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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상층부터 무너진 천장, 시루떡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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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12일째’ 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 공개

실종자 흔적은 없고 사람 힘으로 구조 쉽지 않아

22층 도착하자 “낙하물 발생”…일부는 접근 제한


한겨레

2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이 언론에 공개됐다. 사진은 취재진이 붕괴한 내부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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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떡 형태로 잔해물이 쌓여 있어 사람 힘으로는 잔해물 제거 작업이 어렵습니다.”

22일 오전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서구 긴급구조통제단장)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25층 1∼2호실 무너진 바닥을 보여주며 한숨을 쉬었다. 구조대원들은 11일 오후 붕괴사고 직후부터 12일째 내부 수색작업을 하고 있지만 13일 오전 희생자 1명을 발견했을 뿐 나머지 실종자 5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아파트 붕괴 현장을 내부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문 서장이 안내를 맡은 아파트 내부 현장 브리핑은 내부 계단을 따라 1층부터 39층 옥상까지 살펴보는 방식으로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이뤄졌다.

건물 북쪽으로 난 1층 출입구로 가는 동선에는 공사 개요판, 안전모 걸이, ‘금일 위험 작업 현황판’ 등 벽에 걸려 설치돼 있었고 ‘모든 재해는 예방할 수 있다’, ‘웃으면서 출근한 길 웃으면서 퇴근하자’라는 안전 구호가 곳곳에 보였다.

구조대원들은 201동에 있는 유일한 계단(폭 1.2m)을 통해 상층부로 올라가고 있었다. 계단 난간은 녹색 안전망이 대신하고 있었다. 1층 출구부터 39층까지는 정전 때 구조대원들의 대피를 돕는 조명줄이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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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22일 처음 언론에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내부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32층 1호실 붕괴구역에 구조대원들이 내부 잔해물을 치우고 안전선을 그려놓은 모습.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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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식 서부소방서 행정팀장(소방경)은 “대원들이 39층에서 장비를 짊어지고 1층까지 내려가면 12분 걸린다. 위급상황이더라도 안전을 위해 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물 20층에 도착하자 계단 벽에는 구조팀에서 써놓은 ‘최후의 일인까지 최선을 다한다’라는 글귀가 보였다. 구조대는 원활한 상층부 수색을 위해 18일 전진지휘소를 설치했다. 건물중심부가 가장 안전하다는 구조기술사들의 의견에 따라 엘리베이터 주변에 대원쉼터와 대피지역이 조성됐다. 장비는 그보다 두 층 올라간 22층에 보관하고 있다. 이 곳은 구조 및 수색 현장의 바로 아래다.

23층부터는 본격적으로 붕괴한 모습이 보였다. 거실쪽 외벽이 뚫려 있었고 콘크리트 덩이가 매달린 천장쪽 철근이 바닥쪽으로 휘어져 있었다. 바닥에는 긁힌 자국이 보였다.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 낙석 방지 등을 위해 몸에 안전끈을 묶은 채 최대한 외벽쪽으로 접근해 길이 3m 특수 갈퀴로 잔해를 끌어모은 흔적이었다.

크레인이 매달린 쪽인 23층 2호실은 천장이 살짝 내려앉았을 뿐 붕괴는 되지 않았다. 25층에 도착하자 1호실은 무너진 외벽이 수직으로 걸쳐 있었고, 2호실은 천장이 무너져 현관 진입이 불가능했다.

문 서장은 2호실을 가리키며 “상층부부터 무너진 천장이 차곡차곡 쌓여 시루떡 형태를 보였다. 그래서 사람 힘으로 구조가 힘들다”고 말했다. 단단하게 쌓인 콘크리트더미는 내시경카메라를 집어넣을 수 없어 수작업으로 수색해야 한다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은 시멘트 분진도 장비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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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 20층에 마련된 전진 지휘소. 201동에서는 11일 붕괴사고가 일어나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구조당국은 20층에 전진지휘소를 설치해 상층부 수색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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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부터 27층까지 1호실 거실쪽은 무너진 외벽에 가로막혀 바깥이 보이지 않았다.

“22층 낙하물 발생!”

오전 11시33분께 문 서장의 무전기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문 서장은 깨진 28층 1호실 서쪽 창문을 가리키며 “아직 잔해낙하물에 의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11시37분 31층에 도착하자 낙하물을 알리는 경보음 소리가 또 들렸다.

31층부터는 1∼2호실 붕괴구역 안쪽으로 노란선이 보였다. 구조기술사들과 협의해 설정한 안전선이다. 이미 잔해물 제거작업을 마친 33층부터는 비교적 내부가 깔끔했다.

1층에서 40여분 만에 도착한 옥상(39층 바닥)은 사고 당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타설 펌프기는 남쪽으로 향해 있었고 거푸집 자재, 배관 등이 보였다. 콘크리트 양생(굳힘)을 위한 검게 그을린 고체연료 사각 깡통도 줄에 매달려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아직 양생(굳힘)이 덜 된 남쪽 바닥 접근을 막았다. 바닥 곳곳에는 실금이 간 상태였다.

안내를 맡은 구조대원들과 함께 함께 1층으로 다시 내려섰다. 구 팀장은 “출입통제선에서 소방서장도 열외 없이 출입 인원으로 세고 들어가고 나올 때 수가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원들은 체력 안배를 위해 30분 동안 구조작업을 하고 충분히 쉬고 있다”고 말했다.

문 서장은 “조만간 타워크레인과 옥상 거푸집(갱폼)이 철거되면 크레인쪽 2호실 수색도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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