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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강남보다 비싼 베트남 땅?…평당 4억에 팔렸다가 취소 왜 [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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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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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77]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베트남 경제수도 호찌민 땅이 기록적인 가격에 팔렸다가 취소된 사연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달 하노이에 본사를 둔 떤황민그룹(Tan Hoang Minh Group)의 비엣스타부동산투자(Viet Star Real Estate Investment)는 호치민 투티엠지구(Thu Thiem) 토지를 ㎡당 24억3000만동(1억2800만원)에 낙찰받았습니다. 평(3.3㎡)으로 환산하면 토지 1필지를 평당 4억2200만원에 사들인 셈입니다. 웬만한 강남땅보다 훨씬 비쌉니다. 땅 전체 넓이는 1만300㎡에 달해 전체 입찰가는 1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2014년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전 용지(현 GBC 용지) 입찰가액으로 10조5500억원을 써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경쟁 상대였던 삼성의 두 배가량 써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당시 감정가인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을 써냈습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땅을 살 때 3.3㎡(평)당 가격이 4억3879만원이었습니다. 당시 현대차는 땅을 비싸게 산 경위를 해명하기 위해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땅을 낙찰받은 지 9일 만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기간 그룹 시가총액이 10조원 가까이 빠졌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땅을 비싸게 샀다는 논란이 당시 거셌던 것입니다.

그런데 비엣스타가 호찌민 땅을 사겠다고 부른 금액(평당 4억2200만원)이 2014년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땅을 산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니 상식적인 잣대로는 말이 안 된다고 할 것입니다.

비엣스타의 낙찰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 베트남 분위기도 그러했습니다. 정부 주요 고위관계자들이 "낙찰가가 비정상적이고 터무니없다" "호찌민 도심 상업지구에서 가장 땅이 비싼 곳과 비교해도 낙찰가가 2배나 높을 수 있느냐"며 날 선 비판을 해댔죠.

'질러도 너무 질렀다'고 생각했을까요. 결국 도안쭝(Do Anh Dung) 떤황민그룹 회장은 응우옌푸쫑(Nguyen Phu Trong) 총서기장 및 팜민찐(Pham Minh Chinh) 총리 등 최고 지도부에게 서한을 보내 "낙찰받은 용지를 포기하겠다.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낙찰 포기로 떤황민그룹이 포기해야 하는 입찰보증금만 5880억동(309억원)에 달합니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는 가운데 자금을 대기로 한 해외 부동산 디벨로퍼가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투티엠지구는 이론의 여지없이 호찌민의 차세대 '강남'이 될 곳입니다. 강줄기가 만든 완만한 원모양의 용지를 타고 여의도의 2.2배 용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상하이 푸둥지구를 벤치마킹해 베트남의 금융도시로 키우려는 곳이죠. 한국의 롯데 GS 포스코 등도 투티엠에서 사업 하나씩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개발이 다 끝나면 베트남 최대의 부촌이 될 곳은 확실합니다. 수년 전 분양한 투티엠 아파트들은 지금 그때 대비 훨씬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와 지역마다 다른 용적률 규제 등을 감안하더라도 베트남 투티엠 땅값이 한국 삼성동과 비교되기엔 시기상조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낙찰 포기라는 허무한 결말로 끝났지만 이번에 쓰인 기록은 다음 입찰 때 분명히 영향을 미쳐 베트남 땅값을 밀어 올리는 불쏘시개가 될 것입니다.

평당 4억원에 땅을 낙찰받으면 여기에 세운 아파트는 평당 얼마를 받고 분양해야 수익이 날까요. 리조트와 레저시설을 세운다면 어떻게 운영해야 땅값을 충당할까요.

미국 테이퍼링이 마무리되고 글로벌 곳곳에서 금리 인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그동안 풀어놨던 돈 보따리가 곳곳에서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살아야 할 세상이 문득 더 무서워집니다.

[홍장원 기자(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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