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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무튼, 주말] 알프스 절경 가로지르는 설국의 곤돌라 50분만에 3400m 융프라우 정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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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열차 대신, 개통 1년 된

‘아이거 익스프레스’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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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델발트터미널에서 아이거글레처역을 오가는 ‘아이거 익스프레스’. 이 곤돌라를 타면 해발 943m 그린델발트터미널에서 2320m 아이거글레처역까지 단 15분 만에 다다른다. / 동신항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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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454m에 자리한 융프라우요흐역은 스위스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가운데 하나다. 알프스를 가장 높은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12년, 일찌감치 융프라우 산악열차가 개통했다. 해발 1043m에 있는 그린델발트역이나 796m에 위치한 라우터부룬넨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해발 2061m에 있는 클라이네샤이덱역까지 올랐다가, 거기서 다시 열차를 바꿔 타고 200m가량 더 높은 아이거글레처역을 거쳐 융프라우에 닿았다.

왕복 4시간이 넘는 산악열차 여행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다. 그래서 변신을 꾀했다. 2013년 곤돌라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환경 파괴 논란을 떨치기 위해 5년여 동안 주민들을 설득했고, 스위스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2018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약 29개월 뒤 완공했다. 6100억원이 소요됐다.

마침내 6.5km에 이르는 구간에 곤돌라가 설치됐다. 이름은 ‘아이거익스프레스’. 이 곤돌라를 타면 해발 943m에 있는 그린델발트터미널에서 2320m 높이에 있는 아이거글레처역까지 단 15분 만에 다다를 수 있다. 최종 목적지인 융프라우까지 가는 데는 기존보다 1시간(왕복 기준)이나 덜 걸린다. 곤돌라를 운행한 지 만 1년이 된 지난달 4일, 스위스 현지를 찾았다.

◇험준한 알프스산 15분 만에 올라

곤돌라를 운영하는 융프라우철도 주식회사가 개통 1주년 기념 행사를 연 4일, 그린델발트터미널은 한산했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소식이 겹쳐 여행객 발길이 뚝 끊겼다. 스위스 관광객 나딘씨는 “이곳에 일주일에 한 번 스키를 타러 오는데, 해외 여행객이 너무 많이 줄어서 도시가 썰렁하다. 경제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곤돌라에 올랐다. 곤돌라는 좌우 전방 모두 통유리로 돼 있어 마치 산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고도가 높아지자 융프라우 3대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아이거 봉우리 북벽 산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스위스 융프라우철도 최고경영자인 우르스 케슬러씨는 “알프스 3대 북벽 가운데 가장 험난한 지역이 아이거 북벽인데, 산악열차를 타서는 볼 수 없었던 곳을 곤돌라를 통해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곤돌라의 이름인 아이거익스프레스도 이 북벽에서 따온 것이다.

거센 눈이 내렸다. 스위스 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이 지역 순간 최대 풍속은 시속 85km였다. 하지만 곤돌라 내에서는 바람 소리나 외부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최대 탑승 인원인 26명으로 가득 찼는데도, 시속 100km 강풍을 견디는 최첨단 친환경 공법으로 제작된 곤돌라는 아무런 흔들림 없이 목적지를 향해 미끄러지듯 올라갔다. 곤돌라에는 열선이 설치돼 눈이나 성에가 시야를 막지 않았다. 레모 케이저 융프라우철도 영업본부장은 “곤돌라가 세 개의 연결 줄에 묶이도록 한 최첨단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바람이 세게 불어도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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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를 타려고 곤돌라로 아이거글레처역까지 가는 관광객. / 동신항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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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켄에서 그린델발트터미널역을 연결하는 융프라우철도 기차. / 동신항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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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만에 아이거글레처역에 도착했다. 곤돌라가 오고 가는 그린델발트터미널과 아이거글레처역 사이 해발고도 차는 약 1377m. 기차로 50분 걸리던 거리를 1초에 평균 8m를 전진하는 곤돌라를 타니 35분이나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곤돌라가 오가는 거리는 약 6.5km인데 곤돌라 선을 잇고 지탱하는 지주가 7개 보였다.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가 3.61km 길이에 지주가 7개 설치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가량 적은 셈이다. 케이저 영업본부장은 “지주 숫자를 최대한 줄인 것은 스위스 연방정부가 엄격하게 환경 평가를 시행했고, 최대한 요구를 맞추기 위해 첨단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라고 했다.

‘VIP 곤돌라’도 운행한다. 총 44대 곤돌라 중 1대를 VIP 전용 곤돌라로 꾸몄다. 외관상으로는 별 차이 없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차이를 확연히 느낀다. 26개 좌석이 들어갈 공간에 빨간색 소파가 8개 설치돼 있다. 소파는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고개를 돌릴 필요 없이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닥엔 카펫이 깔렸고, 비치된 와인과 물, 초콜릿 등을 먹고 마실 수 있다. 물론 비싸다. 8명이 약 640만원(4949스위스프랑)을 내야 한다. VIP 곤돌라 외에도 터미널 지상 2층에 마련된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여행 내내 전담 가이드가 동행한다.

◇명품 쇼핑·고급 레스토랑 들어선 터미널

그린델발트터미널이 들어선 곳은 원래 허허벌판이었는데, 터미널이 들어서면서 국제공항 버금가는 명소가 됐다. 곳곳에 몽클레어·캐나다구스와 같은 명품 의류, 오메가 등 명품 시계를 파는 가게들이 입점해 있다. ‘비스트로’라는 상점에선 지역 명물 ‘아이거스피츨리’ 초콜릿을 판다. 터미널 내에 해외 여행객들이 편하게 떠날 수 있도록 코로나 PCR 검사소가 설치돼 있지만 검사비가 20만원(160스위스프랑)에 달해 이용자는 많지 않다.

한국을 출발해 융프라우요흐까지 오르려면, 인터라켄으로 가야 한다. 한국에서 스위스까지는 직항편이 없어 네덜란드나 UAE 등을 경유해 취리히공항이나 제네바공항으로 간다. 취리히에서 기차로 2시간 10분, 제네바에서 기차로 약 3시간을 가야 인터라켄에 닿을 수 있다.

인터라켄에서 곤돌라가 출발하는 그린델발트터미널까지 가려면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 기차를 타고 그린델발트터미널역에 내리면 된다. 산악열차를 타려면 그린델발트터미널역 다음 정거장인 그린델발트역에서 내린다. 비용은 곤돌라나 산악열차나 약 27만원(210스위스프랑·왕복)으로 같다. 국내 판매 대행업체인 동신항운의 할인쿠폰(www.jungfrau.co.kr)을 다운받아 제출하면 약 19만5000원에 갈 수 있다.

숙박은 인터라켄에서 하면 편리하다. 5성급 ‘빅토리아 융프라우 그랜드 호텔&스파’는 1박에 약 60만원(더블룸 기준)이며, 실내외 월풀과 터키식 스팀사우나를 갖췄다. 4성급 ‘메트로폴 호텔’은 1박에 36만원, 3성급 ‘칼튼 유럽’은 1박에 28만원으로 인터라켄 오스트역과 5분 거리에 있다.

음식점도 다양하다. ‘후시 비어하우스’에서는 맥주와 햄버거가 인기다. 1인당 20프랑(2만6000원) 정도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스테이크 전문점인 ‘옥스’는 꽃등심과 햄버거, 샐러드 등으로 한국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아레 한식당’에서는 테라스에서 융프라우 풍경과 함께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인터라켄(스위스)=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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