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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할말은 한다" 블라인드서도 응원하는 김범수의 복심…카카오 오명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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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신임 단독 대표에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내정

공동체 컨트롤타워 마련+원톱 경영 강화로 논란 해결 나선 카카오

뉴스1

남궁훈 카카오 단독 대표 내정자(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남궁훈 센터장)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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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경영진 주식매도'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카카오가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카카오가 제시한 카드는 크게 두 가지. 각자도생하던 공동체(계열사)를 하나로 만들 '컨트롤타워' 재정비와 남궁훈 대표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원톱' 경영 강화다. 잇단 악재로 휘청이는 카카오는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토종 플랫폼 공룡 카카오, 잇단 자회사 리스크에 홍역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국민 기업' 이미지를 쌓았다. 카카오톡이 출시된 건 지난 2010년. 카카오는 국내를 대표하는 '플랫폼 공룡'이 됐다.

카카오가 대중의 지탄을 받게 된 건 '자회사 리스크'가 불거지면서다. 카카오는 기술 시너지가 충분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6월 기준 카카오의 국내·외 계열사는 158곳이다.

이들은 '각자도생' 방식으로 고속 성장을 꾀했다. 그러나 계열사 간 성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비즈니스(수익) 모델 변화가 일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골목상권 논란의 시발점이 된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제 변경 건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8월 빠른 택시 배차 서비스인 '스마트호출' 비용을 기존 '1000원'에서 '0원~5000원'의 탄력요금제로 바꿨다. 이후 택시 요금 인상이라는 비판에 부딪히자 원복했다.

요금제 개편이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3번이나 증인으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갔다.

카카오는 해결책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 철수'와 '3000억원의 기금 마련'을 내세웠다. 여론의 손가락질이 다소 잠잠해졌을 때, 기름을 부은 건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이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핵심 경영진 8인은 상장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스톡옵션으로 받은 회사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이들이 매도한 총 주식 수는 44만주, 약 878억원 규모다.

대중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지적했다. 금융 투자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카카오 그룹주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만 26조원이 증발했다. 두 논란 모두 '사회적 책임' 결여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카카오를 향한 대중의 비판은 거세졌다.

카카오 직원들의 실망감도 컸다. 카카오 노조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사퇴 촉구 게시물'은 1900명이 넘는 직원의 실명 동의를 받았다.

카카오 구성원들은 '공동체'를 강조했던 카카오의 기형적인 보상 방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들에게 소수의 경영진에게만 쏠린 과도한 보상은 분노를 키웠다. '나'보다는 '우리' 문화를 지향해온 카카오였기에 직원들의 실망감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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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북을 치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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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공동체 '각자도생' 경영 방식 버린다

카카오는 공동체 경영 방식부터 바꾸기로 했다. 카카오는 이달 본사와 계열사간 협업을 위해 설립했던 '공동체컨센서스센터'를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로 개편하고 역할 정리에 나섰다.

CAC는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카카오 전 계열사 전략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곳이다. 구체적으로 센터는 카카오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윤리 의식 강화와 리스크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이의 일환으로 CAC는 지난 13일 카카오 전 계열사 임원진의 주식 매도 규정을 마련하고, 즉시 실행에 나섰다. 규정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 대표는 상장 후 2년간, 임원은 상장 후 1년간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CAC 센터장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가 맡는다. 김 각자 대표는 투니버스, CJ ENM, 카카오M 등을 거친 인물로 여러 위기 관리에 능숙한 인물이다. 업계에선 그의 연륜과 사업 경험이 카카오 공동체 간 조율을 이끌기에 최적이라는 평가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역시 CAC와 함께 카카오 공동체를 지탱하게 된다. 남궁 대표와 김 의장이 수장으로 있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카카오의 미래 성장 동력을 고민하는 조직이다.

카카오 CAC와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공동체 결속력 강화와 더불어 카카오의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지휘봉을 잡는다. 이를 통해 공동체 내 논란 요소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김범수 '창업동지' 남궁훈, 카카오 구원투수로 나섰다

남궁훈 단독 대표 체제 역시 카카오가 꺼낸 비장의 카드다. 지난 4년간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된 카카오가 '투톱'이 아닌 '원톱'을 선택한 데는 '중앙집권적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남궁 대표는 '김 의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두 사람은 지난 1997년 삼성SDS 선·후배로 만났는데 창업 종잣돈 마련을 위해 김 의장이 PC방을 운영하던 시절(1998년 창업) 그가 개발한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전국에 판매하며 사업을 키운 게 남궁 대표다.

이후 두 사람은 한게임, NHN엔터테인먼트(현 NHN), 카카오에서 호흡을 맞췄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만큼 김 의장의 의중과 카카오의 희로애락을 가장 잘 파악한 인물이 남궁 대표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남궁 대표가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직을 내려놓고 김 의장과 나란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이름을 올리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남궁 대표가 김 의장의 총애를 받는 만큼, 이번 대표 내정이 인맥에 치우신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와 지적도 있다. 다만 카카오 내부에서는 김 의장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 남궁 대표뿐이란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 내부 직원은 "남궁 대표는 카카오 내부에선 '우리(직원)를 대신에 회사에 싸워주는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 게임 업계 연봉 인상 릴레이 당시 '추가 인상은 없다'며 소신을 내세운 그가 내부적으론 직원들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복리후생을 끌어올렸다"며 "카카오 공동체에서 '안된다'고 소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남궁 대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직장인 소셜미디어 '블라인드' 등에선 남궁 대표 내정자의 인사를 축하하는 구성원들의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남궁 대표의 탁월한 사업 감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그는 줄곧 성과로 사업 능력을 증명해왔다. 남궁 대표는 채널링 중심이었던 카카오게임즈 사업 구조를 퍼블리싱 중심으로 전환해 '대박'을 쳤다.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게임업계를 달군 '오딘: 발할라 라이징'도 남궁 대표의 안목이 주효했다. 오랜 시간 게임 산업에 종사한 만큼 미래 사업인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 의장이 카카오의 뉴리더십 지원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카카오를 둘러싼 일련의 잡음도 차차 가라앉을 것으로 점쳐진다.

김 의장은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재작년 카카오 10주년을 맞이해 '시즌2'를 선언하며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로서 우리의 역할을 강조했다"며 "이번을 계기로 이사회와 뉴리더십, 크루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긴장관계 속에서 미래 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는 ESG경영을 강화하고, 진정으로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뉴리더십과 계속 논의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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