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의혹이 사실로”…中 작년 정저우 수해 사망자 수 은폐 드러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신문

22일 중국 중부 허난성 도심 터널 입구에 이번 폭우로 침수된 차량들이 쌓여 있다. 정저우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 수재 당시 당국이 한때 피해자 수를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이 중앙정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 당국이 재난 피해를 은폐·축소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우한의 코로나19 사태에서 똑똑히 목격하고도 1년 반 만에 되풀이된 일이다.

사망·실종자 380명 중 139명 은폐
서울신문

지난 20일까지 사흘 동안 6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거리의 차들이 물에 쓸려 떠내려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재해 조사조가 이날 공개한 ‘허난 정저우 7·20특대호우 피해조사 보고서’에는 지난해 7월 20일 기록적 폭우로 정저우시에서 발생한 수재 사망·실종자 수가 380명(2021년 9월 30일 기준)으로 적시됐다.

그러나 이 집계가 최종적으로 나올 때까지 정저우시 차원에서 75명, 현급에서 49명, 향진급에서 15명 등 총 139명의 사망·실종자 은폐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재해시 인명 피해를 정확히 보고할 의무가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유관기관이나 개인이 허위 보고를 하거나, 기록을 위·변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명피해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에 따라 2021년 7월 25∼28일 정저우시의 경우 연속 나흘간 재해 보고 시스템 상에 사망·실종자 수가 보고되지 않았다.

이런 조작으로 인해 지난해 7월 29일 시점에 정저우의 사망·실종자는 총 97명으로 발표됐으나. 7월 30일 발표 때 갑자기 322명으로 급증했고 8월 1일에는 339명으로까지 늘었다.

당시 비가 상대적으로 잦아든 시점이었는데도 갑자기 사망자 수가 하루 사이에 3배로 늘어나자 피해 규모를 은폐하거나 또는 허위보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총리 현지시찰 때조차 추가 파악된 피해 보고 안해
서울신문

폭우참사 한달 만에 현장 방문하는 리커창 중국 총리 - 리커창 중국 총리가 19일 막대한 수해를 입은 허난성 정저우를 방문해 지하철 5호선 내부를 살피고 있다. 정저우에서는 지난달 하순 기록적인 폭우로 302명이 숨지고 50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리커창 총리의 현장 방문은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2021.8.19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사망·실종자 정보의 상부 보고를 고의로 방해한 정황과 이미 확보한 정보를 보고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일례로 정저우시와 시 산하의 현급 기관들은 지난해 7월 25∼29일 총 116명의 사망·실종자를 은폐했다.

심지어 8월 18∼19일 리커창 총리가 현지 시찰을 갔을 때 정저우시는 이미 12명의 사망자가 새로 추가된 것을 파악했지만, 그때조차도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결국 지난해 8월 20일에 가서야 중앙 조사단이 현지조사를 통해 사망·실종자 수가 지난해 8월 2일 발표된 것보다 41명 더 많으며, 이 가운데 23명에 대해서는 ‘보고 은폐’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시민 추모공간에 가림막 설치…기자도 연행
서울신문

- 중국 정저우 지하철 입구 앞에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헌화를 하자 당국이 가림막을 세운 모습. 홍콩 명보 캡처


정저우 당국은 당시 물난리 피해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때 폭우로 현지 지하철 5호선 안으로 빗물이 밀려들면서 최소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고, 지하철역 입구에는 숨진 승객들을 기리는 시민들의 추모 공간이 자발적으로 설치됐다.

이곳에 헌화 행렬이 이어져 꽃으로 가득 채워지자 당국에 의해 추모 공간 주변은 가림막이 세워졌다.

시민들은 “관리들이 꽃조차 무서워한다”면서 당국이 재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현장을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했고, 일부가 나서서 가림막을 치워냈다.
서울신문

- 지난 20일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긴 중국 정저우 지하철 5호선 차량 내부. 유튜브 캡처


그러나 이후 다시 가림막이 들어섰고, 시민들이 또 이를 걷어내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추모 공간을 촬영하던 중국 매체 기자들은 공안에 연행됐고,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모두 삭제하고 나서야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물난리는 ‘1000년 만의 폭우’에서 시작됐지만 인명 피해는 관리들의 늑장·부실 대응 때문에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시민들도 물난리 취재하는 외신기자 위협
서울신문

중국 물난리 피해 취재 중 항의받는 독일 기자 - 지난 24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마티아스 베링거 기자(오른쪽)가 중국 허난성 정저우 시내 물난리 피해 현장 취재를 나갔다가 그를 영국 BBC 기자로 오인한 중국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항의를 받고 있다. 2021.7.27 트위터 캡처


물난리 피해를 알리려는 노력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당국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저우 시내의 물난리 피해를 취재하던 독일 공영방송과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그리고 AFP통신 등 외신 기자들은 군중들에 둘러싸여 영상 장비를 뺏길 뻔하거나 촬영한 영상을 삭제하고 나서야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는 등 취재를 방해받았다.

당시 군중들은 물난리를 취재하던 외신기자를 중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해 중국 외교당국과 갈등을 빚은 영국 BBC방송 기자로 오인해 취재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 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