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촬영 도중 고꾸라진 말…KBS “1주일 후 사망”

KBS, 20일 입장문에서 “책임 깊이 통감…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

동물자유연대가 20일 공개한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 촬영 과정. 말의 발목에 줄이 묶여(빨간 동그라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KBS1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 촬영 과정에서 말의 발목에 줄을 묶어 논란이 인 데 대해 KBS가 20일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동원된 말이 촬영 일주일 후 죽은 것으로 밝혀져 동물학대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KBS는 이날 낙마 장면 촬영을 한 말이 죽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나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돌려보냈다”며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한 결과 촬영 후 1주일쯤 뒤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BS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같은날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을 두고 제작진의 동물학대를 주장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단체는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이 담긴 영상에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쓰러뜨리는 모습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로 고꾸라져 바닥에 쓰러진 말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한참 동안 쓰러져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영상은 드라마 7회에서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을 타고 달리다가 바닥에 넘어지는 장면의 촬영 과정을 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리에 줄이 묶인 채로 달리던 말이 일정 지점에 다다르자,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관성에 의해 앞으로 넘어진다. 말에 타고 있던 배우도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동물자유연대는 “도구를 이용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 위반 사항으로 명백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촬영 과정에서 말이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KBS에 공식적으로 촬영 장면에 이용된 말의 생존 여부 및 상태 확인을 요구하고, 촬영 시 동물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 마련 협의를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다수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말을 강제로 넘어뜨리는 장면을 찍을 때 와이어 등을 쓰는 방식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졌다”며 “촬영에 이용된 말의 건강 상태에 대한 확인도 요청한다”고 적었다.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청원 페이지 캡처

이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고,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도 정확한 경위 설명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와 20일 오후 7시30분을 기준으로 누리꾼 약 8800명이 동의했다.

KBS의 시청자청원은 30일간 1000명 이상 동의한 글에 대해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직접 답변하게 되어 있다.

논란이 일자 KBS는 촬영 진행 상황 등을 확인 중으로 알려졌었고, 동물자유연대가 제작사로 지목해 공문을 발송한 업체 측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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