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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회계사 이메일 확인 컴퓨터까지 캐물은 삼성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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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기] 증인, 합병비율 '괴리' 14번 언급... 검찰과 변호인 신경전

오마이뉴스

▲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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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 "그렇다, 아니다,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으로 답하고 나서 필요한 말씀을 더 해주세요."

(중략)

증인 : "... 네, 아니오로만 답해야 하나요?"

검사 : "재판장님. 증인에게 네, 아니오를 강요하는 건..."


20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29차 공판은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공판에 나온 증인들 대부분은 삼성 출신이거나 현직 '삼성맨'으로, 이 부회장 측 입장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엔 정반대였다.

메일 확인 컴퓨터 출처까지 캐물은 이재용 변호인

증인으로 나선 오아무개씨는 딜로이트 안진(아래 안진) 전직 회계사 출신이다. 오씨는 지난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도 삼성물산 측으로부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 보고서를 산출해 줄 것을 의뢰 받아 실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실을 증언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이재용 재판 뒤흔든 안진 회계사의 증언 http://omn.kr/1wvzu)

오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괴리'라는 단어를 14번 사용했다. 보고서 도출을 위한 업무 초기부터 마감시한까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시가총액에 의한 적정 합병 비율로 인한 "괴리를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증언이었다.

변호인 : "증인, 본건 조사 이후 검사의 연락을 받은 적 있나요?"

증인 : "없습니다."

이 부회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오씨의 증언을 탄핵하기 위해 2019년 당시 증인의 검찰 진술 조서를 끌어왔다. 지난 주신문에서 검찰 조사 때와 다른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증인이 조서에 기재된 내용과는 꽤 다른 진술을 하고 있고, (특정 정황만) 구체적인 날짜를 포함해 상세히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검찰 조사 당시엔 갑자기 많은 이메일을 제시 받아 추정으로 답변하거나, "기억이 혼재 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조사 이후 다시 시간 순으로 메일을 확인하며 기억을 되살렸다는 반박도 내놨다.

이 부회장 측은 증인이 메일을 확인한 '컴퓨터'까지 파고 들어갔다. 증인이 "어떤 컴퓨터에 있던 메일이냐"는 질문에 "정확히 기억 안 난다"고 하자, 변호인은 "기억하셔야 한다"고 다그쳤다. 증인은 다시 "남의 컴퓨터를 열어보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증인 답변 태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신경전

증인의 답변 태도를 놓고는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증인의 추가 답변이 길어지자 변호인이 "질문을 좀 잘 듣고 답을 해주면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한 대목에서다. 검찰이 "잘 하고 계신데요?"라고 한마디 던지자, 변호인 측에선 "증인을 북돋으려고 하지마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 부회장 측이 긴 시간을 할애한 대목은 증인이 2015년 5월 21일, 이사회 날짜가 임박한 때 합병 비율을 만들지 못해 삼성물산 합병 담당자로부터 강하게 질책 받았다는 대목이었다. 당시 검찰조서에 따르면, 증인은 우아무개 삼성물산 합병 담당자로부터 "주가 수준에 맞지 않는 기업가치를 왜 못 만들어 냐느냐"는 질책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 측은 증인에게 이 진술을 한 적이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증인은 "21일에 괴리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하니, 합리적 주가가 있는데 (다른 대안을 제시한) 이런 보고서는 필요 없다고 했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질책을 한 적이 있냐, 없냐"고 다시 물었고, 증인은 "'주가수준'이라는 말까지 명시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 측이 증인을 상대로 '검찰과의 접촉' 여부를 묻거나, 추측 대신 명확한 기억을 요구하는 장면은 지난 공판 기일 중 삼성 측 증인을 대하는 태도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해 8월 합병 실무를 맡았던 현직 삼성증권 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신문 과정에 "증인이 (이미)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검찰은) 왜 모르냐고 한다"고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검찰 측이 삼성증권이 PB를 동원해 삼성물산 주주들의 합병 찬성 위임장을 받은 정황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장면이다. 검찰은 당시 "변호인이 신문 과정에 끼어들어 '답변 잘하고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 요청에 따라 현재 따로 심리를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을 불법 승계의혹 재판에 병합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달 25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이 첫 공판이라, 그 이후에 병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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