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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러시아 안보 요구에 美 ‘문서 답변’ 합의… 우크라 위기, 일단 시간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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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나토 동진 중단 요구에 미국 답변 약속
답변 검토 뒤 협상 재개… 대화의 끈은 이어져
러 "우크라 침공 안 해"…미 "강력 제재" 경고도
한국일보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회담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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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완화 조건으로 러시아가 제시한 ‘안전보장안’에 대해 미국이 다음주까지 문서화된 답을 주기로 합의했다. 러시아가 문서 검토를 마치는 대로 양국은 추가 협상 일정도 잡을 계획이다. 당장 전쟁 위협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일단은 얼마간 시간을 번 셈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 차는 여전한 탓에 긴장 해소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담판에 나섰다. 회담이 1시간 반 만에 끝난 데서 예상됐듯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에는 실패했지만, 러시아가 지난달 전달한 안전보장안에 미국이 서면으로 답하기로 하면서 대화를 위한 끈은 이어졌다. 그동안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진(東進) 중단과 구소련 국가 나토 가입 불허 등을 주장하며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 답변을 요구해 왔다.

회담을 마친 뒤 개별 기자회견을 가진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다음주까지 미국으로부터 문서화된 답을 받기로 하고 회의를 끝냈다”고 말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과 건설적이고 유용한 대화를 했다”면서 “미국의 답을 받은 뒤에 다시 접촉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추가 회담 계획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도 뒤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상호주의 정신으로 러시아의 우려를 해소할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다음주에 문서로 더 자세하게 미국의 생각을 러시아와 공유할 것”이라고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을 확인했다. 또 “이번 회담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으나 이제 서로의 입장을 더욱 분명히 이해하는 길에 접어들었다고 믿는다”면서 “두 나라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만날 가능성도 언급됐다. 블링컨 장관은 “두 대통령이 만나는 게 유용하다면 그럴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며 지난해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을 비롯해 전화통화, 화상회의 등 양국 정상이 수차례 접촉했다는 점을 상기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접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언했다.

다만, 이번 만남으로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무력 충돌 우려가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도 의제로 올라왔으나, 양국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맞섰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협한 적이 없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도 “러시아의 선택지는 외교 아니면 침략, 두 가지뿐”이라며 “만약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신속하고 엄중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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