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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진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미흡했던 점 송구”…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논란 유감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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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조회 범위 과도했는지 되돌아 볼 것”

“천천히 서두르는 호시우행의 자세로 일해 달라”

아시아경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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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무분별한 통신조회’ 등 논란과 관련 21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미흡했다”고 인정하며 사과했다.

김 처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과천정부청사 공수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취임 1주년 기념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비롯한 공수처 검사 18명과 국장, 9명의 부서장 등 28명만 참석한 가운데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공수처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백신 접종자에 한해 참석하는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참여자를 최소화했다”고 밝혔지만, 최근 공수처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처장은 1주년 기념사에서 “지금부터 1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초대 공수처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민 앞에서 몇 가지 약속 말씀을 드렸다”며 ▲성찰적 권한 행사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것 ▲적법절차의 준수와 인권 친화적 수사 ▲다른 수사기관의 협조와 견제 ▲공수처만의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 것 등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내용들을 나열했다.

그는 “이번에 취임 1주년을 맞이해 위와 같은 약속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성찰해 봤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미흡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견제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되새기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겠다”며 “공수처의 책임자로서 국민께 드린 약속, 그리고 그 약속에 따라 지는 책임은 무한책임으로 생각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김 처장은 이날 오전 과천 공수처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발맞춰서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에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이 일었다”며 “공수처가 인권 친화적 수사를 지향하면서 사건을 선별해 입건하는 제도를 채택했는데, 몇몇 사건들의 경우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하기 위해 입건한 때부터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일었던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선별해 입건한다는 저간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공수처장이 사건을 선별해 입건하도록 한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처장이 사건 입건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사건 입건과 관련한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최근 논란이 된 ‘통신조회’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 인권 친화적 수사를 하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일부 수사 진행 과정에서 절차 시비에 휘말리고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점, 특히 최근에 통신자료 제공 요청과 관련해 국민들께서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에 대해 우려하시는 점, 잘 알고 있다”며 “혹여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른 것은 아닌지, 근거 법령을 준수해 조회를 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조회 범위가 과도했던 것은 아닌지 등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수사에 있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상호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상생의 관계를 정립해 가는 가운데 새로운 조직문화와 수사시스템을 만들겠다”며 “그동안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호 견제와 갈등의 측면만 과도하게 부각되지는 않았는지 또한 성찰하면서 상호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상생적인 관계로 발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출범 첫 해 공수처가 직면했던 여러 가지 한계에 대한 심정도 밝혔다.

그는 “공수처가 지난 25년간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견제라는 시대적 과제에 따라 탄생한 국가기관이기는 하지만, 입법과정에서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일반 직원 20명의 미니 조직으로 구성된 데다가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력들의 검사 지원이 부족했던 인적 한계,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정부종합청사의 사무공간 한켠에 자리 잡게 된 물적 한계, 공수처 검사의 임기가 3년, 수사관의 임기가 6년으로 규정되고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상호 권한과 책임 등이 분명하지 않게 설정된 규범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이라며 “작년에 공수처는 이러한 불비한 여건 속에 여러 건의 수사를 진행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국민께 다소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려 질책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저를 비롯한 공수처의 구성원들은 여건이 불비하다고 불비한 여건만 탓해서는 안 되겠다”며 “여건이 불비하면 불비한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항상 되새기면서 국민들께서 공수처에 기대하고 맡겨 주신 소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를 대표하는 처장은 수사와 공소제기·유지라는 업무 외에 대국회·대언론 협력 업무를 비롯해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의 대외적인 모든 행위에 대해 기관을 대표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라 며 “저는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기꺼이 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 검사의 지위를 겸하면서 기관의 책임자이기도 한 처장에게는 수사에 대한 통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최근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서도 그렇듯이 국민들께서는 수사에 있어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 일해오신 공수처 가족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2022년 서둘러 일하기보다는 천천히 서두르는 호시우행의 자세로 일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는 말로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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