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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에 몰카가 수두룩…"내가 찍었다" 자백에도 기어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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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모르는 여성들의 치마 속을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한 남성이 해당 사실을 자백하고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피의자 참여 없이 증거를 수집했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무죄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21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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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3월 A씨는 안산 단원구에서 마주친 여성 B씨를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하려다 발각돼 미수에 그쳤다. A씨는 경찰에 넘겨졌고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같은해 4월 범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같은달 A씨의 휴대폰 2대를 압수해 디지털 증거분석을 실시했고 B씨와 관련된 촬영물은 없었지만 또 다른 불법 촬영 사진 다수가 발견됐다. 그러나 정작 영장에 적시한 범행 자료는 찾지 못한 것이다.

경찰은 A씨가 2018년 3월과 4월 사이 안산과 수원 일대에서 총 24회에 걸쳐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 다리와 치마 속 신체 부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별도의 압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동영상을 탐색·출력했다. 이 과정에서 A씨에게 참여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이후 A씨는 공소 사실에 대해 자백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1·2심 모두 애초에 수사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증거로 제시된 불법 촬영물이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내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은 데다,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찾아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A씨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A씨의 자백이 있었지만 그걸 뒷받침할 증거는 없는 셈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불법 촬영물이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는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 간격이 짧고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불특정 여성을 물색해 촬영하는 등 수법이 동일한데, 피해자들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면 동영상을 간접·정황증거로 쓰일 수도 있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증거 확보 과정에서 A씨 참여를 배제한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돼 하급심 판단이 결과적으로 유지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해도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이 사건 동영상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원심의 잘못은 (무죄) 판결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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