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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장면 위해 죽은 말"…'태종 이방원' 사태, K드라마 재점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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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태종 이방원' 방송 화면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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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한국 드라마의 높은 수준과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과로 그 어느때보다 화려한 K콘텐츠 호황의 시기. KBS 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현장에서 발생한 동물학대 논란은 대중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비단 한 드라마의 미비한 동물권 인식에 대한 지적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촬영 현장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재발 방지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9일 '태종 이방원' 7회에 등장한 이성계 낙마 장면에 사용된 말이 동물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해당 장면에서 말의 몸이 90도가량 뒤집히며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방송에 출연한 말이 심각한 위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하면서 방송사에 "말의 현재 상태 공개와 더불어 해당 장면이 담긴 원본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촬영현장 영상에는 스태프로 보이는 이들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의 몸에 달린 줄을 잡아당겨 일부러 넘어뜨리는 모습이 담겼다. 말은 큰 충격을 받고 고꾸라졌고, 낙마한 대역 배우도 충격을 받은 듯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비판이 커지자 KBS는 지난 20일 사과문을 내며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 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KBS는 깊은 책임감을 통감한다면서 앞으로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시청자들의 충격은 컸다.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드라마, 그것도 2022년의 현장에서 이처럼 잔혹한 방식의 촬영이 진행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더불어 다른 사극 드라마나 영화들도 '태종 이방원'과 같은 방식으로 촬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충격은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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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의 기자회견/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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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은 방송이라는 파급력이 큰 매체와 연관된 특수한 현장으로 취급되었고, 이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기본적인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 연예인들이 며칠 밤을 새우고 촬영한 이야기, 졸음에 쫓겨 생긴 아찔한 에피소드를 말하던 것도 그리 먼 과거가 아니다. 현장에서 발생한 여러 안전사고의 사례는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좋은 장면을 위해서', '방송 시간에 쫓겨서'라는 허울 좋은 이유로 이러한 일들이 용인되던 시기도 있었으나, 시대가 바뀌었다. 며칠 밤을 새운 현장은 무용담이 아니라 인권 유린과 노동권 침해의 증거였고 수많은 안전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법제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져 현재는 주 52시간 노동 환경이 정착되고 있다.

시청자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윤리를 저버린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비판한다. 그래서 '태종 이방원' 사태는 시청자에 더욱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위해 동물이 부상과 죽음을 당하는 '살아있는 소품'이 담긴 결과물이 거둔 성과가 어떤 의미가 있고, 그 누가 이걸 즐겁게 볼 수 있을까.

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들도 촬영현장에서 벌어지는 '동물학대'를 규탄하면서 "와이어를 사용해 말을 꼬꾸라뜨리는 촬영 기법은 미국에서는 1939년 이후로 금기화됐다"며 "이런 기법이 2022년에 우리나라 공영 방송의 드라마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정말 놀라울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최고급 영상 콘텐츠를 내놓는 한국에서 동물보호 인식이 할리우드보다 80년 가까이 뒤떨어지는 건 상식상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개선 방안과 재발 방지 정책 발표를 촉구했다.

최근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이른바 K콘텐츠는 최고의 성과를 거뒀으며, 이는 만든 이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도 큰 자부심과 기쁨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사랑받고,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인식도 높아진 만큼 촬영 현장의 전반적인 재점검과 개선방안을 찾을 때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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