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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공수처 우울한 1주년,  간판 빼고 다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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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에서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이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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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무소불위 검찰권을 견제할 새로운 권력기구의 출범이라는 처음 기대와 달리 첫돌을 맞은 공수처 분위기는 우울하기만 하다. 낙제 수준의 성적표 앞에서 공수처 무용론에 폐지론까지 분출하기 때문이다. 1주년 기념식조차 언감생심인 공수처로선 어쩌다 착근도 전에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는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난 1년의 초라한 성적표가 공수처 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수사ㆍ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독립기관이 1년 동안 20여 건을 수사하고도 기소 실적은 제로(0)다. 압수수색과 체포ㆍ구속영장 청구 과정에 혼선이 속출했고 9개월 동안 수사한 이규원 검사 사건은 검찰에 반납하는 등 미숙한 처리가 이어졌다. 역점을 뒀던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는 수사력 부족으로 고발장 작성자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방향타를 잃어 버렸다. 무차별적 통신자료 조회 논란까지 거치면서 공수처는 독립 수사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총체적으로 상실했다.

물론 출범 1년의 성적표로 신생 기관의 존폐를 언급하는 게 성급할 수도 있다. 1년이 지나도록 검사 정원(25명)에서 2명을 채우지 못하고 그마저 검찰 출신 검사는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수사 여건이 열악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뒤늦게 인력ㆍ예산 보강을 약속했으나 검찰개혁의 상징적 존재를 방치한 집권 여당의 책임도 상당하다. 지방 검찰지청 규모의 조직으로 기성의 사법 기구를 상대하기가 애초 무리였을 수 있다.

존폐 위기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설립 취지는 부정할 수 없다. 지난 1년 검찰 견제가 가능한 조직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뼈를 깎는 각오의 쇄신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처장부터 말단직원까지 인적 쇄신도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도 무용·폐지론을 성급하게 주장하기보다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하도록 인력과 예산을 보강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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