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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윤창호법 위헌에 '감형' 요구나선 사람들…법조계 "의미없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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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황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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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디자이너 /사진=김현정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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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검찰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32)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당초 권씨에게 적용됐던 법 조항인 도로교통법 제 148조2의 1항, 이른바 윤창호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효력을 상실해서다.

권씨는 지난해 5월24일 오전 2시쯤 서울 성동구의 한 도로에서 공사를 하던 60대 노동자를 치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년 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권씨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5일 만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윤창호법 일부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음주운전 사건에서 상소를 하거나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적용 법조가 달라져 감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위헌 결정이 곧 감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 일부 위헌' 결정하자…재심·상소하는 사람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25일 도로교통법 제148조2의 1항에 대해 제청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로써 2018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 차량에 숨진 윤창호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개정됐던 윤창호법의 일부 조항은 약 2년6개월 만에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재판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음주운전 사고로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2)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적용된 법 조항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점을 파기환송의 이유로 들었다.

형사 사건을 맡는 변호사들은 위헌 결정 이후에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창호법 위헌 결정이 나고서 관련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며 "이번달 들어서는 문의가 조금 줄었지만 평균적으로 하루에 2~3건씩 재심이나 상소 문의가 들어온다"고 했다.


윤창호법 위헌 결정 이후에 '항소심서 감형' 사례 있지만…원심과 같은 판결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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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채 벤츠 차량을 운전하다 공사장으로 돌진해 인부를 숨지게 한 A씨(31)가 지난해 5월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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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일부 조항이 위헌 결정된 이후 음주운전 사건의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대구지법은 지난달 21일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된 B씨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B씨가 1심에서 선고받은 벌금 2000만원에 비해 반절의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고도 다시 음주운전을 하고 교통사고까지 일으켰다"면서도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등 음주운전을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적용 법조는 달라졌지만 원심과 같은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13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C씨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기는 했지만 선고 결과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과 같았다.

C씨는 지난해 2월10일 오후 8시26분쯤 서울 성북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95%의 상태로 18㎞ 가량을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만취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고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된 전력이 있어 죄책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일부 사건서 감형 가능성 있지만 보통의 경우 의미 없다"

법조계에서는 윤창호법 위헌 결정의 영향으로 감형을 받을 수도 있지만 위헌 결정 자체가 감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윤창호법이 기존 도로교통법에 비해서 최저형만 높기 때문에 재판 실무에서는 현행법에 따라도 윤창호법과 같은 형량을 선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충만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광현)는 "윤창호법이 위헌 결정이 됐으니 무조건 감형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며 "피고인을 구속할 것인지, 벌금이나 집행유예 판결을 내릴 것인지는 사법부 재량"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도 "일부 사건에서 형량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현재 재판 실무에서는 법의 유무와 관련없이 적절한 양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감형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며 "윤창호법이 최저 형량만 높여 놓은 것이기 때문에 보통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윤창호법에서 최저 형량을 선고받은 사람은 상소나 재심 신청의 실익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용현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윤창호법에 의해서 최저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실익이 있을 수 있다"며 "종전 법률로 적용하면 (형량이) 많이 안 나오지만 윤창호법의 영향으로 최저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재심 청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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