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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디아블로가 그렇게 재밌나?…MS가 82조 주고 블리자드를 산 진짜 이유 [홍키자의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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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47] 마이크로소프트(MS)가 블리자드를 샀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무려 82조원의 현금성 자산으로 인수한다는 것인데, 한국 주요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부터 넥슨, 넷마블 등 기업의 시가총액을 다 합쳐봐야 50조원이 안 되니, 얼마나 큰돈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대체 MS는 왜 게임회사를 인수한다는 걸까요? MS가 게임회사를 인수해서 낼 시너지가 있을까요?

블리자드 인수의 속내는 '메타버스'

매일경제

사진=마이크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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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IT 역사상 최고액의 인수·합병으로 꼽히는데요. 2016년 델이 데이터스토리지 업체인 EMC를 인수할 때 가격이 670억달러였으니, 얼마나 큰 거래인지 느낌이 옵니다.

블리자드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도 유명한 회사죠.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회사이고, 한국에 e스포츠 붐을 불러일으켰죠. 대한민국에 PC방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도 모두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 때문이었죠. 이후에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콜오브듀티' '오버워치' 등을 제작해 히트를 쳤고요. 매월 전 세계에서 4억명이 블리자드의 게임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MS와 게임이 무슨 접점이 있나"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인 게 MS는 가정용 콘솔 게임기인 'X박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것만으로 이제, 텐센트와 소니에 이어 전 세계 3위 게임사로 발돋움하는 겁니다.

그래서, 왜 게임사일까. 게임에 미래가 있는 걸까라고 생각한다면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겁니다. 바로 '메타버스'죠.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늘 나오기 때문에 혹자들은 좀 지겨울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아직 시작도 안 한 판이긴 합니다. MS와 같은 빅테크 기업은 메타버스의 미래를 그리고 있거든요. 실제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하면서 "게임은 가장 역동적이면서 흥미로운 플랫폼일 뿐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메타버스와 게임이 어떤 관계냐고 묻는다면, 넥슨 대표의 멘트를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회사 기고를 통해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게임'이다. 이용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수많은 소비자가 특정 엔터테인먼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실제로 재미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우리의 가상 세계에 놀러 오도록 설득할 수 없으며, 방문자가 없다면 사업성 또한 사라지게 된다."

사람을 끌어모으려면 재밌어야 한다는 겁니다. 본질은 그겁니다. 재미없으면 사람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것이고, 플랫폼은 사람을 끌어모아야 돈을 벌 수 있는 본원적 특성을 가진 것이고요. 메타버스니, 메타버스3.0이니 상관없이 첫째나 둘째나 '재밌어야 한다'는 겁니다. 메타(페이스북)가 2014년 가상현실(VR) 회사 오큘러스를 인수한 후 VR 게임 산업을 육성하고, MS가 메타버스 플랫폼인 마인크래프트에 이어 블리자드까지 연이어 인수하는 건 다 재미를 위한 행보라고 봐야 하는 겁니다.

범용 메타버스 플랫폼 만들려는 MS

매일경제

자료=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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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목표는 '범용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겁니다. 나델라 CEO는 인수 발표 자리에서 "중앙 집중적인 단일 메타버스 플랫폼이란 없다. 또 있어서도 안 된다.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원해야만 한다"며 "게임의 메타버스는 강력한 콘텐츠 프랜차이즈에 커뮤니티와 개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는 게 폐쇄적인 모델로 한 곳이 독점하는 형태가 아니라, 각자 떨어져 있는 플랫폼들을 모두 연결시키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메타의 전략과도 연결되는 지점이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메타버스는 공공장소 같은 온라인 공간이 돼야 한다. 사람들이 공동으로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이 메타버스여야 한다. 회사마다 자체 메타버스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범용 플랫폼을 만든다는 게 또 이해가 안 되죠. 쉽게 말해 모든 플랫폼에서 쓸 수 있는 화폐 '코인'이 하나 있는데, 이 코인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속 아이템인 집행검을 하나 구매하고, 남은 잔액으로 이마트에서 장보기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남은 코인으로 라면 몇 개와 소시지 좀 사고요. 이 같은 미래가 가능하다면, 정말 많은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 것이죠.

올해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애플과는 정반대의 행보가 될 수 있습니다. '애플 vs MS·메타'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이겠죠. 애플의 ioS 시스템은 그 자체로 폐쇄적인 플랫폼이 기본 구조이기 때문에, 스마트글라스를 출시해도 아이폰을 활용하거나 자체 애플의 도구와 연결하는 형태로 플랫폼을 구현할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는 바야흐로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 MS, 메타, 구글 등 전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중심의 빅테크 기업들 간 싸움이 진행되는 겁니다. 메타버스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미 자리를 틀고 있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메타'라고 회사 이름을 바꾼 이유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한 사람으로 나뉠 것으로 확신합니다.

[홍성용 기자]

매주 토요일 연재되는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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