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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경기 연속 캐넌포' 백승호, '벤투호 신무기'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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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몰도바와 국가대표 평가전 25m 추가골, 4-0 완승 기여...황보관 연상 '캐넌 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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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의 신무기' 백승호가 21일 몰도바와 평가전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넣고 있다./K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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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박순규 기자] '벤투호'의 '신무기'가 탄생했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의 백승호(25)가 2경기 연속 캐넌 슛으로 골을 넣으며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앞둔 벤투호 공격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마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캐넌 슈터'로 이름을 날린 황보관을 보는 듯한 대포알 슛은 축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임인년 새해 첫 해외원정을 가진 벤투호의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한국시간) 터키 안탈리아의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몰도바와 평가전에서 김진규(부산), 백승호(전북), 권창훈(김천), 조영욱(서울)의 연속골에 힘입어 4-0 대승을 거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동 원정 경기를 앞두고 지난 9일부터 터키 전지훈련을 갖고 있는 벤투호는 15일 아이슬란드전(5-1)에 이어 기분 좋은 2연승을 거뒀다. 2경기 연속 4골차 완승으로 유럽 국가를 상대로 가장 큰 점수 차이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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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캐넌포'를 작렬한 황보관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백승호./K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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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파로만 구성된 이번 전지훈련의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실점을 최소화하고 득점을 배가시켰다는 점인데, 공격 카드의 다변화가 첫 손에 꼽힌다. 조규성의 포스트 플레이와 김진규 권창훈의 공격 전개, 백승호의 가공할 만한 중거리슛이 눈에 띄었다. 특히 아이슬란드전에서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벤투호의 올해 첫 골이자 자신의 A매치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백승호는 몰도바전에서도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려 벤투호의 공격 옵션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몰도바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백승호는 1-0으로 앞선 전반 32분 페널티아크 정면 25m지점에서 강력한 오른발 낮은 프리킥으로 왼쪽 골문을 뚫었다. 몰도바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하기 위해 수비벽 옆에 자리했다가 킥 순간에 재빨리 자리를 피한 김건희(수원)의 움직임도 좋았지만 이를 오차없이 정확하게 통과하도록 찬 백승호의 슛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중계방송 카메라가 상공에서 잡은 슛의 궤적은 마치 '바나나 킥'처럼 수비수 사이를 통과한 뒤 왼쪽 골포스트를 향해 급격히 휘는 모습을 보여 중계진의 탄성을 자아냈다.

백승호는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목표를 정하고 강하게 차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맞아서 운 좋게 들어갔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백승호의 중거리슛은 지난 2018년 8월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 체제에서 마땅한 중거리 슈터가 없는 고질적 약점을 해소해줄 수 있는 '해결사'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백승호는 특히 페널티박스 외곽 20~25m 지점에서 상대 수비를 무력화시키는 캐넌슛에 '원샷 원킬'의 장점을 지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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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대포알슛을 날린 황보관. 선수 생활을 마친 후 지도자와 행정가로 활동하고 있다./K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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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는 아이슬란드와 1차 평가전에서도 상대 기세를 무너뜨리는 기습적인 20여m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5-1 승리의 포문을 열었다. 페널티박스 밖에서 날리는 중거리슛은 페널티박스 안에 밀집된 수비수를 밖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격하는 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옵션 가운데 하나다. 특히 백승호의 중거리슛은 강한 임팩트로 강력한 파워와 정확도를 갖췄다는 점에서 1990년 한국 축구팬들을 흥분케한 황보관의 캐넌포를 떠올리게 한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대표로 나선 황보관은 1990년 6월 17일 우디네에서 열린 스페인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 43분에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외곽 프리킥 상황에서 최순호가 살짝 밀어준 볼을 달려들며 오른발 슛으로 스페인 골문을 갈랐다. 약 25m 전방에서 찬 슛으로 시속 114km/h의 캐넌 슛으로 기록됐다. 당시 상대 골키퍼는 FC 바르셀로나의 레전드인 안도니 수비사레타였으며 그조차 손을 쓸 수 없는 기가 막힌 골이었다. 이 골은 당시 대한민국의 유일한 골이자, 이탈리아 월드컵 '베스트 골 5'에 선정됐다. 이후로 황보관 하면 캐넌 슛, 캐넌 슈터 하면 황보관일 정도로 중거리슛의 대명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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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해외 전지훈련에서 다양한 공격 전술을 펼쳐보인 파울루 벤투 감독이 몰도바전에서 선수들의 위치를 조절하고 있다./K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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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관과 백승호의 공통점은 모두 페널티박스 외곽 20~25m 지점에서의 슛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백승호가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서 넣은 2골도 모두 25m 지점이다. 페널티마크까지가 골라인에서 11m, 페널티마크에서 페널티아크의 원을 9.15m로 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페널티아크의 거리는 20.15m가 된다. 백승호가 프리킥을 찬 지점이나 황보관이 스페인 골문을 폭격한 지점 모두 약 25m이다. 중거리슛을 날리기에는 이 지점이 상대 수비수와 거리를 벌리고 슛의 위력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으로 꼽힌다.

또 같은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25살의 나이에 캐넌포로 인상적 플레이를 보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황보관이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할 당시의 나이가 25세였고, 백승호 또한 올해 연 나이로 25세다. 182cm-72kg의 백승호는 178cm의 황보관보다 체격 조건에서 좀 더 낫다. 지난 2019년 이란과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발탁된 백승호는 이승우 등과 함께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기대를 모으다가 이번 전지훈련에서 비로소 데뷔골을 기록하며 꽃을 피운 케이스다.

지난 9일부터 터키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벤투호는 두 차례 평가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는 27일 레바논과 다음달 1일 시리아전을 치르기 위해 25일 중동으로 이동한다.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7·8차전에는 해외파 선수들이 합류할 예정이어서 이번 전지훈련 선수 가운데 일부는 엔트리 탈락으로 귀국해야 한다. 하지만 두 차례 평가전 내용으로 볼 때 백승호는 확실한 장기를 보여줘 엔트리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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