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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혁신의 파동" 전세계 5000만명 몰릴 2030년 빅이벤트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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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와 목민관 대화 박형준 부산시장과 도덕희 한국해양대총장이 조망한 ‘10년후 부산’



“2030부산세계박람회, 지역혁신과 국가균형발전 분수령 될 것”





■“한반도 남부권 세계화로 대한민국 또 하나의 성장 축 탄생”

■“개최지 결정할 2023년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 국가역량 결집”

■“지·산·학 협력체계 강화해 싱가포르 수준 인재풀 기업에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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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용 안내 로봇을 운영 중인 부산시청 1층 로비에서 만난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왼쪽)과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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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그물이 삼천 코라도 벼리가 으뜸’이라고 했다. ‘벼리’란 고기잡이할 때 그물코를 꿰어 한꺼번에 잡아당기는 동아줄을 말한다. 그물을 펼치거나 오므릴 때 사용하는 줄로 잡아당기면 그물 전체가 딸려온다. 그래서 사전적으로는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를 뜻하기도 한다.

부산광역시 입장에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미래를 펼치는 ‘벼리’에 해당한다.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이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산항 북항 재개발 ▷공공기관 2차 이전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도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운동의 후순위에 놓일 정도다.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국제행사의 하나로 평가받는 빅 이벤트다. 부산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일러 ‘부산의 현안 솔루션’으로 간주한다. 5년마다 한 번 열리는 이 대회 유치에 성공한다면 6개월에 걸쳐 전 세계에서 관람객 5000만 명 이상이 몰린다. 대규모 손님을 맞이하자면 도시 인프라는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고, 앞서 나열된 지역 숙원 사업 추진도 줄줄이 탄력을 받으리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부산 산업생태계에 혁신의 파동이 일 것”이라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2023년 말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개최지로 선정돼야 한다. 이미 도전장을 내민 모스크바, 로마, 리야드, 오데사와 같은 각국의 수도(首都)와 각축을 다투는 중이다. 부산시는 승산을 자신한다. 역사성, 역동성, 미래지향성에다 시민의 열정과 성원에서 부산이 경쟁 도시들을 압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부산이 세계의 중심에 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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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부산시청 시장집무실에서 개최된 박형준 부산시장과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 간 대담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서 두 사람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전략과 부산의 미래 비전을 모색했다. 도 총장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도전은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시도”라며 “항구도시 부산이 동북아 해상문화 교류 거점도시로 가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세계박람회를 통해 부산·울산·경남은 동남권 성장 축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것”이라며 “이는 국가균형발전의 새 패러다임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하철 1호선 부산역 탑승구의 스크린 도어에 내걸린 광고판이 인상적이더라. ‘모스크바, 로마, 오데사, 리야드. 함 이기보까?’라는 사투리로 쓰인 홍보 카피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서는 부산시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했다.



박형준 부산시장_ 잘 봤다. 새해 들어 세계박람회 유치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대한민국과 부산 발전에 획기적 모멘텀을 제공하게 될 국가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신청서를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제출했다. 유치에 성공하면 2030년 5월부터 10월까지 부산항 북항 일원 부지 344만㎡에 170여 개국의 전시관이 들어서고 5000만 명이 넘는 국내 외 관람객이 쏟아질 것이다. 직접적인 경제 가치만도 60조원으로 추정되며, 50만 명 안팎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리라 기대한다. 부산이 명실상부한 국제 허브 도시로 발돋움하는 순간이다. 한반도의 남부권이 세계화하면서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성장 축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부산시에 미래로 가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_ 부산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이지만 2000년대 초부터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이런 부산의 위축에 마침표를 찍고 도약의 디딤돌을 제공하게 된다. 우선은 이 프로젝트가 차기 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로 채택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부산시와 시민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다각적·전방위적 홍보와 외교 교섭 활동을 통해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협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박 시장_ 왜 부산인가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부산이 지향하는 보편적 문명의 가치, 부산이 가진 최고의 기술이 투영되는 대회로 치러질 것이다. 해묵은 지역 현안도 타결의 출구를 찾게 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산 북항 재개발, 부산의 브랜드 파워 제고 등 부산의 핵심 현안 사업이 모두 2030부산세계박람회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게 성사되면 나머지 숙원 사업들도 ‘혁신의 연쇄 파동’을 일으켜 가속도가 붙는다. 세계박람회에 도시의 미래를 걸어봄 직하지 않겠나.

도 총장_ 사실 세계박람회는 첨단 과학과 국력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BIE 회원국들은 그들이 가진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하고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국력을 최대한 쏟아붓더라. 따라서 지구촌 문명이 진행하는 방향을 가늠해보는 무대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신(新)기술 대부분이 박람회를 통해 세계에 첫선을 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30세계박람회를 개최한다면 부산이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국민의 기억에는 그동안 국내에서도 엑스포가 간간이 열린 것 같은데.

박 시장_ 예전에 대전엑스포(1993년), 여수엑스포(2012년)가 개최됐었다. 약간 혼동하기 쉬운데 우리가 하려는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이들과 차원이 다르다. 엑스포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공인(公認) 박람회인데 개최 주기는 5년이고 기간은 6개월, 전시 규모나 주제에 제한이 없다. 또 하나는 인정(認定) 박람회인데 공인 엑스포 개최 기간에 중간 규모로 열린다. 대전엑스포나 여수엑스포는 인정 박람회에 해당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성사된다면 5년에 한 번 열리는 공인 박람회로 치러질 것이다. 공인 박람회의 경우 개최국에서는 부지만 제공하며 참가국이 자비로 국가관을 건설한다. 우리가 2020두바이세계박람회에 500억원을 들여 대한민국 국가관을 만들었듯이 말이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세계 첫 해상도시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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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해양산업 중심지가 될 북항 재개발 조감도. 부산이 추진하는 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이기도 하다. / 사진: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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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 회원국 마음을 사로잡자면 경쟁 도시들과 다른 차원의 세일링 포인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 시장_ 부산은 세계 문명의 위대한 여정을 증명하는 도시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자 한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인구 30만이던 항구 부산은 100만 명에 이르는 피난민을 품었다. 세계 유일의 유엔 공식 성지(聖地)가 부산에 딱 하나 있다. 바로 유엔기념공원이다. 6·25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의 유해가 안장된 묘지가 부산에 조성돼 있다. 그런 아픔의 도시, 참화의 도시가 이제는 디지털 대전환, 생태적 대전환 격차와 불평등 해소를 통한 포용과 개방을 주도하는 도시로 거듭났다. 게다가 1950년대 가장 가난했던 피난민의 도시 부산이 지금은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최첨단 기술을 실증하는 역동적인 그린 스마트 도시로 발돋움했다. 이 얼마나 극적인 반전인가. 부산이 가진 이런 역사성은 인류의 보편 가치인 평화와 번영의 전진을 증명한다.

도 총장_ 실로 세계박람회는 한 도시의 운명을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부산은 피난시절 난개발로 굳어진 도로교통망이 지금도 대중교통체계의 일익을 담당한다. 예컨대 산지가 많고 평지가 좁은 부산의 산동네를 연결하는 산복도로(山腹道路)는 부산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물류비 증가와 주거환경 악화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면 이런 교통인프라를 재정비해야 한다. 도로 정비는 중앙정부의 예산도 수반해야 하기에 지자체 차원에서 어떻게 해보기가 쉽지 않은 과제였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개최하면 북항을 중심으로 하는 새 인프라가 깔린다. 북항 재개발은 해양관광에 기반한 부산의 ‘균형발전’과 ‘원도심 재생’ 효과를 극대화할 프로젝트다. 세계박람회는 부산의 교통과 물류를 업그레이드해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빅 이벤트라고 하겠다.

박 시장_ 이번 대회는 부산이 가진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산은 해양문명과 대륙문명이 만나는 관문이자 유라시아 대륙의 종점이면서 기점이다. 세계 첫 ‘UN 해상도시’가 부산에 들어서는 것도 이런 입지와 맞물린 성과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UN 해비타트(HABITAT), 미국 해상도시 개발 기업 ‘오셔닉스’ 와 함께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건설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에 따른 난민 문제에 대처하는 시범모델을 우리가 처음으로 건설키로 한 것이다. 이는 박애정신에 입각해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는 프로젝트로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가치와 정신과도 부합하는 사업이다. 부산은 자신만의 기술을 선보일 준비가 돼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반도체, AI, 로봇 등 우리가 보유한 첨단 기술과 제품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ESG 등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부산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한 부산국제영화제, 국제게임전시회(G-STAR) 등 부산 소프트파워의 글로벌 확산 및 동남권 발전에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도 총장_ 인천공항은 대한민국 항공 물류의 90%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항공편을 이용하는 전국의 대부분 수출품이 인천공항에 쏠린다는 말이다. 부산에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이런 편중 현상이 해소되지 않겠나. 부산에 항공 물류 기능이 더해진다면 한반도 남부가 자생력을 갖출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지렛대가 된다. 가덕도 신공항과 도심 간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방편으로 부산시는 ‘어반루프’를 구축할 예정인 걸로 알고 있다. 어반루프는 서쪽에 자리한 가덕도 신공항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인 북항을 거쳐 동부산 오시리아관광단지까지 약 41㎞를 15분대에 이동하는 도심형 초고속 철도 프로젝트를 말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이런 부산 교통 인프라 구축과 항공 물류 기능 확충에도 필수적 대회다. 초스피드 교통혁명은 부산, 나아가 전국의 집값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고부가가치 창출할 부산의 항만 개방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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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산업을 한자리에 모은 ‘NFT BUSAN 2021’ 행사가 2021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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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박람회 유치와 더불어 부산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발전의 롤모델로 삼는다는 얘기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벤치마킹할 덕목을 짚어본다면?

박 시장_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부산은 싱가포르에 비견할만한 입지를 갖췄다. 싱가포르의 여러 성공 요인 중에 가장 주목할 게 바로 사람의 경쟁력이다. 리콴유와 같은 국가 지도자를 비롯해 정부를 이끈 인력이 우수했기에 정치적 역경을 딛고 경제적, 사회적 성취를 이룬 나라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 발전전략을 취했다. 이 나라의 리더들은 중요하고 시급한 전략을 가려내는 안목이 뛰어났고, 탁월한 국제적 감각과 비전에 기초해 이 나라를 세계의 지식 정보 허브로 육성했다. 싱가포르가 특히 강점을 보인 분야가 바로 산학협력이었다. 글로벌 인재와 기업이 자국 내 대학과 긴밀히 협업하는 전략을 통해 싱가포르라는 나라는 인재가 풍부한 국가라는 메시지를 발산했다. 해외의 자본과 인력이 더 몰리면서 고도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이룬 것이다. 부산도 항구도시가 지닌 개방성과 정보성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우리도 허브 도시가 돼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데 방법론을 놓고서는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도 총장_ 싱가포르는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하지만, 선사들과 선박관리회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주거비가 오른 상태다. 싱가포르의 유사한 수준의 세제 혜택과 항만 개방 서비스를 부산시가 제공한다면 이들 회사의 거점을 부산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싱가포르는 자유무역항으로 세금이 아주 가볍다. 부산이 싱가포르와 같은 고부가가치 항만으로도 발돋움하자면 몇 가지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먼저 선박 급유나 수리 시설을 보충해야 한다. 그나마 급유업체도 120곳이 난립하면서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견줘 금융지원이 미흡해 급유 가격이 싱가포르보다 높은 편이다. 금융지원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과제다. 부산에 입주한 국내외 선주 업체와 선박관리회사의 법인세를 일정 기간 감면해주거나 근로소득세, 배당세, 주민세 및 상속세를 싱가포르 수준으로 조정한다면 부산도 얼마든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물류 자유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박 시장_ 좋은 포인트를 지적해주셨다. 1990년대 전후로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과 공항을 겸비하고 탄탄한 제조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국처럼 가공무역, 중개무역에 힘썼다가 어느 시점엔가 전시·컨벤션 같은 마이스(MICE)산업, 바이오산업, 블록체인 등 신산업으로 점프해 최첨단산업 구조를 일궜다. 부산도 새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새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려는 의지를 다져야 할 때다. 부산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지방은 뒤떨어져 있다’는 80년대식 편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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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야경. 부산은 싱가포르에 필적하는 그린 스마트 해양 도시를 지향한다. / 사진: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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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총장_ 우리는 늘 제도에 발목을 잡히는 기분이다.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같은 다양한 계획을 입안하면 실정법에 따라 반드시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각종 규제 조항을 풀고 중앙정부와 협업하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부산은 해양, 수산업으로 거의 돌아가는 도시 아닌가. 지자체가 현지 사정에 특화된 그림을 그리면 중앙정부가 이에 협업하는 구조로 변모해야만 국가균형발전의 토대가 갖춰진다. 균형발전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 사회 지표를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뿐 양극화 현상은 좀처럼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박 시장_ 중앙정부의 관료들은 지금도 지방정부의 역량을 경시하고 있다. 아직도 자기네가 예산을 통제해야 하고 메뉴(쓰임새)도 일일이 지정해주겠다는 식이다. 안 그러면 지역별 과당경쟁, 과잉투자로 인해 희소 자원이 낭비되리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이게 다 지방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자기 앞가림도 못한다는 1980년대식 발상의 연장이다. 지역에 계신 분들도 다 똑똑한 분들이다. 지역의 잠재력과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분야에 투자할 때 발전하는지는 누구보다 그들이 잘 안다. 오히려 중복투자와 예산낭비 같은 비효율은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공모사업 같은 줄 세우기 관행에서 촉발된다.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은 공모사업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달려든다. 한두 지자체가 선정되더라도 결코 지속가능하진 않더라. 예산만 받아먹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심산에서 그런 관행에 집착하는 것 아닐까. 사업 선정, 예산 책정 권한을 모두 권력으로 간주하니 그렇다. 명색이 대한민국 제1의 항구도시라는 부산에 항만 운영과 조성에 관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굴절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도 총장_ 부산 지역내총생산(GRDP) 90조원 중 20조원 정도가 해양 분야에서 나온다. 부산시가 이런 지역 실정에 맞는 특유의 정책 청사진을 그리면 중앙정부가 밀어줘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산시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도처에 걸림돌이 산재한다. 중앙정부와 협의하고 각종 규제를 풀다 보면 이미 차는 떠나고 없다. 이런 구조적 한계가 자생력 고양을 가로막는다. 부산의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자주 모임을 갖고 부산 발전전략 수립에 머리를 맞대도록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산이 품은 숙제를 풀기 위해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한 중론을 모으고 시민과 함께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박 시장_ 제가 중앙정부와 부산시에서 일해봐서 하는 얘기지만 공무원 역량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다 수준이 높다. 대학,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차이가 난다면 그건 지방에 자율성을 안 주는 데서 오는 격차일 따름이다. 제가 대학에 들어갈 즈음 부산대는 대학 평가에서 전국 5위권에 들었다. 소위 ‘SKY(서울대·연대·고대)’ 대학과 어깨를 견줬는데 지금은 10위권 밖으로 밀리고 있다. 지금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교육부가 지방대학 육성한다고 온갖 정책을 다 동원했는데도 말이다. 만약 자율성을 주고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도록 했다면 아주 훌륭한 학교로 거듭났을 대학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방대학을 살리는 길은 간단하다. 교육부가 대학 정책과 예산에서 자율성을 부여하면 된다. 대학의 미래는 해당 대학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가면 충분하다. 예산도 교육부가 큰 방향만 잡아주면서 뭉텅이로 해당 대학과 지자체에 내려보내 알아서 쓰게 하라. 지금처럼 교육부가 대학 행정에 일일이 관여하고 똑같은 지표로 관리하다 보니 지방대가 벚꽃 지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가 시정(市政)에 임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 중 하나가 대학을 살리는 문제다. 어떤 지역도 대학을 살리지 않고서는 지역을 살릴 수 없다.



“쪼가리 예산, 칸막이 예산으론 효과 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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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제공한 AI 탑재 안내 로봇 ‘클로이’와 대화를 나누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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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총장_ 대학이 죽으면 청년이 죽는다. 대학이 약하면 청년들이 크지 못한다. 이런 지역에 어떤 기업이 올 것이며, 누가 투자를 하고자 하겠는가. 모든 건 사람이 하는 것이다. 박 시장이 역점을 두는 지·산·학 협력, 즉 지자체와 산업체, 대학의 협력이 그래서 더 중요한 시점이다. 부산시는 한국해양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사업이 탄력을 받자면 교육부의 권한을 지방의 대학과 지자체에 넘기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출산 정책만 봐도 그렇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년간 저출산 해소에 예산 260조원을 퍼부었지만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해법과 관련해 너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예산이 분산돼버리고, 정작 핵심적 효과가 있을 법한 곳에는 필요한 예산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예산 규모가 문제라기보다는 예산을 분배하고 집행하는 방식에 걸림돌이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박 시장_ 중앙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중앙정부도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정책, 예산 집행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기초해 예산을 포괄적으로 분배해주면 어떨까. 혹여 지자체나 대학의 예산 집행이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이라면 그다음 해 예산을 줄이는 식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정부는 큰 방향의 국가 정책을 설정하면 되고 세부사항까지 참견할 건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예산이 전부 쪼가리로 나뉘고 칸막이로 분리된다면 소기의 효과를 못 본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제 중앙정부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할 시점이다.

도 총장은 공학자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작동하는 원리를 분석한 저서 [대한민국 X파일]을 2012년 펴내기도 했다. 우리가 늘 골머리를 앓는 청년실업, 물가상승, 양극화, 사교육, 이공계 붕괴의 악순환 과정을 글과 그림에 담았더라.

도 총장_ 제자들에게 ‘열심히 하면 출세한다’고 가르쳤는데 그 말 자체가 부질없더라. 아무리 공부해도 실패하기도 하고, 공부 못해도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는 세상 아니던가. 선생으로서 그 해답을 제시하고 싶었다. 1970년대 군부 정권 시절 시작된 고도성장을 거쳐 민주화와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대학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중략)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학의 문은 수시로 닫혔으며, 이로 인해 당시 기초 지식이 취약한 상태로 유학을 갔다가 돌아온 일부 학자들이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중략) 언론 환경 악화와 더불어 일부 언론이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보를 쏟아내면서 우리 사회는 갈등과 반목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중략) 그래서 어떤 분야든 기본에서 적용단계까지 미래를 보고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에 예산이 골고루 투입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진 감도 없지 않다. 나라뿐 아니라 부산도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퀀텀 컴퓨터 등 게임 체인저 기술 속속 부산 입성”



박 시장_ 여러 방면에서 굉장히 앞선 생각을 갖고 있고, 실행력도 대단한 분이다. 부산의 잠재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도 도 총장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큰 자극제가 된다. 안 그래도 부산시는 지역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중요한 포인트로 지·산·학 협력 체계 구축을 꼽는다.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유치도 결국 사람 경쟁력이 좌우하더라. 2020년 부산의 기업 투자 유치 실적은 3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월 제가 취임하고 9개월 동안 기업 투자 유치 규모가 3조6000억원에 달했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새로 투자하는 기업이 맨 먼저 묻는 게 인력 수급 방안이었다. 일할 사람이 있느냐고 묻더라. 결국 대학에서 인적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부산시가 지·산·학 협력을 제1과제로 설정한 배경이다. 부산의 혁신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고 사람의 혁신이다. 게임 체인저 기술로 불리는 퀀텀 컴퓨터 센터가 조만간 부산에 들어올 예정이다. 퀀텀 컴퓨터 센터 같은 첨단기술 유치는, 시작은 하나의 점(點)에 불과하지만 그게 선(線)이 되고 면(面)이 되면서 융합의 시대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게 된다. 부산의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잉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산업도 부산에서 꽃피울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정열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 부산시와 시민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자기 혁신 과제를 들자면?

도 총장_ 지역 균형 발전을 주요 국책 사업으로 추진한 노무현 정부 시절 전국 테크노파크 사업에 수천억원 예산을 내려보낸 적이 있다. 그때 ‘박사 위에 교수 있고, 교수 위에 주사(主事, 6급 공무원) 있다’는 얘기가 부산에서 돌았다. 예산 배정에서 을(乙)일 수밖에 없는 학교나 기업에 대해 갑(甲)으로 군림하게 되는 일부 공무원을 겨냥한 말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여기지만, 완전히 개선되었을지는 의문이다. 부산시청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르는 관료조직으로 돌아가기에 그런 문화를 혁파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박 시장_ 중요한 지적이다. 관료조직은 자기 책임 영역이 분명하고 기능적인 업무 분장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융합적인 일이나 협업에 적합하거나 원활한 조직은 아닐 것이다. 이원적 관리에 따라 활동하는 매트릭스 조직이나 네트워크 조직으로 가기 어려운 조직이 공직사회인 듯하다. 이런 환경에 변화를 주고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여러 과를 연결해 팀제로 운용하기도 한다. 인사의 자율성이 극히 제한돼 있긴 하지만 열정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이 일에 대한 열정과 잠재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여건을 최대한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재승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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