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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LG엔솔 100조 떼놓은 당상"...ETF가 괴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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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시장 74조...5년내 200조 성장 기대

LG엔솔, 패시브發 오버슈팅·수급교란 우려

카뱅, MSCI편입에 9만원 찍은뒤 반토막

규모따라 기계적 매수 ETF 고평가만드나

"코스피시장 3% 불과, 우려할 단계 아냐"

"10% 뿐인 활성화자금 봐야. 영향 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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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금융시장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칭송을 받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규모가 나날이 확대되면서 시장에 끼칠 역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패시브 펀드들의 기계적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 한때 과장되고, 수급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불안이 국내 증시에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아직 ETF로 인한 가격 왜곡 등 부작용을 걱정할 규모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시세를 좌우하는 ‘활성화 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적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ETF 시장 비대화가 야기할 문제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韓ETF 5년내 200조 찍는다…글로벌 ETF시장 1경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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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가치 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73조 9,675억 원으로 지난 2017년 말(35조 6,109억 원) 대비 108% 급증했다. 지난 1년 사이에도 42.1% 가파른 성장을 이뤘으며 업계에서는 향후 5년 내 200조 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전망한다. ETF의 가파른 성장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글로벌 ETF의 자산 총액은 9조 5,000억 달러(1경 1,300조 원)로 3년 만에 덩치가 2배로 불어났다.



매물없는데 펀드 매수 줄대기···LG엔솔 쟁탈전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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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 ETF가 급격히 세를 불리면서 최근 시장에서는 펀드와 관련된 소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달 국내 증시를 혼란에 빠뜨린 주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슈다. 전문가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을 100조 원 내외로 추산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통가능 물량이 전체 10% 안팎에 불과한 탓에 상장 초반부 공모가 기준 시총(70조 원)의 2배인 140조 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낙관을 내놓았다. 이들이 주가 상승에 자신감을 갖는 배경은 유례 없는 초대형 공모주의 상장으로 MSCI·코스피200 등 국내외 주요 지수, BBIG·2차전지 ETF에 조기 편입이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 펀드들도 벤치마크(BM)인 코스피에 수익률이 뒤쳐질 것을 우려해 LG에너지솔루션의 매수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물량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펀드들이 비싼 값에도 치열한 물량 확보 경쟁을 펼치면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버슈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8월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카카오뱅크(323410)는 상장 직후 MSCI 지수에 편입되는 호재 등이 맞물리면서 한때 공모가 대비 140% 이상 높은 9만 4,4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줄곧 내림세를 타며 현재 가격(21일 종가, 4만 3,800원)은 그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형적인’ 주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초대형주 공모주의 고평가는 단순 개별 종목 이슈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 펀드들이 비싼 가격에 공모주를 담으면 기존 종목들은 그에 상응하는 만큼 덜어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교체 매매가 발생하면서 시장 자체에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문제다.



“공룡된 ETF가 시장 뒤흔든다” 새 위험으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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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빠르게 성장을 마친 미국 등 해외에서는 ETF가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패시브 중심의 ETF를 추종하는 자금이 급격히 비대해지면서, 시장을 따라간다는 애초의 취지와 달리 시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적정 밸류에이션이나 펀더멘털을 따지지 않고 시총 규모에 비례해 자금이 각각 배분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소형주는 소외되고 대형주의 가격에는 거품이 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증권사 스톤엑스는 “최근 몇간 패시브 펀드에 쏟아진 수조 달러가 미국 주식의 가치를 부풀렸고, 주식시장을 재구성했다”며 “소형주와 가치주가 소외되고 성장주와 대형주가 수혜를 입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제자리 찾는다? "개미관점은 달라. 시총보단 액티브머니 봐야"

유가증권시장 속 ETF의 시총 비중은 3.4%에 불과해 해외에서 발견된 부작용을 우려하기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며 시세를 결정하는 ‘활성화 자금’은 전체 시총의 5~10%에 불과해 74조 원이라는 ETF 규모를 작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준혁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는 “패시브 펀드에 의한 개별 종목의 고평가 문제는 언젠가 해소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기관 및 장기투자자 관점이지 소액투자자의 입장은 다르다”며 “일시적인 문제라도 시장을 교란할 요인이 있다면 신규 공모주는 보다 정확한 가치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기간을 둔 뒤 지수에 편입한다는 등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만일 시장 규모가 2,000조라고 가정하면 약 100~200조 만이 실제 거래를 일으키며 주가 변동성을 만드는 돈”이라면서 “국내 시장 규모에 비춰 ETF의 비중이 미미해보일 수 있지만 실제 시세에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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