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아무튼, 주말] “촌스럽다고?” 2040 캠핑族 홀린 ‘90년생 갤로퍼’의 부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Z세대도 탄다 ‘갤로퍼 캠핑카’

‘갤로퍼 시세가 이렇게 높은가요?’ 지난해 말 네이버 중고차 직거래 커뮤니티 ‘띠띠빵빵’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에 댓글이 순식간에 달렸다. ‘갤로퍼는 희소성이 있는 차량이라 요즘 부르는 게 값이다’ ‘한때는 이천, 삼천(만원) 호가할 때도 있었다’ ‘갤로퍼 오토 1년째 구하다 포기했다’··· 중고차 플랫폼 ‘보배드림’ 게시판도 마찬가지. ‘갤로퍼 목격담’ ‘갤로퍼 튜닝(개조) 후기’와 갤로퍼 리스토어(restore·복원) 차량 글마다 관심이 폭발적이다.

조선일보

'네모'라는 별칭이 붙은 권종혁씨의 갤로퍼는 1993년 터보엔진을 장착하고 출고된 모델이다. 30살을 바라보는 이 '노장'은 지난해 5월 권씨의 결혼식 때 빨간 리본을 달고 웨딩카로도 활약했다. /권종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1년 탄생해 2003년까지 생산되다 단종된 뒤 골동품 취급을 받을 줄로만 알았던 갤로퍼가 ‘귀하신 몸’이 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차를 잘 아는 일부 동호인이 ‘벤츠 G바겐’ ‘지프 랭글러’ 부럽지 않다는 뜻으로 ‘조선 G바겐’ ‘조선 랭글러’라 불렀다. 2013년 ‘모헤닉게라지스’란 곳에서 갤로퍼를 감각적으로 복원해 선보이기 시작하며 눈길을 끌었다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본격 재발견됐다.

다중 시설로 여행이 부담스러운 시기를 틈 타 차박 캠핑족이 급증하면서 갤로퍼가 대체 차량으로 떠오른 것. 예능 ‘나 혼자 산다’에 배우 안보현이 갤로퍼 리스토어 차량 ‘크롱’이를 타고 캠핑하는 장면이 나온 후 ‘갤로퍼 리스토어’ 유행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투박하고 남성적이었던 외관이 복원 전문가 손을 거쳐 초록, 노랑, 빨강 등 다양한 색상의 옷으로 갈아입고 환골탈태하는가 하면, 별도의 짐받이와 접는 그늘막 등을 장착한 갤로퍼 캠핑카는 MZ세대는 물론 갤로퍼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3040세대도 매료했다. 인스타그램엔 ‘갤로퍼’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만 3만건.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다시 출시되길 바라는 차’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조선일보

갤로퍼 동호인들은 이구동성 "갤로퍼는 아날로그 감성의 캠핑에 딱 맞는 차"라고 했다. 캠핑용 조명과 천 등으로 내부를 꾸민 갤로퍼 차박 동호인 천재원씨의 99년식 갤로퍼2 '싸돌'. / 천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갤로퍼를 9년째 타고 다닌다는 자동차 연구원 권종혁(39)씨는 “갤로퍼는 낮은 출력, 소음 등 불편함이 있지만 견고하고 오프로드 성능이 좋은 데다 원형 라이트, 넓은 창, 각진 외관 등 고전적 디자인 요소를 간직하고 있어 감성적”이라고 했다. ‘네모’라는 별칭이 붙은 권씨의 갤로퍼는 노란색으로 칠해 1993년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외관상 ‘앳돼’ 보인다. 1993년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출고된 이 서른 살 ‘노장’은 지난 5월 권씨의 결혼식 때 빨간 리본을 달고 웨딩카로도 활약했다.

갤로퍼 차박 캠핑 유튜버 ‘달달루나’ 이기범(49)씨 역시 “크게 손대지 않고 최대한 ‘순정(순정 부품)’ 상태여도 1980~9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캠핑과 꽤 잘 어울린다”고 했다. 갤로퍼를 캠핑카로 직접 개조해 차박 캠핑을 즐기는 블로거 ‘굿보리오’ 서재수(43)씨는 “갤로퍼는 내부 뒷좌석을 평탄화(누울 수 있게 좌석을 접거나 평평하게 하는 작업)하기가 쉬운 구조인 데다, 차가 높고 실내가 널찍해 차박 캠핑에 적합하다”고 했다. 갤로퍼를 고집하는 동호인은 대부분 “국산 차 중 그 시절 감성과 갤로퍼의 아웃도어 DNA를 대체할 만한 차가 아직은 없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갤로퍼는 ‘차박’이 유행하기 전부터 캠핑족이 애용했던 원조 캠핑용 차량이었다”면서 “부품 수급이 쉬워 리스토어에 관심 있는 요즘 젊은 층이 매력적으로 느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갤로퍼 동호인들은 “인기라고 무턱대고 중고차를 샀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차 상태에 따라 운행 제한이 따를 수 있으니 구매 전 따져볼 것이 많다. 이기범씨는 “갤로퍼 경유 차량은 매연 저감 장치가 따로 없어 일부 소수 매연 저감 장치가 있거나 특수 차량을 제외한 대부분은 사실상 서울 녹색교통지역 운행이 어렵다”고 했다.

갤로퍼 재출시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대자동차 측은 “현재까지 갤로퍼 재출시 계획은 없다”면서도 “다만 과거 유산을 재해석하는 ‘현대차 헤리티지 시리즈’의 하나로 ‘헤리티지 포니’에 이어 갤로퍼와 스텔라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갤로퍼 헤리티지는 디지털 노마드 콘셉트로 제작되고, 캠핑과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게 현대자동차 측 설명이다.

[박근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