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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야구 팬이잖아요" 유희관 '안티 유희관'까지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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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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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나 자신도 '이 느린 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아무리 세게 던져도 직구 평균 구속이 130km/h 초중반대를 넘지 못했다. 유희관(36)은 구속이 느리다며 자신을 깎아내린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 온 노력이 있었다"며 "그 노력이 편견을 깨고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선수로 거듭난 이유였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KBO리그 역대 32번째로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을 때도, 13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치고 은퇴 기자회견장에 선 날에도 "편견과 싸워 왔다"고 말했다. 그가 선발 투수로 자리잡은 2013년부터 남겨 온 8년 연속 두 자릿 수 승과 100승은 스스로 "조금은 편견을 깼다"고 생각하게 만든 순간이다.

그는 사실 자신을 의심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는 "'느림의 미학'은 나를 대변하는 좋은 단어"라면서 "사실 나 자신도 '이 느린 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도 '1, 2년 하다 말겠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3년 동안 구단 좌투수 프랜차이즈 최다 101승을 거두며 자신을 가둔 틀을 깼다.

은퇴하는 순간에는 그동안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개인 소셜 미디어(SNS)에도 '나를 미워한 팬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는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며 웃더니 "당사자로서 속도 상했지만 돌아보면 내게 애정이 있었기에 해 주신 말이다. 그 분들조차 감사했다. 내 팬은 아니더라도 넓게 보면 야구 팬이지 않나. 야구 팬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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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과 KBO리그 역사에도 이름을 남긴 유희관은 자신을 "행복한 야구선수였다"고 표현했다. 구단 프랜차이즈 최다 109승에는 도전하지 못하지만 "나보다 뛰어난 후배들이 내 기록뿐 아니라 장호연 선배님의 기록도 깰 수 있을 거다. 그래야만 발전할 수 있다. 우리 팀에서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라며 응원했다.

이제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야구장으로 출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막막할 것 같았다"는 그는 방송계와 해설위원 제의도 여러 군데서 받았다고 한다. 그는 "해설위원이 될지, 방송을 할지, 코치가 될지 아직 모른다. 무슨 일이든 내게 주어지면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언제 어디서 보든 웃는 얼굴로 제2의 인생 멋지게 살아 보겠다"고 씩씩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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