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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쇼트트랙 황대헌, ‘퍼펙트게임’처럼 나와의 싸움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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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뛴다, 2022]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

야구 전설 최동원·선동열처럼

멋진 노력 하는 모습 동기부여 돼

중국팀 텃세 이겨낼 운동량 채울것

월드컵 ‘금’ 500m서 좋은 성적 기대

“처음 생긴 혼성계주도 잘 뛰고파”

베이징서 최대 5개 종목 메달 노려


한겨레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이 지난 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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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빙상장에 간 5살 소년은 스케이트가 타고 싶었다. 부모님을 졸라 타게 된 스케이트는 그의 인생을 바꿨다. 9살 땐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병행했고, 10살 때부터 쇼트트랙을 전문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저 빙판을 누비는 게 즐거웠고, 자연스레 국가대표를 꿈꿨다. 채 10년이 되지 않아 그는 자국에서 열린 첫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때 그의 나이 19살. 아직 고등학교 교복을 벗지 않았던 때였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23) 이야기다.

‘평창 막내’는 4년 뒤 대표팀 에이스로 돌아왔다. 어느덧 한국 쇼트트랙 간판으로 성장한 그에게서 4년 전 느껴졌던 앳됨은 찾아보기 어렵다. “에이스라는 이름에 따라오는 무게를 안고 좀 더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에선 오히려 든든함이 느껴진다. <한겨레>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막판 구슬땀을 흘리는 황대헌을 전화 등으로 인터뷰했다.

황대헌은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가운데 하나다. 황대헌은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거는 등 독보적 활약을 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만큼, 그에게 쏠리는 기대는 더욱 크다. 황대헌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올림픽에 나가는 게 목표”라며 “좋은 성적은 같이 따라올 거라고 믿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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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한 황대헌. 당시 그는 19살 나이로 5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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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은 이번 대회서 다관왕도 노릴 수 있다. 특히 그는 전통적으로 한국이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500m에서도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500m 깜짝 은메달을 선물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지난해 월드컵 2차 대회 때도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 맏이 곽윤기(33)는 “지금까지 가장 취약했던 500m 단거리에서 황대헌 선수가 활약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황대헌은 “모든 종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준비하고 있다”라며 “특히 혼성계주가 처음 생긴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서 최대 5개 종목 메달을 노릴 수 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코로나19로 지난 시즌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황대헌도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했다. 황대헌은 “저는 남들과 비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저 자신을 이기는 목표를 세운다.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징크스나 루틴도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항상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강한 텃세가 예상되는 중국 대표팀과 맞대결도 “그걸 이겨낼 운동량과 집중력을 갖고 임한다면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이런 뜨거운 열정은 어디에서 올까? 그는 평소 스포츠 영화를 보며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했다. 야구 전설 최동원과 선동열의 치열한 경쟁을 담은 <퍼펙트게임>은 그가 <국가대표>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황대헌은 “두 선수가 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부류의 노력이지만 (양쪽) 모두 멋진 노력을 하는 게 감명 깊고 동기부여가 됐다. ‘저 사람은 천재다’ ‘저 사람은 노력이다’ 이런 게 아니라, 두 분 다 재능도 있는데 노력하는 천재들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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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이 지난 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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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황대헌은 노력하고 즐기는 천재에 가까워 보였다. 그는 “저는 제가 좋아서, 즐거워서 하는 스타일”이라며 “강압적으로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정서가 ‘시키면 해야 한다’는 식이었는데, 지금 팀(강원도청)에서는 운동 환경이 자율적인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자신의 한계를 넘고 넘어, 황대헌이 오르고 싶은 고지는 어디일까. 황대헌은 “쇼트트랙이란 얘기가 나오면, 항상 제가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야망이 있어야죠. 선수니까”라고 덧붙였다. 그 고지에 오르기 위해, 황대헌은 오늘도 뜨겁게 빙판 위를 달린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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