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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말 학대 '태종 이방원' 사면초가...폐지청원·하차요구·고발까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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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태종 이방원'.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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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이 낙마 장면의 동물 학대 논란에 대해 사과했으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폐지 청원 동의가 이어지고 있고, 주연 배우 주상욱에게는 하차 요구 불똥이 튀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의 고발도 이어졌다. KBS는 일단 이번주와 설 연휴 2주 결방과 해당 회차 다시보기 서비스 중단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카라는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 혹은 '불행한 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면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동물보호연합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드라마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하며 말을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하는 학대를 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동물보호연합은 "현행 동물보호법 제 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2항의 3호("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이하의 벌금) 및 제8조 1항(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는 제8조 1항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언급하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공영방송이 끔찍하게 동물을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단체는 고발에 앞서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KBS의 낙마 장면 촬영 기법에 대한 충격과 우려를 표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앞서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7회 이성계(김영철 분) 낙마 장면 촬영 영상에서 말의 몸체가 90도로 들리며 머리부터 바닥으로 고꾸라지는데, 촬영 당시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동물보호연합은 "'태종 이방원'에서 와이어를 사용해 말을 고꾸라뜨리는 촬영 기법은 미국에서는 1939년 이후로 금기화 됐다"며 "이런 기법이 2022년에 우리나라 공영 방송의 드라마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CG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장면들인데, 촬영 중 말이 다치는 게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 촬영에서 문제되지 않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해외 동물 촬영 역사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영화계에서 동물보호가 최초로 큰 이슈로 부상한 사건은 1939년 서부 영화 '제시 제임스'에서 말이 주인공을 따라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 때문이다. 당시 약 20m 높이에서 강제로 떨어진 말은 큰 충격에 물에 빠져 익사했다. 또 같은 해 에롤 플린 주연의 영화 'The Charge of the Light Brigade'에서 총과 화살에 맞아 고꾸라지는 말들을 연출하기 위해, 트립 와이어를 사용해서 약 25마리의 말이 죽었다.

단체는 "이 두 영화의 말 사망 논란에 미국의 대표 동물보호단체인 미국인도주의협회는 강하게 반발했고, 미국 배우조합과의 계약을 통해 미국인도주의협회가 영화 세트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1980년 서부 영화 '천국의 문'에서 5마리의 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인도주의협회가 영화계를 압박, 영화 촬영 시 동물이 사용될 경우 협회가 필수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미국 배우조합과 공식적인 협약을 맺었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 드라마에서 미국인도주의협회의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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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이방원' 말 학대 장면. 사진|동물자유연대 공개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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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동물 학대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0일 공식입장을 내고 촬영 일주일 후 말이 사망했다고 알리며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KBS는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 또한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시청자분들과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태종 이방원’ 측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및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방영 중단 및 폐지 등에 대한 의견이 줄을 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21일 오후 4시 40분 현재 7만 7132명이 동의했다.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K**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주세요”라는 또 다른 청원도 4만8984명이 동의했다.

이방원 역을 맡은 주연 배우 주상욱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주상욱의 SNS에는 “배우도 동물보호 인식이 전혀 없나요? 다리 묶어 말을 넘어뜨려서 부상을 입히려고 하면 항의를 해야 하지 않나요?”, “말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드라마 도저히 못보겠다”, “최악의 작품, 하차하세요”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주상욱 아내인 배우 차예련 SNS에도 “동물 학대하는 드라마에 남편 출연시키지 마세요, 이미지 망쳐요” 등의 댓글이 달릴 정도다.

드라마 속 동물 학대 전반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도록 하자며 과한 비판과 악플은 자제하자는 반응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극 뿐 아니라 드라마 찍을 때 조심합시다", "추운데 고생하며 찍는 단역 배우며 스태프들도 많을텐데 무조건 폐지가 답은 아닌듯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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