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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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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의 미래?…이젠 한국이 역전했다[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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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때 일본을 '10년 후의 한국'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본에서 일어난 여러 사회현상이 일정 주기가 지난 뒤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1994년 일본은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고령화사회'를 맞고 23년 뒤인 2017년 한국도 같은 처지에 놓였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 양국은 유사한 인구 구조와 산업 형태로 경제를 지탱했다. 한국 입장에선 일본의 선례를 보고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21세기가 5분의 1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이 말은 전제부터가 틀린 듯하다. 두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피부색과 외형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습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사한 사회 구조를 가졌더라도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성향이 다른 이상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제목에서부터 양국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은 두 나라가 다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두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행동을 보이는지 비교하며 독자의 이해도를 높인다.

저자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사례는 게임이다. 두 나라 국민 모두 게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방식은 크게 다르다. 집에서 혼자 비디오 게임을 TV에 연결해 즐기는 일본인과 달리 한국인은 주로 PC로 온라인에 접속해 여러 사람들과 게임을 한다. 이 같은 차이는 함께 즐기기를 원하는 한국인의 습성에서 나온다. 지기 싫어하는 습성도 한국인이 게임을 잘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문화적인 차이도 크다. 일본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현존하지 않는 이세계(異世界)를 펼치는 동안 한국은 현실에 집중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미나리' 등 최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한국 콘텐츠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상상의 세계를 다룬 작품도 한국에서 만들면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가 반영된다. 저자는 한국인의 관심이 현실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토종 문화심리학자로 일본을 이해하려는 노력만큼 한국과 한국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두 나라의 문화를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더 이상 한국이 일본의 뒤를 쫓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의한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뒤쫓기만 했던 일본을 넘어서는 '골든 크로스'가 이미 시작됐다고 단언한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심지어 일부 분야는 이미 능가하고 있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을 성장시킨 근본은 문화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이상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라 한국만의 독자적 성장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과 행동에만 주목하면 양국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오해로만 끝날 수 있다고 말한다. 깊이 자리 잡은 문화를 되짚어야만 양국이 서로를 거울이 아닌 각자의 얼굴을 가진 국가라는 점을 인지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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