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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골프 없는 인생 재미 없어…60대까지 선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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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프로골퍼로 28번째 시즌을 앞둔 최경주가 엄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 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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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골프의 전설' 최경주(52)는 28년째 프로골퍼로 살고 있다. 재단 이사장, 프레지던츠컵 부단장 등 다양한 명함을 갖고 있지만 그는 프로골퍼를 항상 먼저 내세운다. 28번째 새 시즌을 앞둔 최경주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설렘과 긴장감이 묻어났다.

올해 최경주가 활약할 무대는 만 50세가 넘는 선수들이 출전해 경쟁하는 챔피언스투어다. 지난해 한국 선수 첫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최경주는 올해 두 번째 시즌을 치른다. 그는 "1999년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과한 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처음 데뷔했을 때만 해도 22년간 이곳을 직장으로 삼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500개 넘는 대회에 출전했는데 여전히 1번홀 첫 티샷은 설렌다. 골프는 칠 때마다 달라 엄청난 매력을 갖고 있다"고 웃었다.

올해 첫 공식 일정은 21일(한국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하와이주 카우풀레후의 후알라라이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2022시즌 챔피언스투어 개막전 미쓰비시 일렉트릭 챔피언십이다. 그는 "PGA 투어에서 활약할 때 좋은 기억이 있는 하와이에서 올해 일정을 시작하게 됐다"며 "올해 목표는 찰스슈와브컵 포인트 5위로 잡았다. 최소 3승 이상 해야 5위 근처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올해도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경주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해가 뜨기 시작하는 새벽이다. 그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해가 뜨는 걸 보면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이 차오른다"며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원 없이 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 것 같다. 프로골퍼 최경주로 살아갈 때까지는 다음날 새벽이 기다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를 기다리는 이유도 비슷하다. 그는 "휴식기를 끝내고 1월부터 한 해 일정이 시작되는 만큼 매년 이 시기를 기다린다"며 "올해는 챔피언스투어 29개 대회 중 21~23개에 출전하려 한다. 여기에 한국 대회 일정까지 소화하면 1년이 빠르게 지나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PGA 투어에서 이루지 못한 메이저 우승의 감격을 챔피언스투어에서 느끼겠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어떤 투어에서든 메이저 우승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챔피언스투어에서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처럼 계속해서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산 8승과 통산 상금 랭킹 34위(3280만3596달러) 등 PGA 투어에서 이룬 수많은 업적 중 최경주가 꼽은 최고의 순간은 우승이 아니다. 그는 1999년 퀄리파잉 토너먼트 통과를 확정 짓는 마지막 퍼트를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 장면이라고 했다. 그는 "PGA 투어에서 8번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퍼트를 넣은 덕분이다. 그때의 느낌과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프로골퍼로 살아오면서 힘든 시간보다는 즐거웠던 시간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는 건 골프를 하지 않으면 남은 인생이 재미없을 것 같아서"라며 "60세가 넘어서도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최경주의 이름은 지난주 PGA 투어 소니오픈이 끝난 뒤 미국 골프 매체에 도배됐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PGA 투어 아시아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달성하면서 강제 소환된 것이다. 이제 최경주는 한국 선수들이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기록이라는 건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이왕이면 한국 선수들이 내 기록을 경신하면 좋겠다"며 "임성재, 김시우, 이경훈 등 모두 내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후배들이 내 기록을 넘어설 때 최경주라는 이름이 나오는 것처럼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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