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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실언논란, 바이든 왜 그랬을까?[U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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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임동욱 특파원] "대통령께서는 러시아가 '침략한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이는 무엇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러시아의 사소한 정도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입 정도는 당초 경고했던 제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푸틴에게 사실상 소규모 침입 정도는 승인하는 건가요? (로이터 알렉스 앨퍼 기자)

"(웃으며) 좋은 질문입니다. 그렇게 들렸지요? (중략) 우리는 나토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갖게 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게 바로 제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차이점이 있습니다. 나토 회원국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것이냐에 따라 무엇을 할 의향이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는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There are differences in NATO as to what countries are willing to do depending on what happens -- the degree to which they're able to go)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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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Joe Biden speaks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on January 19, 2022 in Washington, DC. (Photo by Oliver Contreras/Pool/ABAC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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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앞에서 곤혹을 겪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이스크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공격적인 선택을 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에 대한 질문에 미국의 많은 유럽 동맹국들이 향후 대응책에 대해 각각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EU(유럽연합) 내 나토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반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주요 유럽국가들은 미국의 제재 조치가 유럽 각국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백악관 기자들의 질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에 집중됐는데, 대통령의 '솔직한' 답변 한 마디가 이후 실언 논란으로 이어졌다.


"나토 동맹국 대응 분열 가능성 인정한 셈" 비판

만약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부분적인 침공만 감행할 경우 나토 국가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대응할 지 여부를 놓고 분열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더구나 앞서 미 국무부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사소한 침략도 침략'이라며 러시아를 향해 강경한 입장을 내놨는데, 정작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무력화한 꼴이 됐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러시아가 전면적인 침공이 아닌 국지적 침략만 감행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바이든 대통령이 열어놨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동맹관계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베를린 소재 저먼 마셜펀드의 울리치 스펙은 뉴욕타임스에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간 사용하는 종류의 언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그러나 언론을 상대로 이야기한 것은 곧 러시아에게 이야기 한 것과 같기 때문에, 동맹의 단결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건 용납하기 어려운 실수"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비판은 한층 수위가 높다. 하원 외교위원장인 마이클 매콜 의원(텍사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재앙이나 다름없다"며 "대통령은 강력한 제재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불협화음을 공유하면서 푸틴에게 '국지적 침공'에 대한 분명한 청신호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기자회견 종료 30분만에 해명 "그런 뜻이 아니고...."

백악관도 상황을 파악하곤 곧 진화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 종료 30분 후 "대통령은 국경 너머의 어떤 움직임도 침략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문제의 발언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사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면 이는 새로운 침공이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단합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나토가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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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Joe Biden speaks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on January 19, 2022 in Washington, DC. (Photo by Oliver Contreras/Pool/ABAC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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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바이든 대통령도 분명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과 의견을 조율해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텐데, 현재 상황은 절대 만만치 않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40%와 석유의 25%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송유관 중단 문제를 놓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프랑스는 더 골치다. 4월 재선을 앞둔 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회 연설에서 '분열'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인들에게 유럽 안보에 대해 유럽 스스로 적인 안을 마련해 나토와 공유해야 하며, (미국을 거치지 말고) 러시아와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안보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유럽의 제안이 마련될 것"이라며 "우리는 유럽인들 사이에 그것을 건설하고 나토의 틀 안에서 동맹국들과 공유해야 하며, 그런 다음 러시아와 협상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격적인 움직임이다.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자국의 이익을 정의하고 안보를 챙기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중부 및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나토만이 유럽 안보를 지키고 러시아를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 터키, 영국은 우크라이나 방어를 돕기 위해 자금과 함께 무기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프랑스, 독일 등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런 답답한 현실을 바이든 대통령은 약 2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인데, 결과적으로 '실언'이 됐다.


바이든이 하고 싶었던 말은

바이든 대통령은 문제의 질문에 대해 추가로 이같이 답했다.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달러 거래 등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제재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러시아에도 파괴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겠어요. 제 생각에 만약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와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죽이는 일이 일어난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나토 전선에서 완벽한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는 푸틴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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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attends a meeting with Mayor of Moscow Sergei Sobyanin at the Kremlin in Moscow, Russia January 20, 2022. Sputnik/Mikhail Metzel/Pool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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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제재 위협이 이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그가 할 수 있는 한 서방, 즉 미국과 나토를 시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푸틴 대통령은 현재 생각지 못하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결국 그가 한 짓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탱크와 중무장한 병력 10만명을 우크라이나 국경 3개 지역에 배치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적대감은 2014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지역으로 넘어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고조됐다. 2015년 휴전 협정이 맺어졌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운용하는 곡사포를 공격하기 위해 무장 드론을 사용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러시아는 이를 휴전 협정을 위반한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나토의 동부지역 강화 조치를 자국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임동욱 특파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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