 하이디라오는 매장 폐쇄 전인 하반기 기준 중국에 1491개, 홍콩과 마카오, 한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에 106개 매장을 운영했었다.

특히 하이디라오는 2019년 이후에만 엄청나게 많은 수의 매장을 열었는데 2019년 308개, 2020년 544개 매장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 299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샤부샤부 역시 마찬가지다. 샤부샤부는 지난 2020년 기준 중국 내 매장수가 759개에 달했다. 이는 당시 하이디라오보다 더 많은 매장 수였다. 러러차, 차옌웨써 등 밀크티 업체들도 같은 전략을 통해 사업을 확대했다.

홍찬망은 이들에 대해 “맹목적으로 점포를 늘리다가 ‘쓴맛’을 보게 됐다”고 진단했다. 가게 수가 늘어나면 상권 이용객이 분산되고, 매장과 매장 간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난해 이들이 겪은 어려움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었을 수도 있다고 홍찬망은 꼬집었다.

◆당국, 위생점검, 처벌 강화도 업체들에 악재

문제는 올해도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물론 소형 요식업체들도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급속한 매장 확대 속 이미 중국 요식업계는 포화상태가 됐고 이 가운데 2년이라는 전염병 상황으로 많은 업체들의 현금흐름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홍찬망은 “식재료, 임대료, 인건비 등 지출 비용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요식업에서 현금흐름이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수십 년 된 브랜드라도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다”며 “올해도 다수 요식업체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는 식품 안전기준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정저우시에 위치한 밀크티·아이스크림 업체 미쉐빙청(蜜雪冰城)의 35개 매장이 유통기한 경과 식재료 사용, 창고관리 부실 등의 문제점으로 적발됐다. 처벌수위도 굉장히 높았는데 이 중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된 3개에 매장은 일정기간 영업중단 조치가 내려졌고, 9개 매장에는 벌금, 나머지에는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이 같은 굵직한 업체들의 위생 논란은 지난해 거의 매달 이슈가 됐는데, 그만큼 각 지방 당국이 위생 점검 횟수를 늘리는 등 식품 안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재료를 새것과 섞어 새 표시를 붙이거나, 기한이 지난 표시는 아예 떼고 사용하는 일이 발각돼 곤혹을 치렀다.

홍찬망은 “대형 업체들도 위생문제에 발각되면 휘청거리는데, 중소형 업체들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위생, 식품 안전 수칙을 기본으로 삼고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곽예지 기자 yeji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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