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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레드라인’ 건드린 북한…본격 시험대 오른 바이든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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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유예 파기 시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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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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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새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을 ‘관심끌기’로 규정
취임 1년 바이든, 제재와 대화 사이서 신중한 접근 예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북한으로부터 달갑지 않은 취임 1주년 선물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여는 시점에 맞춰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소강상태가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던 북핵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바이든식 대북정책’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20일 오전 6시) 백악관에서 취임 1주년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약 2시간에 걸친 모두발언과 문답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입에서 북한은 단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북한이 새해 들어 4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북한 이슈가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여론의 주요 관심사 밖에 있다는 방증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 시점에 맞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그간 취한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4월 발표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이전으로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3월25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기 직전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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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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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4월 기존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완료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새 대북정책 핵심 원칙으로 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식 ‘일괄타결’이나 버락 오바마 정부식 ‘전략적 인내’를 모두 지양하고 비핵화에 관한 북한 태도에 따라 실용적 조처를 제공하는 단계적 접근을 시도한다는 게 골자였다. 다음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선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선언 계승을 다짐했다. 이후 미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꾸준히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은 제재 해제 등 적대시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응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올해 들어 북한이 연달아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자 독자제재를 단행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제재를 추진하는 등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북한의 관심끌기로 규정했다. 하지만 핵실험과 ICBM 발사 카드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은 2017년 11월 ICBM 시험발사 성공을 통해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로서는 큰 악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ICBM 모라토리엄을 자신의 큰 업적으로 선전하는 상황이다.

결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 셈법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는 묵과할 수 없는 일종의 레드라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등 국내 이슈들이 산적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몰리면서 북핵 이슈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마땅한 수단도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가 그동안 보인 기조를 감안하면 북한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응해 제재를 먼저 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이어서 대북 국제공조도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로선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회초리를 들기보다는 추가 제재를 압박하며 물밑 협상을 시도하는 신중한 접근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섣불리 대응 카드를 꺼냈다가는 몸값을 올리려는 북한 전략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성명 채택과 추가 제재를 논의할 20일 안보리 회의는 미국과 중국 등 관련국들의 대응 방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북핵 문제의 본질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군축협회의 데릴 킴벌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고, 역동적이고 진지한 외교가 없으면 악화될 뿐”이라며 바이든 정부에 고위급이 주도하는 대북 협상 노력을 주문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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