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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태풍의 눈' 국민연금 수탁위 수장 “주주대표소송 해당 기업 매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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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 위원장 "수탁위가 잘 따져 소송 대상 거를 수 있어"

"기금운용본부, 오히려 기계적으로 소송 기업 결정 우려"

오스템·현대산업개발 사태, 대표소송 대상 삼기 어려워



서울경제


최근 국민연금의 투자 기업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제기를 놓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원종현 위원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과 인터뷰에서 “수탁위는 기금운용 지침에 따라 소송 가능한 사안 중 실제 승소할 만한 것을 거르는 역할” 이라며 “현행처럼 기금운용본부가 다 하게 되면 본부의 운용역 개인이 오히려 기계적으로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 경영진 모두에게 소송을 걸게 된다”고 강조했다.

재계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맡고 있는 주주대표소송 결정권을 산하 자문기구인 수탁위로 넘겨 일원화하는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원 위원장은 수탁위가 맡는 것이 오히려 소송 남발을 막는 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재계는 원 위원장의 주장과 달리 기금운용본부가 현행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전담해 기금운용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하는 것이 소송에 따른 막대한 후폭풍을 따져 신중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 위원장은 이어 “경영 책임이 있는 이사의 잘못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해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을 추려보니 너무 많았다” 면서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기업 크기와 가치 하락이 큰 곳,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 소멸 시효(최장 10년)에 가까운 기업을 추려서 20여 곳에 (서한을 보내)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를 거쳐 국민연금연구원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15년 이상 일해온 그는 금융·연금 전문가다. 원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의 가치 상승을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은 기업 경영에 책임을 진 이사가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이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될때 회사가 해당 이사에게 소송을 걸지 않을 경우 주주로서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이 5% 이상이거나 보유 비중 1% 이상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승소 가능성이 높은 사건 중 기업 손해액이 관련 판결로 확정되거나 객관적으로 산출돼야 하고 그 금액이 비용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복지부는 최근 낸 설명 자료에서 회계조작을 통한 회사자금 횡령, 입찰 시 사전 공모를 통한 가격 담합을 사례로 들었다. 원 위원장은 담합과 관련해서도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과징금이 부과된 기업이라도 ‘리니언시(담합 사실의 자진 신고)’ 등으로 경제적 손해가 없다면 사실을 확인해 소송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위원장은 최근 대형 사고가 발생한 현대산업개발과 오스템임플란트(048260)에 대해서는 주주대표소송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을 저지른 직원이 이사에 해당하지 않고,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5%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이사 개인의 잘못보다 회사 전체의 문제여서 주주가 기업을 대신해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 취지와는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주주대표소송 이외 주주로서 특정 사건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명백하면,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국민연금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분율이 6.89%이며 정부가 벌금이나 과징금 등 경제적 처벌을 확정하면 손해액을 가늠할 수 있다.

주주대표소송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들은 기업의 경제적 유불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담합 과징금보다 횡령·배임이나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제재 받은 기업 등 경제적 손실이 확실한 사건에서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으로 기업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주주대표소송 이전에 이미 당국이나 사법부의 처벌 등으로 기업가치나 주가가 악영향을 받은 사안들" 이라며 "(승소할 경우) 주주대표소송으로 이사가 기업에 입힌 손해를 메우게 돼 기업 가치는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실제 소송을 벌이는 경우는 드물 것이며, 이번 정책의 취지는 경영진 전체가 기업의 장기적 가치 상승을 위해 올바른 경영을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최필우 기자 advanc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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