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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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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득템했는데"…가정집이 미술품 보관에 제격인 이유 [아트마켓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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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 가정집 복도에 유화 작품이 세워져 있다. 그림은 박신영 작가의 `그림자 전투`(캔버스에 유채, 91×73㎝, 2018). 가정집은 보통 25도 안팎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므로 습도만 일정한 수준으로 잘 유지된다면 작품을 보관하기 좋은 환경이다. 유화는 벽면에 걸거나 세워 보관해야 캔버스 천이 늘어나면서 그림에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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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 사용설명서-4] 회화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할 수밖에 없다. 유화의 경우 캔버스 천이 노화하면서 탄력을 잃고 물감과 바니시(화면 보호나 수정, 광택 등을 위해 사용하는 투명 도료)의 색이 변하는 것은 물론, 보관 상태에 따라 표면이 갈라지거나 심한 경우 물감 파편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캔버스를 보강하거나 물감이 떨어져 나간 부위를 새롭게 메워 칠하는 등 보존 처리를 할 수도 있지만, 그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그만큼 원본으로서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드물게 작가가 직접 그림을 고쳐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도 미묘하게 원래 그림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번 손상된 회화 작품을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작품이 최대한 손상되지 않도록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보통 전통적인 유화는 여러 층으로 구성돼 있다. 나무 틀에 씌운 캔버스 천(또는 종이·비단, 나무판 등)에 먼저 아교, 젯소 등을 발라 바탕을 칠한 뒤 그 위에 물감을 칠해 그린다. 젯소는 석고와 아교를 혼합한 흰색 재료로, 물감의 접착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교는 유화 물감의 기름이 스며들어 캔버스가 쉽게 산화하는 것은 막아준다. 때로는 원하는 색과 질감을 내기 위해 여러 겹의 물감을 칠하기도 하고 바니시를 바르기도 한다.

이런 회화 재료들은 특히 온습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각기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림의 표면이 변형되고 물감층에 균열, 박락, 곰팡이, 백화(白化) 현상 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미술품, 특히 회화 작품을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온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화나 종이 작품을 보관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은 섭씨 20도의 온도와 50%의 습도다. 하지만 섭씨 5~32도, 40~70% 범위 안에서는 온습도 수치 자체보다는 온습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15~25도, 45~55%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10도면 10도, 60%면 60%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환경이 더 좋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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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작가의 `소녀입상`(캔버스에 유채, 90.8×65㎝, 1944). 오른쪽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이 나타난 부분을 확대한 모습.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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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는 낮을수록 좋고 가급적이면 간접조명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 빛에 노출되면 재료에 변형이 일어나고 강한 빛에 자주 노출되는 경우 표면에 변색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200럭스(lux·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 이하를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직사광선은 금물이다. 에너지가 강한 자외선은 물론 전시를 위한 인공조명도 직접 쪼이는 것은 좋지 않다.

습도에 영향을 미치는 통풍도 중요한 요소다. 여러 작품을 한곳에서 보관할 때는 서로 간격을 띄워 놓아야 바람이 잘 통할 수 있다. 에어컨이나 제습기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먼지가 쌓일 것을 우려해 비닐로 그림을 싸서는 안 된다. 좁은 공간에 밀폐되면서 습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종이나 천을 이용하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액자 안에 담긴 작품은 자주 살펴봐야 한다. 70% 이상의 습도에서는 곰팡이가 피기도 쉽다.

가정집은 통상적으로 25도 안팎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므로 습도만 일정한 수준으로 잘 유지된다면 작품을 보관하기에는 상당히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베란다 앞이나 지하실 등은 벽면의 습도가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곳에 그림을 걸 때는 벽면의 건조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또 새로 지어진 집이라면 미술품 보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유화는 세우거나 걸어서 보관해야 한다. 캔버스 천을 나무 틀에 팽팽하게 고정시켜 놓기 때문에 눕혀서 보관하면 중력 때문에 작품이 늘어나면서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벽면에 걸지 않고 따로 보관할 때는 플라스틱 상자에 세워 넣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하거나 흡습제(실리카겔)를 넣어 밀폐된 상자 내부의 습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

전시나 보관, 운송 등 취급 도중 발생하는 충격이나 진동에도 유의해야 한다. 충격은 그림에 물리적인 손상을 가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고, 강한 진동은 자극 이후에도 장시간에 걸쳐 그림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림을 들어올릴 때나 옮길 때는 어느 한 부분을 잡거나 들지 말고 캔버스 뒷면 나무 틀을 균형 있게 잡아 들도록 한다. 가급적이면 작품 아래는 받침을 받치는 게 좋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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