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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복 김선생] 길고 얇고 단단하고 쿰쿰한… 이게 모두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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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음식 두부, 다채롭게 변신中

조선일보

믿기지 않지만 이게 모두 두부랍니다. 두부는 말리고 튀기고 발효하고 얇게 뽑거나 길게 자르는 등 다양하게 변신하며 더욱 사랑 받고 있습니다./수작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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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아들딸·손자이네(大烹豆腐瓜薑菜」高會夫妻兒女孫).” 추사 김정희가 1856년 세상을 떠나기 2개월 전 쓴,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꼽히는 ‘대팽고회(大烹高會)’의 내용입니다. 소박한 반찬과 가족 모임 즉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경지라는, 대(大) 서예가의 인생관과 예술관이 함축된 추사의 만년 대표작입니다.

이처럼 두부는 누구나 즐겨 먹는 서민의 음식입니다. 한국인 밥상에서 조용하지만 중요한 조연 역할을 맡아온 두부가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습니다. 체중과 건강 관리를 위해 탄수화물을 꺼리고 단백질을 찾는데다, 동물성보다는 식물성이 더 이롭다고 믿는 이들이 늘면서 대표 식물성 단백질 식품인 두부가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죠.

요리 연구가 노애리씨가 최근 펴낸 ‘요즘X두부’(수작걸다)를 보니, 별의별 두부가 다 있더군요. ‘모두부’라 흔히 부르는 일반 두부와 연두부·순두부는 기본이고, ‘면두부’ ‘마른 두부’ ‘포두부’ ‘구운 두부’ ‘푸주’ ‘두부어묵볼’ ‘두부소시지’ 같은 알 듯 말 듯한 두부도 유통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에서 건너 온 발효 두부 ‘템페’까지, 언제 이렇게 종류가 다양해졌나 싶더군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두부가 맛있어지는 겨울을 맞아, 두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연두부와 순두부 차이 & 마른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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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물을 틀에 붓고 눌러 네모나게 굳힌 모두부. 두부라고 했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이죠./수작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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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는 경도 즉 얼마나 조직이 단단한 지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두부 별로 단단한 정도를 살펴보면 ‘초당순두부·몽글몽글 순두부<매끈 순두부<연두부<찌개용 두부<부침용 두부<수제 두부·컬러 두부·흑두부<더 단단한 부침용 두부<마른 두부’ 순입니다. 마른 두부가 생소한 분이 많으실 텐데, 나중에 더 설명 드릴게요.

두부의 단단한 정도는 응고제와 압착 정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단백질 응고 속도가 빠를수록 물을 보유하려는 성질인 보수성이 약해 단단한 두부가 만들어집니다. 염화마그네슘, 염화칼슘 등이 응고제로 사용됩니다. 단백질 응고 속도가 느릴수록 보수성이 강해 순두부처럼 부드러운 두부가 만들어집니다. 글루코노텔타락톤(GDL)이란 응고제가 사용됩니다.

두부 틀에서 수분을 빼 모양을 굳히는 압축 과정에서 누르는 힘과 시간도 단담함과 비례합니다. 순두부와 연두부는 압착하지 않아 부드럽고, 마른 두부는 단단하지요.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두부는 사각형 모두부로, 크게 찌개용과 부침용으로 나뉘죠. 찌개용 두부는 압착을 덜해서 수분감이 많아 촉촉하고 부드럽지요. 국물에 오래 끓여도 부서지지 않고 양념이 속까지 잘 배어들어 찌개 같은 국물 요리에 적합합니다. 부침용 두부는 찌개용보다 단단해서 부치거나 구웠을 때 덜 부서지지요.

연두부와 순두부도 헷갈리는데요, 사실 제조 과정이 거의 동일합니다. 연두부와 순두부 모두 ‘콩 삶기-콩물 내리기-응고제 넣고 가열하기-콩 단백질 응고시키기-압착하기’로 이어지는 두부 제조 과정에서 압착 단계만 거치지 않고 만듭니다.

그렇다면 차이는 뭐냐고요?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연두부는 사각 용기에 담겨 모두부와 비슷한 반면, 순두부는 타원형 포징지에 넣어 굳힌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별 대단한 차이가 없지요? 저도 알고 나니 허탈하더군요.

마른 두부는 처음 들어보는 분도 많을 듯합니다. 마른 두부는 제주식 모두부로, 오랜 시간 압축해 물기가 적고 단단합니다. 두부를 뜻하는 제주어 ‘둠비’가 어원으로 ‘마른둠비’로도 불립니다.

수분이 적은 만큼 두부 조직이 쫀쫀하고 맛이 진합니다. 두부 본연의 맛과 풍미가 진해서 생채 무침·샐러드 등 열 조리 없이 먹기 좋고, 오븐구이·찜·조림·튀김 등으로 조리해도 싱거워지거나 으스러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제주 현지 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매 가능합니다.

◇포두부·면두부·푸주부터 템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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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건두부. 왼쪽부터 국수 대용으로 인기 높은 면두부, 얇게 만들어 물기를 뺀 포두부, 이탈리아 페투치네 파스타처럼 넙적한 면두부, 건두부피라고도 불리는 푸주./수작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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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다양한 두부를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포두부, 면두부, 푸주, 템페가 대표적이죠. 면두부와 포두부, 푸주는 제조·성형 과정에서 얻어낸 부산물을 건조시켜 수분을 뺀 건두부에 속합니다.

포두부는 두부를 만두피처럼 얇게 만들어 물기를 뺀 뒤 건조시켜 만듭니다. 건조 상태나 두께, 크기가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바싹 마르지 않고 수분감이 있어서 바로 먹어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그대로 먹거나 국물, 조림, 볶음, 무침, 쌈 등 다양한 조리가 가능합니다. 부드럽게 드시려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드세요.

면두부는 포두부를 국수처럼 가늘게 자른 건두부입니다. 건강식, 다이어트식 요리가 유행하면서 국수 대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두부면, 채두부, 두부국수, 두부파스타, 누들두부, 콩두부면 등 다양하게 불립니다.

푸주는 ‘부죽’ ‘건두부피’ ‘두부 껍질’이라고도 불리는 막대 형태 건두부입니다. 콩물을 끓일 때 온도 차에 의해 생기는 표면의 응고막을 건져 말린 것입니다. 중국음식 훠궈나 마라탕 좋아하시는 분들은 국물에 넣어 먹는 건더기로 드셔 보셨을 가능성이 높지요.

건조 상태는 제조사별로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아주 단단해서 바로 먹기는 힘들죠. 1~2시간 길게는 한나절 정도 물에 불려서 부드러워지면 요리에 사용합니다. 부드러워져도 딱딱하지 않다 뿐이지 일반 두부처럼 연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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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전통 콩 발효 식품 '템페'./수작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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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는 인도네시아 전통 콩 발효 식품입니다. 채식이 유행하면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17세기 중국 화교들이 두부 제조법을 인도네시아에 전했고, 이것이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음식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콩을 불려 껍질을 제거하는 과정까지는 두부와 같지만, 이후부터는 두부와 다른 공정을 거칩니다. 뜨거운 증기로 찌고 식초 등 산성 첨가물을 더해 직사각형으로 빚은 뒤 바나나잎으로 감쌉니다. 효모가 발생하면서 콩을 발효시켜 단단한 식감과 시큼한 맛, 특유의 발효향을 만들어 냅니다. 큼직하게 잘라서 볶거나 으깨서 소스, 양념으로 만드는 등 활용도가 높습니다.

이 밖에도 모두부를 압착해 수분을 빼고 닭가슴살·견과류·고추 등 부재료를 더한 ‘구운 두부’, 생선살과 섞어 동그랗게 빚은 ‘두부어묵볼’ ‘두부소시지’, 두부를 성형해 튀겨낸 ‘두부튀김’, 두부와 고기를 섞어 동글납작하게 빚어 구운 ‘두부 스테이크’ 등 다양한 두부 제품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이들 두부와 요리법을 알고 싶으면 ‘요즘X두부’ 요리책을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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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두부와 두부 요리법을 소개한 '요즘X두부'./수작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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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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