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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신세계 경쟁사마저 '스벅 러브콜'…불매도 안통하는 별다방 인기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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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 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이재은의 '똑소리']충성고객 두터워 불매운동 매번 실패…경쟁사들 핵심 점포에도 모두 스타벅스 입점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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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오는 13일부터 일부 음료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한다고 밝힌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스타벅스를 찾은 고객들이 매장 이용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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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불매'라더니 올해도 또..."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도 '스타벅스 열풍'을 막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 불거진 '불매 운동' 열기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SCK컴퍼니)는 지난 20일 스타벅스 럭키백 판매를 시작했는데, 판매 시작과 동시에 전국 대부분 매장에서 품절됐다. 매장 오픈과 동시에 각 매장에서 30분~1시간 만에 럭키백이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럭키백은 스타벅스가 매년 초 럭키백 전용 상품과 지난 시즌 출시 상품, 무료 음료 쿠폰 등을 담아 판매하는 상품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시즌 상품을 판매하는 '재고떨이 상술'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오지만 럭키백은 매년 당일 완판을 기록할 만큼 큰 인기다. 매진 후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리셀(되팔기)도 빈번히 일어난다. 스타벅스 럭키백은 2007년 2만8000원에서 2010년 4만8000원, 2019년 6만3000원 등으로 가격을 꾸준히 인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기가 식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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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스타벅스 럭키백 구성품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딱 열흘 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의 영향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거세게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일던 때, 한 유통업계 관계자와 스타벅스를 갔는데 고객들로 꽉 차 자리가 없었다. 당시 "불매라더니 고객이 여전히 많네요"라는 내 말에 그는 "스타벅스 충성고객이 그렇게 많은데, 불매 뭐 성공하겠나요.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도 없잖아요"라고 답했다. 내가 "온라인 분위기가 무섭던데 이번엔 좀 다르지 않겠냐"고 하자 "스타벅스는 인기가 워낙 높아 경쟁사들이 경쟁을 해보려다가도 포기할 정도인데 한 번에 인기가 수그러들 리가 없다"고 했다.

실제 그동안 수차례 국내에서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벌어졌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앞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 NBC 해설자 조슈아 쿠퍼 라모가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빚어졌다. 그가 미국 스타벅스의 이사인 것이 알려지면서 한국내 불매운동이 시작됐지만, 꾸준히 지속되지는 않았다. 또 지난해 스타벅스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을 당시에도 스타벅스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 나왔지만 실제로 불매운동이 불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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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트위터를 중심으로 돌던 'NO 정용진 이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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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를 스타벅스의 충성고객이 워낙 많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실제 스타벅스는 두터운 충성고객을 바탕으로 국내 진출 이후 줄곧 성장세를 달려왔고,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로 편입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7월 미국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어 기존 지분 50%를 포함해 총 67.5%를 확보했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806억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이마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86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이마트는 11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되는데 스타벅스 연결 효과 제외시 기존 사업부 실적은 사실상 감익한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벅스가 모회사인 이마트를 사실상 먹여살린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스타벅스의 폭넓은 충성고객에 따른 브레이크 없는 성장세와 인기 고공 행진은 경쟁사들이 경쟁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다. 보통 백화점, 마트, 아울렛, 쇼핑몰 등은 집객 효과 등을 위해 카페를 배치하는데, 신세계그룹의 유통 라이벌 롯데그룹은 그동안 수년간 오프라인 매장에 스타벅스 점포를 입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예컨대 '롯데타운'으로 알려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몰 내에는 앤제리너스, 폴바셋, 오설록, 달콤커피 등이 있을 뿐 스타벅스 매장이 한 곳도 없다.

하지만 2020년 말부터 바뀌었다. 경쟁사를 견제하기보단 경쟁사를 들이더라도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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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동탄점 내 입점한 스타벅스 매장 외부 전경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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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롯데피트인 산본점 1층에 스타벅스가 입점했고, 연달아 지난해 2월 롯데몰 광명점에도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뿐만 아니다. 롯데가 지난해 공들여 오픈한 신규 점포에도 스타벅스가 모두 입점했다. 지난해 8월 오픈한 롯데백화점의 수도권 최대 규모 백화점인 동탄점 1층에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입점했고, 지난해 9월 문을 연 의왕 타임빌라스 입구에도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섰다. 타임빌라스 역시 롯데가 설계도를 3번 갈아엎을 정도로 신경 써 오픈한 곳이다. 당시 롯데 관계자는 "주변에 MZ(밀레니얼+Z)세대가 많은 점포"라며 "이들이 선호하는 MD 구성을 만들기 위해 스타벅스를 입점시키는 등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이 같은 판단은 시류를 따른 것이기도 했다. 롯데 외에도 신세계와 함께 '5대 백화점'으로 불리며 경쟁사로 꼽히는 현대, 갤러리아, AK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각사는 연달아 그동안 공들여 준비한 신규 점포를 오픈했는데, 모든 곳에 스타벅스가 입점했다. △2020년 3월 오픈한 갤러리아 광교에는 9층에 △2021년 2월 오픈한 더현대서울에는 지하 2층에 △지난해 10월 문 연 AK플라자 광명점에는 1층에 각각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먼 곳에서부터 찾아오는 고객이 생긴다"며 "'스타벅스 효과'는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효과'란 스타벅스의 집객 효과가 매우 커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주변 지역이나 상권이 뜨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 부동산리서치그룹 질로가 스타벅스로부터 1/4마일(약 400m) 이내에 위치한 주택가격은 96% 상승했고 같은 기간 다른 지역은 65% 상승하는 데 불과했다는 걸 발표한 후 널리 쓰였다. 유통업계를 들여다보면 현재까지 한국에서도 '스타벅스 효과'는 굳건해보인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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