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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싸게 돈 빌려준다고 유혹하더니…은근슬쩍 금리 올린 인터넷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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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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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의 대출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들에게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 설립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취급된 신용대출 금리를 비교한 결과 고신용자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3~4등급 이하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신용등급 3~4등급의 평균 금리는 4.66%, 5~6등급은 6.28%, 7~8등급은 8.86%, 9~10등급은 14.03% 수준이었다. 서민금융상품을 제외한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9.88%로 10%에 육박한다. 케이뱅크의 경우 신용등급 3~4등급은 5.43%, 5~6등급은 6.15%, 7~8등급은 9.31%, 9~10등급은 10.69%를 기록했다.

이는 시중은행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3~4등급은 4.14%, 5~6등급은 5.0%, 7~8등급은 8.03%, 9~10등급은 11.86%였다. NH농협은행은 신용등급 3~4등급은 4.68%, 5~6등급은 6.55%, 7~8등급은 6.22%, 9~10등급은 13.0%였다.

두 은행은 가산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상당히 높았다. 가산금리는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은행이 업무·위험 비용 등을 명분으로 지표금리에 덧붙이는 부분이다.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우리은행의 3~6등급 가산금리가 2~3%였던 데 반해 카카오뱅크는 3~4%, 케이뱅크는 4~6% 수준이었다. 최저 등급인 9~10등급의 경우 5대 시중은행 가산금리는 8~11%였지만 카카오뱅크는 12.42%, 케이뱅크는 13.61%로 높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자금 조달 수단이 다양하고 비용도 적게 드는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채 등을 발행할 여건이 아직 안 된다"며 "예·적금 등 수신 상품에만 의존하다 보니 조달 비용이 높고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많은 대출한도를 제공하는 반대급부로 너무 높은 이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인터넷 카페 등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신용대출을 알아봤다가 깜짝 놀랐다는 직장인들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신용등급 1등급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가 5% 나오는 것은 일반적이고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추가 대출을 받으려면 9~10% 금리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너무 높은 금리를 받으면서 '중저신용자에게 더 많이 더 싸게 빌려준다'는 설립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신용대출 포트폴리오와 고객 구성이 달라 평균치를 비교하면 금리가 더 높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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