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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뷰] '이재명 소확행' 설계자 "두 달 준비 탈모 공약 무산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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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낙구 부실장이 말하는 소확행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와 이재명

"탈모 공약 두 달여 고민하다 유보…李, 실사구시형 생활 대통령"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시리즈를 총괄하는 선대위 정책본부 손낙구 보좌관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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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이재명 후보의 제안도 다 받진 않고 엄격히 검토해 선별했죠."

탈모약 공약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의 설계자인 손낙구 선대위 정책본부 기획전략실 선임 부실장(김정호 의원 보좌관)은 20일 소확행 공약을 만드는 과정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끝까지 파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탈모약 공약을 포함해 사안마다 재정 추계와 현실화 방안을 평균 한 달 남짓 검토한 후 최종 공약으로 내놨다는 그는 공약 선별 과정에서 이 후보를 포함, 그 누가 추천한 공약이라도 현실성이 떨어지면 바로 '불가' 이유를 적은 2장짜리 종이를 건네고 거절했다.

<뉴스1>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소확행의 실무 책임자인 손 부실장을 만나 소확행 탄생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었다.

심상정·손학규 의원실 등을 거쳐 현재 민주당 김정호 의원의 보좌관이자 이 후보 선대위 정책본부에서 소확행 아이템을 점검하고 최종 조율을 하는 팀장 역할을 맡은 손 부실장은 비록 미완에 그쳤지만, 과거 직장인들의 꿈을 대변해 높은 관심을 끈 손학규 대선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탄생시킨 진보진영 정책통으로 알려졌다.

◇"두 달여 준비한 탈모 공약, 유보했다가 李 지시로 부활"

손 부실장은 우선 소위 '히트'를 친 탈모약 공약을 놓고 두 달 가까이 고민했던 과정을 설명하며 "사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준비했는데 탈모의 건강보험료 재정이 얼마나 드는지 정확히 추정하기가 어렵고 탈모 환자에 대한 통계도 없어 난관에 봉착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팀에서 탈모약 시장 규모가 1800억원 정도 된다는 통계를 가져왔고, 셈법을 통해 건보재정 부담이 1000억원 이하로 들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문제는 난치병이나 희귀질병 등과 비교할 때 재정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느냐를 놓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국 1차적으로 유보했는데 이 후보가 청년선대위 간담회에서 '이거(탈모약 건보 지원)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찍었다"며 "후보도 우리에게 지시하면서 '판단은 안 서지만 (청년 의견) 흘려버리기엔 아깝다'며 우리에게 검토해보라고 지시해서 내부 논의 끝에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공약이 무산될 뻔한 비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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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시리즈를 총괄하는 선대위 정책본부 손낙구 보좌관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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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식 행정 스타일 소확행에도…"李, 본인 제안 탈락해도 쿨하게 수긍"

이 후보가 '코스 요리뿐만 아니라 단품 요리가 필요하다'고 말해 만들어지게 된 마이크로 정책 공약인 소확행 공약은 지난 11월부터 3일에 2개꼴로 총 50개가 공개됐다. 소확행 제작 과정에는 선대위와 당 정책본부, 상임위별 전문위원, 외부 전문가 그룹의 횡적 네트워크가 각 이슈별로 결합된 '워킹그룹'이 총동원됐다.

특이한 점으로 그는 소확행 공약을 만들 때 '담당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고서에 모두 적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것이 '이재명식 행정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손 부실장은 "후보에게 보고할 때도 소확행 관련해 정확하게 답을 해야 올릴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작성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을 보고용지에 모두 적는다. 검토자의 번호와 이름도 적는다"며 "자기 이름이 달렸으니까 의욕을 갖고 자발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름을 달게 하는 것이 '이재명식 행정 스타일'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를 할 때도 공무원들에 명찰을 달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무를 하려면 책임지고 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해서 당시 공무원들을 포함해 이 후보 스스로도 달고 일했다"고 설명했다.

소확행은 세부 논의 과정을 통해 초안이 통과되더라도 절반 이상의 아이템들이 첫 회의에서 '킬'된다. 재정 추계, 이해관계 조정 등 끝까지 팠는데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냉정히 포기한다는 게 손 부실장의 설명이다.

손 부실장은 "후보가 검토해보라고 하면서 넘어오는 것도 꽤 되는데 상당수는 (현실화 검토 후에) 어려운 것으로 결론냈다"며 "우리 기준에서 안 되는 것이 생기면 2페이지 정도 딱 써서 올린다. 그러면 후보도 쿨하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바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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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소확행 국민공모 캠페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3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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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심쿵공약 태생적으로 달라…이재명은 실사구시"

손 부실장은 국민의힘에서 소확행과 비슷한 생활밀착형 공약인 '심쿵공약'을 발표하는 것을 두고서는 "잘된 일"이라면서도 "관점의 차이는 조금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태생적으로 부유층을 대변하는 성격이 강하고 민주당은 중도 우파에 가까운 편이지만, 중산층과 서민까지 포괄적으로 대변하려고 하기 때문에 지향점이 조금은 다르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생활문제에 관심이 많고 특히 실사구시에 굉장히 밝으며 추진력도 엄청나게 세고 일도 효율적으로 한다"며 "생활형 대통령은 이 후보가 가진 독보적인 장점인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 정치나 사회 발전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부실장은 다음 소확행으로는 '교통' 관련 공약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선대위 정책본부는 '이재명 플러스' 앱을 통해 일반 시민들의 소확행 공모도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수천 건 이상의 글들이 올라왔다. 선대위는 이날(21일)까지 공모를 받고 28일까지 최종 공약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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