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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하늘의 지휘소' 조기경보기, 'K-방산' 독자 개발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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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산업계가 천궁-Ⅱ UAE 4조 원대 수출로 기염을 토한 데 이어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조기경보기 독자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스웨덴, 이스라엘 업체들의 조기경보기 3파전에 대이변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해외의 3개 업체는 하나같이 우리 조기경보기 사업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가격은 높게 부르는 가운데 조기경보기의 핵심인 각종 레이더의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방사청은 최근 항공 및 레이더 전문 업체들을 불러 조기경보기 독자 개발 방안과 사업 일정 등을 협의했습니다. 항공기를 외국에서 사들인 뒤 레이더 등 국산 탐지 및 분석 장비를 개발해 장착하는 방식의 독자 개발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체들은 충분히 독자 개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5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는데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으로 이제는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것입니다.

독자 개발에 성공하면 조기경보기 피스아이의 잦은 고장과 낮은 가동률을 큰돈 안 들이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해상초계기도 많이 필요한 실정인데 역시 손쉽게 국산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수출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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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브의 조기경보기 글로벌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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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변…해외 유수 업체들 ROC 미충족으로 퇴장



미국 보잉, 스웨덴 사브, 이스라엘 IAI는 쟁쟁한 조기경보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브는 기술이전을 앞세워 우리 시장에 접근했고, 보잉은 "구관이 명관"이라며 은근히 배짱을 부렸습니다. IAI는 상대적으로 보잉, 사브에 뒤처졌습니다.

사브와 IAI는 우리 군의 작전요구성능 ROC의 덫에 걸렸습니다. 사브와 IAI의 조기경보기는 애초에 ROC 중 360도 탐지 기능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사브 측은 한때 ROC를 충족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곧 항공기를 개조해서 ROC에 맞춰 보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사브 경쟁사의 임원은 "사브는 심지어 ROC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개조가 간단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거의 포기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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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IAI의 조기경보기 ELW-2085 CA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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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I의 조기경보기는 360도 탐지를 할 수는 있지만 탐지거리가 많이 짧습니다. 개량을 한다고 해도 조기경보기 사업비 안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사브와 IAI가 답답한 것은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레퍼토리가 똑같다는 점입니다. 항상 ROC에 맞추겠다고 말만 했지 실천할 적이 없습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사브와 IAI는 우리 군 당국이 비싼 보잉 조기경보기를 포기하면 자기들한테 기회가 올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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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잉의 E737 조기경보기. 우리 공군의 조기경보기로 운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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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조기경보기 비싸고 신용등급도 낮아



보잉은 절대 강자이지만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니 여행업계가 위기에 빠졌고, 이어 항공기 수요가 폭락해 보잉의 신용등급이 추락한 것입니다. 우리 정부 발주 사업에 참여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등급이 필요한데 보잉 신용등급은 그보다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기경보기 2대 기준 사업비가 1조 2천억 원대인데 보잉의 조기경보기는 대당 1조 원 내외로 비싼 것도 문제입니다.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지난해 10월 공군 국정감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잉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상황을 시정해야 한다", "보잉이 비용도 44% 뻥튀기해서 제시했다"고 핏대를 높였을 정도입니다. 보잉의 조기경보기도 IAI, 사브와 마찬가지로 기술적으로 나아진 바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 대 정부의 거래인 FMS(Foreign Military Sales)라는 방식으로 보잉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는 대안도 있습니다. 하지만 FMS는 절충교역도 못하고, 가격협상도 못합니다. 절충교역은 비싼 무기를 수입하는 대신, 기술을 받거나 우리 무기를 수출하는 무기 교역의 기법입니다.

절충교역은 방산업계에 기술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생명수와 같습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요즘 꽃 피우고 있는 방산 수출 성과의 저변에는 절충교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용등급 낮은 회사의 비싼 항공기를 절충교역도 없는 FMS로 도입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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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경보기 독자개발은 외국 항공기를 구매해 국산 레이더 등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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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는 K-방산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 출고, 중거리 요격 체계 천궁-Ⅱ 전력화 및 수출, 정찰위성과 장거리 레이더 개발… 최근 몇 년간 우리 방산업계는 정찰감시장비 기술을 꾸준히 축적했습니다. 보잉, 사브, IAI가 맥을 못 추는 지금 상황이 우리 방산업계에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조기경보기 레이더 국산화를 할 수 있다면 검증된 외국 항공기를 들여와 국산 레이더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조기경보기를 독자 개발할 수 있습니다. 방사청은 지난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대한항공의 임원들을 불러 이와 같은 방식의 조기경보기 독자 개발 방안과 사업 일정을 논의했습니다.

보잉과 사브의 조기경보기도 항공기 따로, 레이더 따로입니다. 보잉의 조기경보기 E-737은 보잉의 항공기에 노스럽그루먼의 레이더를 장착합니다. 사브의 조기경보기 글로벌 아이는 캐나다 롬바디아 비즈니스 제트기에 사브의 레이더를 싣습니다. 북한의 내밀한 곳을 들여다보는 백두 정보정찰기도 KAI가 프랑스 닷소의 비즈니스 제트기를 들여와 LIG넥스원의 정보수집장비를 조립해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요격체계와 전투기, 정찰위성 등을 독자 개발하면서 고성능 레이더 기술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조기경보기 독자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개발로 전환하려면 사업추진기본전략을 해외 도입에서 독자 개발로 변경해야 합니다. 국방장관이 주관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할 일입니다. 방위사업추진위는 2월부터 열립니다. 방위사업추진위의 독자개발 사업추진기본전략 확정은 이르면 3~4월로 전망됩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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