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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자의 눈] 대유행 앞두고 말 바꾸기식 방역대응…국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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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강승지 기자 © 뉴스1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오미크론 발 코로나19 5차 대유행을 앞두고 방역당국의 오락가락 갈짓자 행보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그간 정부 주도 하에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해 온 우리로서는 방역 당국의 메시지가 주는 무게가 남다르다.

거의 매주 단위로 정부가 발표하는 방역체계와 방역지침이 나올 때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피눈물을 흘린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땐 정부에 대한 신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방역당국의 메시지가 바뀐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국민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경험한 우리 정부는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14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7000명에 이르면 방역 의료 체계를 '오미크론 대응 전략'으로 신속히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헌데 연이틀 60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고 7000명에 근접하자 당국은 말을 바꿨다. 20일 "주간 일평균 7000명이 넘으면 전환 시기와 세부 내용을 논의하겠다"고 한 것이다.

다음 주 중 일일 확진자는 7000명 가능해 보인다. 당국은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강해 7000명이 순식간에 8000~9000명, 1만 명보다 더 늘 수 있다고 예견했었다. 7000명 발생 즉시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게 14일 입장이었는데 돌연 주간 일평균 7000명이 넘어야 시기, 내용을 확정짓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더구나 왜 말을 바꿨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저 "7000명 기준은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기준이 아니다. 7000명 수준이 평균 추세로 형성이 되면 그때부터 전환한다"고 한 게 전부다.

많은 전문가들이 오미크론 변이의 대확산을 우려하면서 방역 대응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수차례 경고했었다. 당장 다음주 중에 오미크론이 우세종화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알려진 대로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기존에 가장 강력했던 델타 변이 보다도 2~3배 빠르다. 하루 7000명이 순식간에 1만~3만명으로 확산될 수 있다. 한 수리모델 예측에서는 하루 최대 9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고 하루 7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지면 검사와 환자 치료 등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미 우리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도입하면서 경험했던 바다.

의료체계는 비상 대응체제로 바꾼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루 확진자가 7000명대가 되면 정부는 대응단계로 전환해 오미크론과의 일전을 벌이겠다고 했다.

대응단계의 핵심은 동네병의원의 역할이 크다. 넘쳐나는 확진자를 대형병원이나 거점병원에서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에서부터 재택치료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할을 동네 병의원들이 해줘야 한다.

그러나 당국은 "동네 의원의 코로나19 진료 참여는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방역체계를 전환한다고 해도 일정 시점 체계가 완전히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번복했다. 진료 체계를 대형병원 위주에서 동네 병·의원 참여형으로 즉시 바꾸겠다던 약속 역시 미룬 것이다.

거듭된 당국의 말 바꾸기는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모든 재택치료 의료기관에 '24시간 현장 대기' 등 동네 병·의원 여건상 어렵고 현실성 부족한 지침을 요구한 탓에, 논의 과정이 지체됐다고 했다. 당국은 19일 오후에야 대한의사협회에 동네 병의원 참여 공문을 보냈다. 결국 동네 병의원들은 아직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은 채 조만간 경증 환자를 받아야 할텐데 현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국의 안일한 판단과 준비 부족으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건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으로 방역상황이 나빠지는 데도 긴급비상조치 결정을 망설였다. 특별방역대책이라는 명목으로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다, 다수의 위·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12월 16일 단계적 일상회복 중단을 선언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전 국민에 진행한 위드코로나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일상회복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위험이 커졌다고 느끼는 의견'이 70%에 달했다. 종전의 위드코로나, 방역체계 전환이 오히려 국민을 불안, 위험하게 만드는 '준비 안 된' 정책이었던 탓이다.

준비가 덜 됐다면 솔직하게 설명하면서, 필요한 일은 지체없이 추진해야 한다. 국민과 방역 의료 현장에는 참여와 이해를 요구하면 된다. 이 방법이 불안을 덜고 불확실한 코로나19 유행을 함께 감내할 일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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